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인터뷰> 미일중 전문가 3인 꼬인 외교를 풀다 ‘중국통’ 강준영 교수

2024.05.24 15:32:00 호수 1481호

“한중 관계 90%는 북한 문제”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봄을 지나 여름이 오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관계도 꽃이 필 수 있을까? 여름의 시작점에 있는 한·중·일 정상회담서 꽃망울이 활짝 만개하길 바라지만, 그러기 위해선 한국이 준비해야 하는 것이 있다. 먼저는 ‘안보’, 그다음은 ‘경제’다.



한‧중‧일 정상회담이 곧 개최된다. 중국과 한국 사이에 얼어 있던 관계가 녹일 수 있는 기회지만, 북한, 미국, 대만 등 사이에 낀 관계가 많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런 관계 속에서도 다시 대화해야 한다.

<일요시사>는 지난 14일, 한국외국어대학교서 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를 만나 한중관계가 풀어야 할 숙제를 들어봤다. 강 교수는 “관계 속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경제적인 부분이 풀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래는 강 교수와의 일문일답.

-한중 외교장관회담이 6개월 만에 개최됐다.

▲우리나라는 한·중·일 정상회담의 주최국으로 당연히 중국과의 조율이 필요하다. 양국이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야겠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보는데, 이런 상황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중국은 한국에 대해 한·미·일 3국은 중국을 견제하는 데 앞장서는 것 아니냐며 미국 쪽으로 치우쳤다고 본다. 이런 부분을 탓하는 것인데 한국 입장은 다르다. 북한 핵의 위협으로 한반도가 불안하니 안보가 중요하고, 한미동맹 강화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런데 외교장관회담에서는 양측 모두 공격적인 말을 자제했다. 

-중국이 한반도 정책에 변화가 없을 거라고 했는데?


▲변화가 있을 수 없다. 보통 중국과 북한 관계를 잘못 읽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은 절대 북한을 포기하지 않는다. 북한이 있으면 남한, 일본을 동시에 견제할 수 있으니까. 북한은 이념적, 지리적으로 여러 가지 완충지대다. 또 한국이 주도하는 한반도엔 미국이 있으니 좋아할 수 없다.

리창 총리 위상으론 정상회담 어려워
북이 원하는 게 ‘한미일 VS 북중러’

한반도 정책 변화는 북한의 핵을 포기시켜야 하는 것인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변화는 어렵다. 지금의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한중관계 문제는 90%가 북한 관계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이번 한·중·일 정상회담은 어떻게 보나?

▲정상회담에 준하는 것이다. 정상회담은 최고 지도자가 와서 이야기하다가 어려운 문제가 해결되고 그러는 것인데, 이번 회담에서는 기대할 수 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온다면 가능하겠지만 참석하지 않는다. 리창 총리가 오는데, 현재 중국서 그의 위상을 보면 일반적인 정상회담을 기대하기 어렵다.

과거에도 총리가 왔었는데 그때는 실권을 쥔 총리였다. 그런데 리창 총리는 그렇지 않으니, 어려운 정치·외교·군사·안보 얘기가 아닌, 경제·사회·문화·인문 교류 쪽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의미가 있다. 이렇게 풀어나가는 것이다.

-북·중·러가 결집하는 것은 어떻게 보나?

▲북·중·러의 결집은 한‧미‧일과는 다르다. 북한은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국제사회는 북한을 돕지 말라고 하고, 중국은 모호한 태도를 보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범하니까 서방 국가가 러시아를 제재하니 도울 나라도 없다. 북한은 러시아와 가까워지는 것 자체가 한국을 자극하는 것이다.

“대만과 전쟁→북 오판할 수도”
“정부가 기업 자율성 줄 때 돼”

북·중·러에서 북한이 제일 강하니까 이 방법밖에 없는 것인데, 결국 북한이 원하는 게 한‧미‧일일 때 북·중·러다. 그런데 중국 입장에선 북한, 러시아 모두 왕따 국가다. 그러니 중국은 이 사이에 끼고 싶어하지 않는다. 미국 앞에서만 연대하는 것이고 실효성도 없다.


-중국, 대만 문제는 어떻게 보고 있나?

▲문재인정부 말기에 바이든과 회담하면서 대만해협의 안정과 평화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한미 공동성명에도 넣었다. 중국은 이를 두고 ‘우리와 상관없다’며 내정 간섭이라고 한다. 우린 수출 통상국인데 대만해협을 지나 남중국해를 간다. 우리 물건의 45%가 수출되고, 중동서 수입한 원유의 80%가 대만해협을 통해서 들어온다. 중국과 대만에 전쟁이 나면 한국 산업은 완전히 마비된다.

우린 국제주의 원칙에 따라 중국과 대만을 볼 수밖에 없다. 만약 무력 충돌 문제가 생길 시 대만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이 개입하게 되는데, 한반도는 미군 병력의 공백이 불가피하다. 이때 북한이 오판할 수도 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 중국도 대만과의 충돌서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대만은 크루즈 미사일 자체 개발국으로 전쟁 발발 시 중국도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구조적인 부분은 이 정도고, 경제적으로도 쉽지 않다. 중국은 체제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 시진핑은 망해도 되지만 공산당은 망하면 안 되니 시진핑 입장에선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혁신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는 외교적으로 어떻게 나가야 할지?

▲윤석열정부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안보다. 지난 문재인정부가 남북 소통을 통해 해결하려 했는데 잘 안됐으니까. 안보를 위해 한미동맹 강화, 한‧미‧일 3각 공조를 하는 것인데, 전적으로 이런 방향은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걸 빨리 해놓고 다음 작업을 들어가야 한다. 안보를 튼튼히 한 다음 경제를 확대해야 한다. 정부가 기업에 자율성을 주는 게 필요했다. 이런 의제들이 정상회담서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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