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벌써 1년’ 이원석 검찰총장

2023.05.30 13:37:07 호수 1429호

한동훈에 묻혀…흠집도 논란도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1년이 넘었다. 가장 비대해진 조직은 검찰이다. ‘윤석열 사단’ 검사 중 조용한 이로 알려진 이원석 검사가 총장을 맡고 있다. 검찰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이 총장을 향한 내부 평판은 그리 나쁘지 않다. 강압적 분위기가 아닌 일선 검사들의 수사에 대해 격려와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평가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해 9월16일 임명됐다.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이후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굵직한 사건들을 처리하면서 야권과의 트러블도 심해졌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달리 큰 논란의 중심에 선 적 없던 그는 더불어민주당 ‘핀셋 수사’에 소리 없이 강하게 수사에 임하고 있다.

호남 출신
적자 계보

이 총장은 1969년 5월14일 광주광역시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유난히 총명했다는 그는 광주동산초등학교·광주동성중학교·중동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에 진학했다.

1995년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27기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동기다. 이 총장은 서울지검 동부지청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후로 수원지검 검사,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 제주지검 부장검사, 창원지검 밀양지청장, 대검찰청 반부패부 수사지원과장 및 수사지휘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요직을 거쳤다.

흔히 말하는 ‘특수통’의 적자 계보를 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여환섭 전 법무연수원장·김후곤 전 서울고검장 등 각 기수 최고의 특수통으로 인정받은 이들과 이력이 겹친다. 특히 윤 대통령과는 서울지검 특수1부장 이후 여주지청장을 역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총장은 평검사 시절부터 굵직한 사건들을 맡아왔다. 대검 중수부서 2002년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 전달 사건 수사를 맡았다. 2005년엔 서울중앙지검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과 삼성 X파일 사건 등을 수사했다.

당시 이 총장은 대검 검찰연구관이던 윤 대통령과 함께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을 직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의 인연은 계속 이어졌다. 이 총장은 2007년 수원지검 특수부 검사로 윤 대통령과 함께 삼성 비자금 특검에서 함께 근무했다.

2011년에는 대검 중수부 검찰연구관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당시 중수부 1과장이 윤 대통령이었다. 당시 중수부는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맡았다.

이후 이 총장은 대검 수사지원과장과 수사지휘과장 등을 거치며 활약했다. 2016년 정운호 게이트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때 사법연수원 27기 동기인 최유정의 청탁을 뿌리치고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사로 잘 알려져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시절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 비리 의혹과 자원외교 수사를 맡은 바 있다.

2017년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위해 꾸려진 검찰 특별수사본부서 부장검사로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다. 아울러 삼성과 롯데·SK 등 대기업의 뇌물 혐의 등을 수사해 최순실(서원)과의 연관성을 밝혀내기도 했다.

여주지청장 재직 시절 해외 불법 재산 환수 합동조사단 초대 단장에 취임했다. 2019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취임한 뒤엔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으로 승진했다. 이때 이 총장은 ‘검찰개혁 8개안’ 기획을 총괄해 법무부와 협상을 벌였다.

전형적 ‘윤석열 사단’…한과 특수통 코스
‘검수원복’ 후 돈봉투·쌍방울·대장동 핀셋

2020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취임과 동시에 ‘윤석열 사단 해체’를 선언했다. 이 총장에게도 파장이 미쳤고 결국 수원고등검찰청 차장검사로 좌천됐다. 이후로는 공공연하게 추 전 장관과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직무 정지와 징계 청구를 비판하는 검사들의 성명 발표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 총장은 문재인정권 말인 2021년 6월 제주지검장으로 전보됐다. 문정권 후반 요직서 배제됐던 그는 윤정권으로 교체되면서 화려하게 복귀했다. 지난해 5월 그는 한 장관 취임 후 인사에서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발령받았다. 발령에 앞서 김 전 총장이 사퇴했고, 이에 이 총장이 총장 직무대리를 맡았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총장 장기 공석 사태를 잘 수습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내부 지지를 기반으로 외부의 날선 지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김후곤 전 서울고검장, 여환섭 전 법무연수원장, 이두봉 전 대전고검장 등과 함께 검찰총장 하마평에 오른 바 있다. 이 총장은 다른 후보군에 비해 몇 기수 아래였음에도, 윤정부 출범 직후부터 유력한 검찰총장 후보로 꼽혀왔다. 그는 지난달 18일 한 장관에 의해 검찰총장 후보자로 공식 제청됐다.

이 총장은 지명 직후 “검찰의 일에 비결이나 지름길은 있을 수 없다”며 “저는 검찰총장이라는 막중한 자리에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 앞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더욱 겸손하게 경청하고, 검찰 구성원 모두 힘을 합쳐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모든 힘을 다 쏟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총장의 인사청문회 당시 정치권에서는 상반된 평가가 오갔다. 청문위원들은 이 총장의 평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일부 논란에는 날을 세웠다.

이 총장은 청문회서 “다주택인 적도 없고, 위장전입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이 후보자가)살아온 이력을 보면 굉장히 선비이신 것 같다”며 “골프채도 한 번 안 잡으셨고 굉장히 예외적인, 보기 좋다”고 언급했다.

단단한
내부 기반

당시 민주당 소속이던 김남국 의원(현재 무소속)도 청문회 초반 “후보자에 대해 주변 평가가 좋은 것 같다”며 “겸손하다, 원만하시다, 굵직한 사건을 처리한 다양한 경험과 뛰어난 역량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문회장서 주로 언급된 논란은 수사 기밀 누설과 쪼개기 증여 의혹이다. 수사 기밀 누설 논란은 2016년 당시 정운호 게이트를 수사하던 이 총장이 연수원 동기로 친분이 두터운 법원행정처 판사에게 수사 기밀을 누설했다는 의혹이다.

과거 검찰 잣대에 비춰보면 이 총장의 행위는 기밀 유출에 해당하고, 문제가 크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사법 농단 사건 당시 검찰이 기소했던 판사들의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통상 검찰은 판사 비리의 경우 기소 시점이 임박해서야 법원행정처에 통보한다.

기소 전에 이를 통보한 이 총장의 행위가 상당히 이례적으로 보인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총장은 국회 제출 답변서를 통해 관련 내용에 대해 소명했다. 그는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것이 전혀 아니다. 공무상비밀누설죄는 국가 기능에 장애를 초래해야 하는데, 당시 비위 법관의 재판 직무배제, 감사·징계, 탄핵 등 국가 기능의 유지를 위해 법원의 감사·징계 담당자에게 통보한 것”이라며 “1심서 징역 7년이 선고될 만큼 엄정한 수사로 법관 비리를 단죄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쪼개기 증여 의혹은 이 총장의 두 아들이 미성년자였을 때 이 후보자 장모로부터 재개발 예정지 지분 일부를 증여받은 것에서 비롯됐다.

이 총장은 취임 일성으로 ‘성역 없는 수사’를 천명했다. 그는 이날 대검찰청서 열린 취임식서 “법 집행에는 예외도, 혜택도, 성역도 있을 수 없고 검찰권은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행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앞으로 수사 역량을 집중할 수사 부문으로는 ▲민생 침해 범죄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 ▲금융증권범죄 ▲구조적 비리 범죄 등을 꼽았다. 특히 한비자의 고사성어 ‘법불아귀’(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와 ‘승불요곡’(먹줄은 굽은 것을 따라 휘지 않는다)을 인용하며 절제와 원칙을 주문했다. 

‘식물 총장’
여전한 꼬리표

이 총장의 첫 공식 외부 일정은 경찰 방문이었다. 그는 지난해 9월19일 경찰청을 찾아 윤희근 경찰청장과 약 20분간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이 총장은 면담 전 기자들의 질문에 “경찰과 검찰은 범죄로부터 국민 생명과 신체, 안전, 재산을 지키는 공통의 목적을 가진 기관으로 가장 긴밀하게 협력하고 협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장 앞에 놓인 수많은 난제 중에서도 단연 시급한 해결이 필요해 보이는 것은 ‘식물 총장’ 논란이다. 앞서 이 총장이 임명되기에 앞서, 한 장관의 주도 아래 총 세 차례의 대규모 검찰 인사가 단행됐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 조직 운영의 주도권을 장악한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랐다.

동시에 향후 취임할 검찰총장의 재량은 사실상 전무할 것이라는 ‘허수아비 총장’ ‘식물 총장’ 우려가 제기됐다. 더구나 예상 후보군 안쪽에 있던 이 총장 후보 지명이 확정되면서 이 같은 비판 여론은 더욱 확산됐다.

이에 대해 이 총장은 직무대리 시절 인선에 충분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하지만 관련 논란을 완전히 벗어던지기 위해서는 검찰의 독립성을 명확히 입증할만한 계기가 필요해 보인다.

문제는 현 검찰 수사를 두고 이미 ‘야권 탄압’ ‘보복수사’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는 점이다. 검찰은 현재 ▲대장동 ▲민주당 ‘돈봉투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 민주당 관련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현 정권과 얽힌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는 진행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은 주범들이 기소된 지 2년이 돼간다. 하지만 김 여사는 단 한 번도 소환되지 않았다.

이 총장은 “주저앉아 있던 검찰이 다시 일어나 헝클어진 실타래를 하나씩 풀고, 긍지와 열정을 갖고 국민에 봉사하는 기관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고 지난 1년을 돌아봤다.

현 정권 수사는 제자리
수사 중립성 논란 자초

이 총장은 최근 대검찰청서 열린 월례회의서 지난해 5월23일 검찰총장 직무대리로서 “바뀐 법률 탓만 할 수는 없다.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전력을 다하는 것이 국민 신뢰를 얻는 유일한 길”이라 말한 것을 상기시켰다.

이 총장은 ‘검수원복’을 두고 “검찰의 권한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다시 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최근 대검 마약·조직범죄부를 되살리고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수부를 직제화한 일 등에는 “물을 깊이 파 큰 배를 띄워 국민의 기본권을 두텁게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보이스피싱·전세사기·마약범죄 등 수사 성과를 나열하며 “검찰의 첫째 과제는 ‘민생 침해 범죄’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해 평온한 일상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7월 보이스피싱합수단 출범 후 총책 등 총 236명을 입건했으며 64명을 구속했고 그 결과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2021년 7744억원서 지난해 5438억원으로 30% 대폭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또 성폭력과 스토킹 범죄에도 엄정 대응해 여성·아동 보호에 노력했다고도 설명했다.

야권서 ‘정치적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 수사에 대해서는 “진실을 규명해 누구든 인간으로서 가진 불가침의 권리를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장기간 북한과 연계해 지하조직을 구축하고 지령에 따라 기밀을 수집·제공함으로써 공동체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 범죄를 다수 적발해 헌법 가치 수호를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또 이 총장은 최근 언급되고 있는 6월 조기 검찰 간부 인사 가능성을 부인했다.

앞으로
행보는?

이 총장은 지난 15일 대검 간부회의서 “6월 인사는 없을 예정”이라며 “인사가 있을 때까지 맡은 바 최선을 다해 일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최근 검찰 조직개편과 맞물려 간부 인사도 평소보다 이른 6월에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는데 이를 일축한 셈이다. 검사장·부장검사 등 검찰 간부 인사는 매년 7월 전후 단행된다. 법조계에선 오는 9월 검찰 간부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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