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외식업계 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도미노 줄폐업이 예상되고 있다. 폐업의 원인은 다양하다. 식자재값, 대출금리 인상 등이다. 소상공인들은 하나 같이 “코로나19 상황보다 더 힘들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시도별 자영업 다중 채무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다중 채무자(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경우)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743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날린 권리금
2022년 2분기 말 700조6000억원 대비 6.2% 증가했는데 이는 역대 최고 기록이다. 자영업자 다중 채무자도 같은 기간 3.2% 늘어난 117만8000명을 기록했다. 역시 사상 최고치다.
더 심각한 건 연체인데, 금액과 연체율이 눈에 띄게 뛰었다. 지난해 2분기 기록한 자영업자 연체금액은 13조2000억원으로, 2022년 2분기 5조2000억원보다 무려 153.8% 폭증했다. 연체율은 1.78%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0.75%) 대비 2.4배 높아진 수치다. 2015년 1분기(1.13%) 이후 8년 만의 최고치 경신이다.
국내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0.46%(지난해 11월 말 기준)라는 걸 고려하면 자영업자 연체율 지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이다 보니 폐업을 결정한 자영업자들이 우후죽순처럼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코로나19 때보다 힘들다”고 토로했다.
자영업이 힘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부터다. 2020년 2월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정부와 보건당국은 마스크 착용을 비롯한 방역수칙을 발표했다. 확진자의 증가세를 막을 수 없자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자영업 사업장에 집합 금지 행정조치를 내렸다.
방역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는 하지만 자영업자들에겐 사실상 영업금지 조치와 다를 바 없었다. 다만, 당시엔 배달 매출이 나쁘지 않았다.
자영업자 A씨는 “코로나 기간에는 배달이라도 잘돼 매출이 그나마 버텨줬다. 올해 들어서는 월 매출이 작년보다 20% 넘게 줄었다. 대출이자 부담까지 커져서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때는 배달로 버텼지만…
직원 자르고 업소용 냉장고도 빼고
A씨의 상황은 부모에게 기댈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기댈 곳 없는 자영업자들은 줄폐업의 위험에 노출돼있다.
서울 서초구서 3년간 디저트 카페를 운영해 왔다는 자영업자 B씨는 “세 명이었던 직원을 한 명으로 줄였다. 서빙까지 직접 했는데 손님이 더 줄어서 가게를 유지하는 것도 빠듯해졌다. 매출 회복이 어려워 폐업을 준비 중이다. 이제 다시 취업 준비를 해야 하니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B씨 매장은 한때 월 매출이 1500만원을 넘었으며, 잘될 때는 2000만원을 넘기기도 했다. SNS 홍보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있었다. SNS를 본 동종 카페서 B씨 가게를 그대로 따라 하기 시작했고, 매출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월 400만원대로 매출이 급락했다.
“코로나 시기에 너무 힘들어서 대출을 받았는데 금리가 최근 1년 새 연 2.8%서 5.4%로 올라 도무지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라는 B씨는 “그래도 코로나 때는 괜찮았다. 지금보다 장사가 훨씬 잘 됐으니까. 앞으로 상황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이 안 들어서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장사하면 할수록 빚만 계속 늘어난다. 지금 폐업해야 그나마 대출을 갚을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 대출을 한번 연장했는데, 벌써 만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폐업 시 대출이 사업자가 아니라 개인으로 전환되는데, 이자가 너무 부담된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동종업으로 사업자를 연장하라는데, 힘들어 폐업하는 상황서 다시 사업자를 내야 하는 거냐”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지난해 초에 권리금 1억2000만원에 가게를 내놨다는 C씨는 지금까지 가게가 나가지 않아서 권리금을 포기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다. 가게 위치가 나쁘지도 않으며, 코너에 있어 다른 가게보다 월세가 조금 비싼 편이었다.
“금리 2배 이상 올라 감당 못해”
“줄폐업 도미노, 상권 무너졌다”
C씨는 “오는 8월이면 계약 4년째다. 처음에는 장사가 잘돼서 묵시적으로 연장했는데 지난해 초부터 너무 안됐다”며 “하루에 20만원도 못 벌어 권리금 1억2000만원에 가게를 내놨는데, 아무도 보러 오지 않는다. 이제는 권리금 없이 그냥 내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C씨 만이 아니었다. 가게 인근에는 권리금을 붙인 가게들이 많이 나와 있는데 이들 중 권리금을 받고 나간 가게는 거의 없었다. 권리금이라도 받으려고 버티다가 결국 폐업하는 순이다.
C씨는 “주위에 오픈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가게들이 폐업하고 있는데, 너무 아깝다. 월세 등 고정 비용이 매달 빚으로 쌓이니 빠르게 접는 게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고 답답해했다.
폐업이 증가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식자재값의 증가다.
20년째 음식점을 운영 중인 D씨는 최근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매출이 100만원 수준인 데 비해 월세, 식자재값만 270만원가량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자식이 매장 일을 도와주고 있지만, 언제까지 신세를 질 수 없는 노릇이다.
그는 “가게를 접고 남의 집에서 일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원래 직원이 4명이나 있었는데, 지금은 전기요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업소용 냉장고도 뺐다. 그래도 역부족이다. 대출이자가 3배가량 뛴 상황서 식자재값마저 뛰니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며칠 뒤, B씨는 폐업을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선 민생회복을 위한 지원금 지급 목소리가 들린다.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을 통해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수용해달라”고 대통령실에 촉구했다.
답이 없다
박 원내대표는 “지금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한계 상황에 내몰려있다. 코로나 당시보다 더 어렵다”며 “지난해 폐업 외식업체가 17만개 급증했으며, 폐업률은 8.11%p 높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은 쓸 돈도 없고 자영업자들은 손님이 줄어 장사가 되지 않는데, 이대로 가다간 줄폐업 도미노에 지방상권이 무너질 지경이다. 한시가 급한 상황서 효과가 검증된 방법이 있는데 굳이 에둘러 갈 필요가 있는가”라며 재차 민생회복지원금 수용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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