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19 ~34세 청년 2명 중 1명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만 18세가 되면 자녀를 독립시키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던 미국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18~29세 중 절반 혹은 전부가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대학 후 공부를 더 하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기간이 길어지거나, 학자금 대출과 주택 비용 상승 등으로 경제적으로 안정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부모 세대에 비해 더 길어졌다.
미국의 부모 세대 평균, 개인이 대학을 졸업하고 가정을 꾸리기까지 평균 8년이 걸렸다면, 오늘날 젊은이들은 그보다 50% 이상의 기간이 더 걸린다고 한다. 자연스레 ‘독립’은 너무 먼 이야기가 돼 버렸다. 자녀가 성인이 되어 대학만 가면 내 할 일은 다 끝났다고 해방감을 느꼈던 과거의 부모들과 달리 오늘날 성인 자녀를 둔 부모는 더 오래 자녀를 지원해 줘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는 비단 경제적 지원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20대와 30대를 보내고 있는 자녀의 심리를 세심하게 살피고 든든한 정서적 지지자가 돼줘야 한다.
템플 대학교 심리학 및 신경과학 교수로서, 50년 가까이 청소년의 심리발달을 연구하고 부모 지침서를 집필해 온 로렌스 스타인버그는, 점차 청소년에서 성인이 되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사춘기의 끝이 19세가 아니며, 성인이 되는 시기는 이제 20세에서, 25세로 지연됐다고 말한다. 그에 따라 자녀가 성인이 되기까지 부모가 심리적 정서적 지원을 해 줘야 하는 기간도 최소 5년 이상 지연됐다.
이는 인류사에서 처음 겪는 일이다. 지금껏 인류는 이런 시대를 살아본 적이 없고, 따라서 그와 관련된 지침도 없다. 이렇듯 시대가 변했고 과거와는 비교할 데이터도 없는 상황에서, 부모는 과연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저자는 먼저 부모가 사회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 때는 스물다섯이면 취업했고, 서른엔 이미 가정을 꾸리고 애까지 있었는데, 왜 내 아이는 아직도 부모와 살며 자리를 못 잡고 있는 걸까?’ 이렇게 과거의 기준으로 자식을 판단하는 관점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20대·30대들이 얼마나 힘든 삶을 사는지 먼저 이해하고 자녀를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자녀 세대를 이해하려면, 저자는 절대 이 말을 써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바로 ‘내가 네 나이였을 때’이다. 당신이 청년이었을 때와 오늘날 청년들의 상황은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에 당신이 자녀에게 “내가 네 나이였을 때” 라며 이야기를 하거나 조언을 하는 것은, 자녀의 성취를 무시하는 비하적인 표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도저히 비교하는 생각을 버리기가 힘들다면, 자녀의 나이에서 최소한 5년을 빼고 다시 생각해 보라고 권한다. 예를 들어 자녀가 35세라면, 당신이 30세였을 때와 비교하는 것이다. 부모는 이러한 사회의 변화를 인식하고 자녀를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성인 자녀를 둔 부모의 첫 번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