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 딸, 칭얼대지도 못하나?” 비행기 노키즈존 공분

2024.01.11 17:43:13 호수 0호

네이트판에 억울함 호소한 엄마 되려 역관광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비행기가 노키즈존도 아닌데, 어느 정도의 소음은 허용돼야 하는 게 아닌가요?”



유치원생 딸과의 가족여행 중 비행기 안에서 불편함을 느꼈다는 한 누리꾼의 글이 역풍을 맞고 있다. 자신을 유치원생 딸을 키우는 엄마라고 소개한 누리꾼 A씨는 지난 10일, 포털사이트 네이트 내 커뮤니티인 ‘네이트판’에 ‘비행기는 노키즈존이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A씨는 “얼마 전, 가족들과 여행 차 10시간이 넘는 곳에 다녀왔다. 비행기에는 딸뿐만 아니라 돌도 지나지 않은 아기도 보였다”고 운을 뗐다.

그는 “아무래도 비행 시간이 길다 보니 중간에 아이들이 조금씩 울기도 했다”면서도 “딸은 소리지르며 울 나이는 지나서 심하게 울진 않았는데, 계속 칭얼거리고 중간에 한 번 빼액 하는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당시 딸은 ‘엄마, 아빠 이것 줘, 싫어’ 등 이런 짧은 말을 크게 냈을 뿐, 문제가 되는 것처럼 몇 십분 동안 계속해서 울지 않았다. 게다가 10시간 중 3시간은 거의 잤고, 나머지 시간만 보채면서 약 2초쯤 한 번씩 크게 소리지르거나 발버둥치고 칭얼거렸다.

그는 “옆 사람이 ‘아이 좀 케어해달라. 너무 불편하다’고 했다. 케어를 하지 않은 게 아니라 한 번씩 주의를 줬고 아이가 지루하니까 발버둥치면서 발로 옆 사람을 간혹 치킨 했다”며 “하지만 목례하려고 봤는데 그때마다 그분도 완전히 목이 꺾인 채로 자고 있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뭐라고 하길래 순간적으로 ‘죄송하다’고는 했는데 생각해보니 ‘너무 예민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행기는 노키즈존도 아니고 10시간 내내 빽빽 운 것도 아닌데 억울한 마음이 들어 글을 썼다”고 말했다.

아울러 “오는 내내일 수가 없는 게 3시간은 통으로 잤고, 시어머니가 데리고 왔다갔다 걸어다닌 것까지 감안하면 시끄러운 건 6시간 정도였다”며 “저도 당연히 눈치 보였다. 같이 탄 아기들 중 시끄럽게 울어서 계속 엄마가 서서 안고 가던 아기도 있었다. 노키즈존이 아닌 이상 이 정도의 소음은 허용돼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고 마무리했다.

해당 호소글에는 794명이 반대를, 23명은 추천 버튼을 누르는 등 회원들의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실제로 베플(가장 많은 추천수를 받은 댓글)에는 “노키즈존이 아니면 아이가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느냐? 물론 어린아이가 지루하고 힘드니 칭얼거리고, 앞좌석을 차거나 할 수 있지만 그걸 제지하고 사과하는 게 부모 몫이다” “자고 있는 옆 사람은 간혹 쳐도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놀랍다” “멀쩡하게 깨 있을 때 발로 차여도 빡칠 텐데, 남의 아이 발길질에 잠에서 깼는데 기분 좋을 리가 있나?” 등 A씨를 비판하는 댓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 외에도 “이거 맘충 욕먹이려고 일부러 올린 주작글 아냐? 욕을 이렇게 먹고 있는데도 추가글에 뻔뻔하게 더 킹받는 소리만 썼다” “3시간으로 통으로 자면 뭐하느냐? 6시간을 시끄럽게 군 거 아니냐? 본인 스스로가 시끄러웠다고 표현한 거 보면 다른 사람들이 느끼기엔 보통 아니었을 것 같다” “비행기가 키즈 카페도 아니지 않느냐? 자식 애XX라고 욕 먹이기 싫으면 공공장소 예절교육 잘하셔라” 등 지적 댓글이 달렸다.

반면 “부모가 쩔쩔 매면서 ‘죄송하다’고 아이 단속하기 위해 신경 곤두서있는 거 보면 너그러워진다. 쓰니(글 작성자)처럼 아이가 그럴 수도 있지. 아이가 몇 초나 떽떽거렸다고 등 시전하면 아이 앞날도 저주하는 심정이 무럭무럭 자랄 것” “아이들은 말도 하면 안 되고 움직이지도 말아야겠네요. 유독 아이들에게 예민한 사람들이 많다. 시끄럽게 소리지르고 우는 거 아니라면 그냥 귀엽게 봐줍시다” 등 A씨를 두둔하는 댓글도 눈에 띈다.

비행기는 장시간 동안 제한된 공간에 남녀노소가 함께 이용한다는 점 때문에 과거부터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해 8월엔 한 외국 항공사가 일정 금액 이상의 표를 구매할 경우, 성인 전용 구역을 이용할 수 있도록 비행기 내 ‘노키즈존’을 도입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해당 좌석은 비행기 앞쪽에 위치하며, 벽과 커튼 등으로 막아 아이들의 반복적인 울음이나 칭얼대는 소리 없이 쾌적하고 조용한 환경을 구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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