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초유’ 국회 인사청문회 도중 줄행랑한 김행 논란

2023.10.06 10:06:40 호수 0호

야 “자료 제출 부실에 답변 태도가 불량”
여 “질문 방식 부적절…위원장 중립 위반”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인사청문회 도중 국무위원 후보자가 줄행랑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지난 5일, 발생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선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통 끝에 열렸다.



앞서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지난달 27일, 여당과의 협의 없이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 및 증인 채택을 단독으로 의결했다며 청문회 보이콧을 시사했던 바 있다.

이날 오전, 권인숙 여가위원장(민주당)은 인사청문회 개의에 앞서 “지난달, 여당이 참석하지 않은 상태로 청문회 계획을 의결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 앞으로 위원회 회의가 여야 협의 하에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여가위 여당 간사인 정경희 의원은 “위원장이 지난번, 일방적이고 위법적으로 청문회 일정을 의결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는데, 청문회 일정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 몇 차례 상임위를 독단적으로 운영한 것에 대해서도 함께 유감을 표명한 것으류 이해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여당 의원들이 회의장 안으로 입장했고, 진통 끝에 인사청문회가 시작됐다.

하지만 김 후보자의 부실한 자료 제출을 두고 야당 의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여당 의원들도 “질의 방식이 부적절하다” “과도한 발언이다” 등의 후보자를 두둔하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이 오가면서 신경전 양상으로 변질됐다.


이날 야당 의원 및 권 위원장은 김 후보자의 코인 의혹 등 각종 논란에 대한 질문 태도 및 부실한 자료 제출을 문제 삼았다.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 딸의 소셜 뉴스 지분 거래 내역 등 총 19건의 자료를 요청했는데 단 3건을 받았다”며 “그 3건마저도 단답형으로(받았다”고 허탈해했다. 김 후보자는 “저희 딸은 공개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제출)할 수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같은 당 문정복 의원은 “위키트리가 생성한 기사를 스팀잇이라는 곳에 넣고 거기로부터 어마어마하게 스팀달러(코인)를 받았다”며 “위키트리는 더 많은 코인을 받기 위해 어뷰징(조회수 조작)까지 했고, 어마어마한 코인을 축적했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어마어마한 코인을 축적했을 거라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데 후보자께선 코인 지갑을 오픈할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우리 회사는 스팀잇과 코인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저는 코인쟁이 아니다”라며 “그걸로 돈 번 적 없다. 그렇게 얘기하지 마시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정 의원이 문 의원을 향해 “국무위원 후보자인데 답변을 틀어막으면서 ‘끼어들지 말라’고 하면 왜 불렀느냐”며 질의 방식을 지적했다.

문 의원도 “어떻게 의원이 발언하는 것을 가지고 가타부타하느냐”고 자리서 일어나 삿대질하며 따져 물었고, 정 의원은 “왜 가타부타 말을 못 하나. 기본적으로 예의를 지키라”고 질타했다. 이 과정서 정 의원은 문 의원에게 “야!”라고 부르기도 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도덕성, 자질을 검증하는 자리다. 우리가 질문하는 것은 형사법 위반 확인을 위해서가 아니다”라며 “도덕적 측면, 정치적으로나 도의적으로 사과할 부분 등의 문제를 제기하는데 이런 질문에 툭하면 ‘고발하라’는 태도를 묵과할 수 없다. 위원장이 지적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권 위원장은 “인사청문회라는 의미를 망각한 것 같다. 자료 요청과 밝히고 싶은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면서 고발하라고 반박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 20일 만에 주가 조작의 주범처럼 묘사됐다. (야당 의원들이)저를 형사범으로 몰고 있다”고 반박했다.

권 위원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감당하지 못하실 거라면 사퇴하시라. 본인이 범법했다는 의혹에 대해 증명 못하면서 ‘고발하라’ ‘자료 제공 못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몰아 붙였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위원장님은 중립을 지키시라고요!” “사과하세요”라며 일제히 항의했다. 지성호 의원이 “갑시다”하며 자리서 일어나 김 후보자에게 다가가자, 김 후보자도 자리서 일어나 주섬주섬 청문회 자료를 챙겼다.

김 후보자는 권 위원장의 “후보자 앉으세요”라는 지시에 응하지 않았고 여당 의원들과 함께 청문회장을 빠져 나갔다. 이들은 끝내 청문회장으로 돌아오지 않으면서 결국 오후 10시42분에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중단됐다.

권 위원장은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 협의하려고 했는데 후보자가 들어오지 않고 있는데 이건 인사청문회 무시, 국민의 알 권리 무시”라며 “있을 수 없는 행태며 사상 초유의 사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청문회를 파행으로 이끈 것은 후보자의 불성실한 태도다. 민주당 후보였어도 (저는)같은 얘기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가위는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중단된 점을 감안해, 하루 더 실시하기로 방침을 정했고 권 위원장은 6일 자정이 지나 청문회 개의를 선포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과 김 후보자는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청문회 정회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행방불명’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김 후보자를 비판했다. 용 의원은 “대한민국의 국무위원이 되겠다는 사람이 국회 인사청문회 도중 도망치는 게 이게 말이 되는 일이냐?”며 “문자 그대로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차라리 지금 도망치시면서 하늘 한 번 보시고, 크게 숨 한 번 쉬시고 사퇴하시는 게 더 낫겠다/ 부끄러운 줄 아시면, 도망치지 마시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오전,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인사청문회는 어제 끝난 것”이라고 말해 불참을 시사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여가위 전체회의를 다시 열겠다는 방침에 대해 “여야 합의 없이 차수 변경이 안 되고 후보자 동의도 있어야 하는데 위원장이나 민주당도 청문회란 단어를 쓰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라며 “청문회는 어제 끝났고 장관이 출석할 의무는 없다”고 일축했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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