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날씨가 좋아 베란다 문을 열고 다육이 화분을 정리했다. 그런데 지난여름에 산 독일철화가 심겨진 8호 플라스틱 화분(이하 플분)이 며칠 전에 샀던 아메스트로가 심겨진 8호 플분보다 더 크게 보였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자로 재봤는데, 두 화분 사이즈는 같았다.
자세히 관찰해보니, 지난여름에 산 8호 플분은 여름 내내 강한 햇빛을 받아 색이 바래 화분 테두리가 희미했고, 며칠 전 샀던 8호 플분은 색이 바래지 않아 테두리가 선명했다.
필자는 아내에게 테두리가 선명한 화분은 작게 보이고, 테두리가 희미한 화분은 크게 보인다고 말했다. 아내도 비교적 옅은 색의 독일철화가 심어져 있는 화분이 더 크게 보이고, 진한 색의 아메스트로가 심어져 있는 화분이 더 작게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화분이 더 크게 보인다는 건 그만큼 시각적으로 확장성이 있다는 것을, 화분이 작게 보인다는 건 시각적으로 확장성보단 응집력이 더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장선상서 화분 안에 옅은 색의 식물이 심어 있으면 확장성이 크다는 의미고, 진한 색의 식물이 심어 있으면 응집력이 강하다는 의미다.
국가도 이웃 국가와 교류를 확대하려면 국경의 문턱을 낮추고 비자 발급 같은 규제를 완화해야 하고, 이웃 국가와 상관없이 자국이 응집하려면 국경을 강화해야 한다.
정당도 조직의 영역을 확장하려면 외부와의 경계를 완화해야 하고, 조직의 결속을 강화하려면 외부와의 경계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 총선 정국에 있는 양대 정당도 확장성과 응집력의 두 전략을 상황에 따라 잘 펼쳐야 총선서 승리할 수 있다.
특히 중도층을 잡으려면 확장성 전략을 세워야 하고, 자당의 지지표를 확실히 잡으려면 응집력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신당이 어떻게 응집력과 확장성 전략을 세울 수 있겠느냐다.
개혁신당(가칭) 이준석 대표와 새로운미래(가칭) 이낙연 인재영입위원장, 미래대연합(가칭) 김종민·조응천·이원욱 공동추진위원장,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 새로운선택 금태섭 대표가 지난 16일 열린 새로운미래 출범식과 같은 달 20일 열린 개혁신당 중앙당 창당대회에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제3지대 빅텐트라는 말이 나올만도 하다.
보수성향의 개혁신당과 진보성향의 새로운미래, 미래대연합, 한국의희망, 새로운선택이 ‘제3지대 빅텐트’를 만들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빅텐트 성사 여부를 떠나 이들이 함께 자주 모이는 이유는 각각 신당이 중도층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선거를 앞두고 창당된 신당이 실패한 이유는 응집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당은 양대 정당에 실망한 중도층을 모아 응집력을 키워야 한다.
정당이 정당으로서 정체성을 갖고 응집력을 키우기 위해선 최소한 2~3년쯤 걸린다. 그런데 선거 직전에 양대 정당으로부터 엑시트한 자들이 만든 신당이니 물리적으로 응집력은 약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선거서 이기려면 응집력을 바탕으로 양대 정당의 세를 끌어들이는 확장성도 필요한데, 급조된 신당은 응집력도 없고 확장성도 약하다는 점이다.
양대 정당은 정치성향이 약한 중도층을 향해 확장성을 가지려 하니 성공확률이 높지만, 신당은 중도층을 응집해 정치성향이 강한 양대 정당을 향해 확장성을 가져야 하니 성공확률이 높지 않다.
선거 때마다 양대 정당이 많은 표를 얻고 승리하는 이유가 바로 오랜 전통을 가진 색깔 있는 정당의 응집력과 이를 기반으로 중도층을 향해 확장성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빅텐트 건 신당이건 중도층이 자신들을 지지한다고 생각해선 큰 오산이다. 실제 선거에 들어가면 중도층은 80% 이상이 미우나 고우나 양대 정당을 택한다.
실제로 역대 선거를 봐도 국민의당을 제외하곤 제3지대를 외친 정당이 성공한 예가 없다.
필자는 신당 대표에게 응집력과 확장성을 확보하려면 “눈을 크게 뜨라”고 주문하고 싶다.
정당 대표가 대중 앞에서 눈을 크게 뜬다는 건 많은 유권자를 한 명도 놓치지 않고 다 포용하겠다는 소통의 확장 전략이고, 자신의 마음을 눈에 담아 유권자에게 더 많이 보여줌으로써 유권자를 절대 속이지 않겠다는 신뢰의 응집 전략이다.
검사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도 당내 대선후보 경선 때까진 강한 눈매와 강한 어투와 함께 강한 검사의 이미지만 보였다. 그래서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세력으로부터 윤 대통령의 강한 응집력이 정권교체에 적격하다고 평가받아 경선서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본선에선 중도층을 아우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기에 중도층을 포용하는 전략이 필요했다.
필자는 그게 바로 유세장서 눈을 크게 뜨고 유권자에게 신뢰를 보여주는 전략이었다고 생각한다. 거기다 당시 윤석열 대선후보가 유권자를 바라보면서 눈을 크게 뜨고, “여러분 저를 신뢰하지요? 저도 여러분을 신뢰합니다”라는 신뢰 찬스를 사용하면서 응집력까지 가질 수 있었다.
최근 정당 대표 중 지지자들 앞에서 눈을 크게 뜨고 현장에 모인 지지자들에겐 응집력을 끌어내고, TV를 보는 중도층 시청자들에겐 확장성을 끌어내는 모습을 보이는 대표가 한 명도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단기간에 응집력과 확장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신당 대표는 여의도 언어나 표정서 탈피하고, 그 일환으로 ‘눈을 크게 뜨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하지 않을까?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