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미련’ 임영주

2024.06.05 12:57:28 호수 1482호

내 묫자리를 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서초구 소재 페리지갤러리서 작가 임영주의 개인전 ‘미련’을 준비했다. 임영주는 다른 차원을 상상하고 이해하기 위해 불가사의한 현상, 믿을 수 없는 이야기, 환상, 환각, 빙의, 전생, 자의식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이어왔다. 



임영주의 전시 제목 ‘미련 未練 Mi-ryeon’은 깨끗이 잊지 못하고 끌리는 데가 남아 있는 마음을 뜻한다. 무엇인가 남아 있다는 것은 관계 사이에 충족되지 않은 것이 있다는 의미이면서 그것조차 비워버려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남아 있다

‘연(練)’은 3년상을 치르면서 입는 상복을 의미하기도 한다. 죽은 이를 아직 떠나보내지 못하는 마음의 상태를 일컬을 때도 미련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또 ‘Mi-ryeon’은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이다. 임영주의 전시 제목은 어떤 일이 일어났지만 일어났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 어떤 이유로든 다음 혹은 다른 단계로 아직 넘어가지 못한 인간의 모습을 은유하고 있다. 

임영주가 다른 차원을 상상하고 이해하기 위해 불가사의한 행동에 관심을 가지는 행위는 ‘보는 것’과 관련 있다. 인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알기 위해 문화적, 기술적으로 다양한 인식 장치를 창조해 왔다. 

문화적으로는 종교, 신화, 설화, 괴담 등의 이야기를 만들어왔고 과학적으로는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 현미경, 망원경, 나침반, 라이다 센서와 같은 기술 장치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이런 흐름의 결과로 우리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경계와 시공간을 만들었다. 임영주의 관심사인 상상, 명상, 몰입, 각성과 같은 정신적 수련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 시공간을 이동하는 방법이 됐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임영주는 죽음에 대해, 그것이 어떤 상황이든 각자가 언젠가 죽음에 도달하게 되면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 상상했다. 이 과정서 임영주는 다양한 은유와 암시를 사용한다. 

불가사의한 현상 관심
다양한 시공간과 경계

여기에 있다가 저기로 사라지는 존재로 여겨졌던 철새, 오랜 시간 변함없는 모습으로 존재해 온 은행잎, 오래전에 퇴화했지만 수련을 통해 일깨울 또 다른 눈으로 여겨졌던 제3의 눈, 보이지 않는 영이 어디론가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시간인 축시 등이 등장한다. 

이렇듯 죽음을 끝이 동시에 다른 단계로 넘어가는 시작점이라고 본다면 우리는 죽음 이후에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무엇인가를 보게 될 기회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전시장은 크게 두 공간으로 나뉘고 모든 영상은 60분을 기준으로 시간에 맞춰 재생된다. 관람객은 독립된 공간서 VR 장치를 통해 자신의 묫자리를 찾아가는 상황을 체험하고 그 장면은 내부 전시장서 상영되는 2채널 영상과 실시간으로 연결된다. 

VR 관람은 사전 예약을 통해 이뤄지며 일반 관객은 해당 공간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다. 또 VR 관람 중에는 2채널 영상을 동시에 보는 것도 불가능하다. 누구도 전시 전체를 한꺼번에 조망할 수 없는 셈이다. 

죽음 이후

페리지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의 관람객은 경계가 나눠진 공간서 한 곳만을 경험하거나 서로 다른 경계를 이동하면서 순차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며 “이처럼 마치 한 편의 공연을 관람하듯 펼쳐지는 전시 구성은 시공간의 경계와 이동에 관한 주제와 연결되며 새로운 시공간을 상상하도록 유도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시는 다음 달 27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임영주는?]


▲홍익대 회화과 졸업

▲개인전 
‘라이다 라이다 내 무덤 좀 찾아주소’ 금천예술공장(2023) 
‘M’ 아웃사이트(2021) 
‘인간과나’ Hall1(2021) 
‘차르르 차르르’ 갤러리조선(2020)  
‘AEDONG 애동’ 두산갤러리 뉴욕(2019)

▲단체전
‘마니에라’두산갤러리(2023) 
‘선셋 밸리 빌리지’ 아트선재센터(2021) 
‘경이로운 전환’ 부산현대미술관(2021) 
‘더블비전’ 아르코미술관(2020)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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