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민생토론, 안정화가 우선이다

2024.03.19 09:45:33 호수 1471호

국가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하면 우선 당장 안정화(Stabilization)를 꾀해야 한다. 이때 어려운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미래 비전만 발표하면 더 큰 수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할 수 있다.



최근 윤석열정부도 어수선한 정국을 맞이해 안정화 정책을 펴야하는 입장이다.

이에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를 통해 국민과 직접 만나 행정부 권한으로 해결할 수 있는 현안부터 챙기는 정책을 펴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정동력을 얻어 각종 현안을 해결하려 했지만, 지금은 안정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기조로 바뀐 셈이다. 

야당은 민생토론회를 총선개입이라고 비방하지만 어쨌든 정부가 어수선한 상황서 안정화를 꾀하려 하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민생토론회는 최근까지 서울과 수도권 총 12회, 영남권 4회(부산, 대구, 창원, 울산), 충청권 2회(충남, 대전) 강원권 1회(춘천), 호남권 1회로 총 20회 열렸다.

만약 윤정부가 국정동력을 얻고 어수선한 정국을 안정화시킬 심산이라면 정책 공급자인 정부와 정책 수요자인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안정화의 의미와 기준과 시점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안정화 정책이 아닌 미래 비전만 얘기했다간 자칫 총선용 투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원래 안정화는 경제학서 화폐의 교환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한 나라의 화폐를 매입하거나 매각하는 행위나 특정 회계연도의 가격, 통화정책 등을 평준화하는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그리고 물리학에서는 어떤 외부의 힘에 의해 약간의 변화를 받기는 하여도 원래의 상태로부터 별로 벗어나지 않고 일정한 범위 안에 있는 상태, 또는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성질을 안정화라고 한다. 

또, 와인을 만들 때 박테리아나 이스트의 나쁜 효과를 제거하고, 물리적·화학적 안정을 위해 불필요한 탄닌, 페놀성 화합물 등을 제거함을 말하는 와인 용어로 안정화가 사용되기도 한다.

위 세 가지 예에서 안정화의 키워드를 찾아보면, 경제학에서는 ‘평준화’, 물리학에서는 ‘원래’, 와인에서는 ‘제거’를 들 수 있다.

즉 안정화는 목적이 평준화를 추구해야 하고, 기준이 되는 시점이 있어야 하고, 해가 되고 불필요한 것은 제거해야 안정화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만약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서 언급하는 정부 정책이 국가 전체 평준화나 최소한 수도권 평준화가 아닌 지역별 입맛에 맞는 평준화라면 우리 국민은 총선용 정책에 불과하다고 평가 절하할 것이다.

그리고 기준 시점도 원래 문제가 발생했던 시점이 아니고, 잘못된 요소도 과감하게 없애지 못하는 정책이라면 역시 우리 국민은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전 정부가 수많은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공급과 수요, 그리고 투기가 작용해서 만들어낸 시장의 원리에 의해 이미 올라버린 부동산 값을 평준화하기 위해 갖가지 정책을 사용했다가 오히려 부동산 값 폭등만 유발했던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전 정부 초기 2018년 서울 아파트 평균값이 6억원서 3년 후 9억원으로 올랐다. 이 때 2018년에 아파트를 산 사람은 6억원에, 2019년에 산 사람은 7억원에, 2020년에 산 사람은 8억원에, 2021년에 산 사람은 9억원에 샀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평준화의 기준을 어느 시점으로 봐야 할 것인지가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2018년에 아파트를 산 사람의 평준화 기준은 6억원이지만, 2019년이나 2020년에 산 사람의 기준은 각각 7억원과 8억원이 되기 때문이다.

경제학이나 물리학의 안정화와 마찬가지로 부동산의 안정화도 먼저 기준이 되는 시점이 분명히 정해져야 그 기준을 놓고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전 정부가 간과한 게 전 정부 실정의 원인이었다.

최근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약이나 각 정당의 지역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지역 평준화도 국가 평준화도 아닌 정당이나 후보 입맛에 맞는 각각의 정책만 내세우는 것 같다.

정책의 기준 시점도 여건상 도저히 임기 내에 감당 할 수 없는 정책들이 너무 많아 듣기조차 불편할 뿐이다.     

정당이나 후보가 공약을 발표하면서 와인을 만들 때 해롭고 불필요한 것을 제거함으로써 안정화를 꾀하는 것처럼 잘못된 정책도 과감히 제거하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그래야 안정화를 원하는 유권자로부터 박수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의 민생토론도 안정화의 세 가지 키워드처럼 ‘평준화’ ‘원래’ ‘제거’를 염두에 두고 국가 균형에 맞는 평준화를 논하고, 원래의 기준 시점을 적용하고, 해로운 것을 과감히 제거하는 얘기를 해야 성공적인 토론회가 될 것이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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