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인구가 18세 이하 인구를 넘어서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한국은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900만 명을 넘으며 전체 인구의 17.5%를 차지했고 2년 후 2025년에는 20%를 돌파하여 본격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 확실시된다. 또한 7년 후인 2030년에는 노령화지수(14세 이하 인구 100명당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 비율)가 일본을 추월할 것이라고 한다(한국 301.6, 일본 293.8). 이 말은 세상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는 나라가 된다는 의미이다.
“한국은 다른 나라들이 100여 년에 걸쳐 이룬 성장을 매우 짧은 시간에 이뤄냈다. 적절한 사회보장 시스템, 연금 시스템이 없다. 체계적인 시스템 정비를 해야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다(2013년 10월11일, <뉴스토마토> 인터뷰).” 인구통계학자이자 미래학자인 브래들리 셔먼이 2013년 미국 은퇴자협회(AARP) 수석 고문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해 진단한 내용이다.
셔먼은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현상을 ‘슈퍼 에이지’로 부르는데 그에 따르면 한국은 슈퍼 에이지를 당장 눈앞에 두고 있다. 인터뷰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저자는 여전히 한국의 고령화 현실을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 이후부터 출생률이 더욱 크게 감소한 점, 택시 기사의 37%가 65세 이상이며 가장 나이가 많은 기사는 93세라는 사실도 책에서 언급한다. 정년 퇴직 제도를 바라보는 시선도 날카롭다.
셔먼은 일본과 한국 등에서 오직 나이를 기준으로 퇴직을 강제로 규정하는 정년 제도를 또 다른 형태의 에이지즘(ageism, 연령을 이유로 개인을 차별하거나 소외시키는 이념 및 행위)이라고 말하며 숙련된 노동자들이 기존의 일터를 떠나 저숙련·저임금 일자리로 옮겨 감으로써 국가 전체의 인적 자원에도 커다란 손실이 가해지는 점을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35개 국가가 사상 최초로 슈퍼 에이지에 돌입할 2030년이 되면 전 세계적으로 8520만명의 인재 부족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저자는 한국을 포함해 아이슬란드, 일본, 싱가포르 같은 일부 국가는 인구 고령화로 경제가 위축되는 현상을 되돌리기 힘들 것으로 전망한다.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 연금 수혜자들의 은퇴 연령을 상향 조정하고 노동자들의 근무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 기업에서 할 수 있는 개선안으로 근무 기간 연장을 위한 고령자 포용적 복지제도를 소개한다.
우리 사회에서도 현재 정년 연장이 노동계의 커다란 현안이다. 생산 인구 감소는 공적 연금에서 청년층의 부담으로 이어져 국가신용 등급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와 충격은 곧 노후 양극화로 이어진다. 하지만 슈퍼 에이지라는 메가트렌드는 이미 시작되었다. 그렇기에 이 사회의 경제적 성공이 지속될지 여부는 고령층 인구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경제 시스템 속에 끌어들이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