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112 신고 전화의 허와 실

  • 이윤호 교수
2023.06.02 11:40:44 호수 1430호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전화가 있다면 아마도 112가 아닐까 싶다. 시끄러운 이웃이 있어도, 층간소음으로 힘들 때도, 심지어 길을 잃었을 때도 가족보다 먼저 걸게 되는 전화가 112다.



언젠가부터 휴대전화의 단축 1번은 가족이나 집이 아니라 112로 입력해두라고 권하곤 했었다. 그만큼 중요하고 꼭 필요한 전화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112가 119와 함께 전형적으로 시의적절한 도움이나 지원을 찾는 시민들에게 가용하고 유용한 유일한 자원이기도 하다.

그렇다보니 너도나도 모든 세상사의 해결을 위해 112에 전화한다는 문제가 발생했고, 이는 곧 경찰의 과부하 및 경찰력의 낭비까지 초래하는 것은 물론, 도움이 필요한 시민에게 꼭 필요한 도움을 꼭 필요한 때에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야기하기도 한다. 게다가 장난 전화, 경찰 임무나 소관이 아닌 전화도 적지 않으며, 모든 신고자들이 긴급함을 호소해 경찰을 더욱 힘빠지게 한다.

놀라운 것은 112 신고 전화는 범죄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내용이라는 사실이다. 지난해, 미국 ‘Vera Institute’라는 범죄 문제를 주로 다루는 민간 연구기관서 볼티모어, 시애틀, 디트로이트 등을 포함한 9개 대도시 경찰에 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12(미국에서는 911) 신고 전화가 실제로는 경찰의 출동을 요하지 않는 것이었다. 경찰 출동이 신고자의 요구를 제대로 충족시키기 쉽지 않았고, 따라서 경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해당 연구서 확인된 바로는 전체 신고 전화의 62.6%가 확실한 안전의 우려도 없고, 법에 따라 체포가 요구되지도 않은 ‘비 범죄적(noncriminal)’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예컨대, 애완견을 잃어버렸을 때도 전통적으로 경찰이 처리하지만 이보단 비무장한 출동자가 문제 해결에 보다 더 효과적·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범죄적(criminal)’인 유형으로 분류된 상황조차도 빈곤, 노숙, 정신건강, 약물남용 등 통상적으로는 대중에게 위험이 되지 않고, 그래서 처음부터 범죄화되지 않아야 했을 사회적 문제인 데다 공중보건의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이들까지 범죄로 분류하고, 범죄화한다면 이는 제도적 과대범죄화(overcriminalization)를 초래하고, 이는 지나친 과대 경찰 활동과 교도소 과밀 수용을 비롯한 형사사법제도 전반에 과부하를 초래한다고 염려하는 것이다. 

실제로 신고 전화의 약 20% 정도는 비무장 출동자가 경찰이 없이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행동-건강 관련 상황이었다. 경찰은 이런 상황에 관련된 신고 전화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도록 준비되지 않은 데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되려 괴로움을 더하거나 때로는 두려움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나친 경찰 존재는 시민에게 안도감보다는 오히려 시민의 경찰에 대한 두려움과 지역사회에 대한 불안감을 배가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112 신고 전화에도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지금도 112 신고 전화에 대한 대응방식을 세분화하고 효율성을 높이고는 있다. 궁극적으로 시민의 보다 더 안전한 생활 및 더 효율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현재 경찰 대응 이상의 보다 광범위한 일련의 해결책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변화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이웃간 분쟁, 약물 오남용, 노숙, 정신건강과 관련된 신고 전화에 경찰을 대신해 훈련된 민간 위기 대응 전문가를 출동시키는 프로그램들이 미국 도시를 중심으로 실험되고 있다. 

경찰이 꼭 해결해야 할 일만 제대로 잘할 수 있도록 경찰 의존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 행동 건강, 정신건강, 복지 관련 문제 등 시민과 지역사회에 내재적 위험성이 없는 상황에 경찰 출동이 어쩌면 부적절할지도 모른다. 경찰의 보다 시의적절하고, 안전하고, 효과적인 대응과 출동을 제공하는 공공안전제도 체계의 재확립의 고민이 필요한 때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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