<단독>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 기술 유출 의혹

2024.07.29 15:28:23 호수 1490호

“사장 앉혔더니···” 빼앗긴 밥그릇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체외진단기업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의 창업주인 김철우 교수가 대표이사 이덕윤을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코스닥 상장을 예고한 지 7년여가 지나도록 코넥스에 머무른 배경도 “이 대표의 부실 경영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병리학 교수로 32년간 재직한 김철우 교수는 18년에 걸쳐 ‘아이파인더(i-finder)’ 스마트검사 기술을 연구 개발했다. 2014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이 기술은 환자의 혈액검사로 암 위험도를 예측·진단해주는 검사 기술이다. 그러나 최근 경영권을 확보한 이덕윤 대표는 김 교수가 개발한 아이파인더 기술을 상의조차 없이 미국에 팔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주인 행세

앞서 김 교수는 ‘미래 의료의 방향은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전환된다’는 확신을 갖고 지난 2001년도에 벤처기업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이하 바이오인프라)을 창업했다. 투자에 힘입어 김 교수는 2014년 ‘다중암 조기진단’ 아이파인더를 연구 개발했다. 이는 소량(5mg)의 혈액검사를 통해 주요 8대 암과 8대 만성질환을 진단할 수 있도록 발전했다.

아이파인더는 환자의 혈액 내 바이오마커(표지자)를 분석해 암 위험도를 예측·진단해주는 ‘혈액다중표지자’ 검사다. 바이오마커란 몸속 세포나 혈관, 단백질, DNA, 바이러스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다.

암에 걸리면 종양은 특정 단백질을 배출하고 종양 주변의 세포들도 암세포와 연관된 특정 물질을 분비한다. 따라서 혈액 속 바이오마커 농도가 높으면 암 가능성도 크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이파인더는 김 교수가 창업한 바이오인프라가 출시해 지난 2018년부터 한국장외주식시장(K-OTC)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바이오산업의 강대국인 미국도 아이파인더 기술을 의료 진단 분야의 유망 기대 품목으로 눈여겨봤다.

그 배경은 2022년 초 바이든 정부가 발표한 암 정복 프로젝트(Cancer Moonshot Project) 정책과 관련이 있다. 이 프로젝트는 급속히 증가하는 암 치료비를 감당하기가 어려운 실정 속에서 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비를 대폭 절감하고, 사망률 등을 낮추자는 게 골자다. 즉, 조기진단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된 것이다.

전문경영인의 필요성을 느낀 김 교수는 한국거래소 임원 출신 이덕윤을 지난 2019년 2월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김 교수는 연구자로서 개발에만 전념하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 대표는 모 벤처캐피탈(VC) 대표 황모씨와 결탁해 김 교수의 경영권을 탈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이 대표는 지난해 미국 메릴랜드주 소재의 ‘20/20 진시스템’(Genesystem)사에 아이파인더 핵심 기술을 약 3억원이라는 헐값에 팔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8개 암 진단, 세계 최초 혈액검사 기술 
“코스닥 상장시키겠다” 자신하더니···

김 교수 측은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이 대표에게 20/20사와 계약은 고려해봐야 할 문제라고 했고, 전문 로펌에 맡겨 기술 유출이 없도록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계약을 서둘러 체결하지 말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20/20와의 계약은 이 대표가 회사에 입사하기 전인 2018년 계약체결 협상이 진행됐으나, 계약조건이 바이오인프라와 맞지 않았다. 기술 유출로 인한 역설계 등의 우려가 불식되지 않아 계약체결이 무산된 것이다. 경영권을 확보한 이 대표는 2018년 계약조건보다 더 악화된 조건으로 20/20와 기술이용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2년 8월말 이 대표는 아이파인더 원천기술 허여 및 접근 계약을 20/20와 체결했다. 이 대표 측이 20/20와 작성한 계약서에 따르면, ‘바이오인프라는 20/20에게 바이오인프라의 컴퓨터 알고리즘, 실험보고서, 임상·과학 지식 및 기타 유용한 지적 재산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적혀 있다.

이어 ‘20/20은 바이오인프라에게 선불 이전료로 30만달러를 지급한다. 선불 이전료의 반은 선불 로열티고 나머지 반은 미합중국 의사들에 대한 소프트웨어 집적 및 임상훈련·지원 등 기술적·의학적 지원 서비스 요금’이라며 ‘20/20이 수확물을 채취하는 결과물 검사의 경우, 20/20은 바이오인프라에게 검사당 로열티를 지급한다’고 돼있다.

‘로열티는 종양 항원만을 검증하는 검사의 경우 검사 1개당 12달러로 첫 판매 후 24개월 안에 하는 각 검사의 대가로 지급한다’고 구체적으로 적기도 했다.


김 교수는 해당 계약체결에 대해 “이사회 결의나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지 않았으며, 기술개발자인 김 교수와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저지른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현재 김 교수는 계약의 효력을 중지시키기 위해 소송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2018년 말 한국거래소서 퇴사를 앞둔 이 대표는 김 교수의 아들 김모씨의 소개를 받아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이 대표는 회사 관련 거래소 내부 파일을 보여주는 등 거래소서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했다. 이를 동원해 “바이오인프라를 코스닥에 상장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부사장으로 취임한 이 대표는 돌연 “김 교수와 아들이 한 회사에서 근무하는 것은 향후 상장에 장애가 된다”며 압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김씨는 2019년 12월 회사를 떠났고, 이 대표는 2019년 6월과 2021년 8월 2차례에 걸쳐 지인 황씨가 주도하는 6개 벤처캐피탈연합서 125억원을 투자받아 14.59%의 지분을 확보했다.

“골프와 유흥비 탕진”
법카 사적 유용 논란

이를 기반으로 김 교수에게 각자 대표직을 요구했으며, 김 교수도 이를 받아들였다. 이 대표와 황씨의 경영권 침탈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2020년 2월 정기이사회서 김 교수는 “코로나 엔데믹 상황에 맞춰 마케팅 활성화를 위해 보험회사와 연계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하며 구체적인 마케팅 제안을 했다.

이에 황씨는 회의를 주도하면서 “마케팅 분야도 이덕윤 대표가 총괄해야 한다”며 “(김철우 박사는)회사에 필요 없는 존재이니 나가라”고 소리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20년 3월 주주총회서도 이 대표는 ‘김 교수가 무능하다’는 프레임을 씌웠고, 결국 단독대표로 올라섰다. 하지만 같은 해 약속한 상장이 어렵게 되자 코스닥보다 비교적 진입이 수월한 코넥스에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싸움에 밀려난 김 교수는 현재 경영권을 내려놓은 상태다. 

김 교수는 인터뷰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었기 때문에 이사회서도 지난 2월 자진 사퇴했다”고 토로했다. 

현재 김 교수의 지분율은 11%대로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김 교수의 무능함을 주장하며 경영권을 확보한 이 대표의 지난 행보는 초라한 모양새다. 이 대표가 입사하기 전 바이오인프라의 가치는 약 700억원대였으나, 현재는 30~40억원대로 추락했다.


김 교수는 “황씨가 투자한 125억원은 회사의 발전이 아닌, 상습적인 골프장 출입과 유흥비에 사용됐다”며 “이덕윤의 대표이사 권한을 뒷받침한 황씨가 회사를 최악의 경영 상태에 몰아넣었으니 명백한 배임”이라며 고소 취지를 밝혔다. 

이 대표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논란도 제기됐다. 당초 회사는 이 대표에게 법인 차량과 함께 한도 500만원의 법인카드 2장을 제공해 업무추진비 등에 사용하도록 했다. 

고소전

그러나 바이오인프라 재무팀 측에 따르면 “김 교수에게는 비밀로 하라”며 이 대표가 법인카드 한도를 2배로 증액하도록 지시했다. 이 대표는 평일 근무일은 물론 주말까지 매주 2~3회 이상 법인 차량을 이용해 골프를 친 것으로 전해진다. 골프 후에는 2차, 3차까지 식사와 술자리를 이어가며 법인카드를 사용하고 다녔다. 

이 대표의 운전기사는 “주말까지 근무해야 했고, 평일 근무일에도 아내, 친구 등 지인들과 골프를 치는 경우도 많았다”고 증언했다. 내부자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취임한 2019년 6월 이후 2023년 8월까지 상습적인 골프장 출입과 유흥업소 출입으로 법인카드를 남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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