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발 4월 위기설 시나리오

2023.04.10 12:42:08 호수 1422호

꽃만 피면 공포 분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5월은 가정의 달, 6월은 보훈의 달, 4월은 북한의 달이다. 북한 관련 정보원들은 지난달부터 이달 있을 북한 도발 시나리오를 그려보고 있다.” <일요시사>와 만난 북한 소식 관련 취재원은 대북 정보기관과 군 당국이 벌써 북한 도발에 대응할 채비를 끝마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4월만 되면 시끄러워지는 ‘윗동네’가 올해도 어김없이 ‘대남 도발’을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북한의 4월이 유독 시끄러운 이유는 각종 기념일이 4월 셋째 주와 넷째 주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우선 오는 11일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제1비서로, 13일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추대받은 날이다. 3대 세습이라는 소문이 ‘공식적으로’ 대외에 알려진 날로, 김 위원장은 2012년 4월11일과 13일에 당과 북한 정부의 ‘최고직책’에 올랐다.

도발 가능성

김 위원장은 4월11일 이전까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부임해 있다가 당일 조선노동당 4차 대표자회서 제1비서로 추대됐고, 이틀 후인 13일 최고인민회의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등극하며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직책을 모두 세습받았다. 올해는 그로부터 11주년이 된다.

한편, 15일은 북한이 최대의 명절로 삼고 있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이다. 북한에선 이를 ‘태양절’이라고 부르는데, 김일성 탄생 50주년이 되는 1962년부터 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해 기념해오고 있다.

북한 관영 매체는 태양절이라는 의미가 “수령님의 존함은 곧 태양”이라며 “그런 고로 4·15절을 태양절로 명명한다”고 북한 주민들에게 선전했다.


태양절을 기념하는 북한의 문화는 1994년 김일성 사망 후부터 더욱 공고히 됐고, 북한서만 사용하는 주체 연호와 김일성 헌법까지 도입해 ‘김일성 우상화’의 종지부를 찍었다.

태양절이 되면 여러 가지 축제들이 열린다. 김일성화 축제나 국가산업미술전람회, 전국무도선수권대회, 만경대상국제마라톤대회가 모두 이날 열리며, 항상 대규모 불꽃놀이가 대미를 장식한다.

김 위원장의 ‘최고 권력 승계’ 기념일과 김일성의 태양절이 지나면 조선인민혁명군의 창건기념일이 다가온다. 이날도 북한서 기념하고 있는 민족 최대 명절이다.

북한 측 주장에 따르면 김일성은 항일 빨치산 활동을 해오다 1932년 4월25일 여러 군벌, 마적, 독립군, 혁명군 등을 통합해 인민유격대를 결성했다. 

김정일 추대일, 김일성 생일, 혁명군 창건일… 
각종 국가 기념일 몰려…이번엔 핵카드 만지작? 

근현대사를 전공한 역사학자 대부분은 북한서 주장하는 김일성의 행적에 과장과 왜곡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의 항일 행적을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의 뿌리로 인식하고 있다. 

북한은 1996년부터 4월25일을 또 하나의 국가 명절로 제정한 바 있으며 2018년부터는 조선인민군과 조선인민혁명군을 구분해 4월25일을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로, 2월8일을 건군절로 기념해오고 있다. 사실 기념일을 두 개로 구분한 시점인 2018년부터 혁명군 창건일은 그전보다 주목을 덜 받아왔다.

김정은 체제가 안정화가 되면서부터 북한 군부가 혁명군 창건일보다 건군절 창건일을 더 큰 행사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소식에 정통한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김정일의 성향이 그대로 담겨있는 행보다. 자기 정치를 한 지 얼마 안된 김 위원장이 이전에 있던 여러 기념일들을 본인 위주로 개편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는 특별하다. 지난해는 90주년이었으니 성대했을 것이고, 올해는 한미정상회담과 제7차 핵실험 등이 걸려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북한은 몇 년간 쉬엄쉬엄 지나가던 혁명군 창건일을 지난해 성대하게 치른 바 있다. 김일성광장서 열병식 식전행사를 성대하게 시작하더니, 본행사는 장비 250여대가 동원될 만큼 대규모로 치렀다. 이날 행사에는 각종 대륙간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 등이 등장했으며, 마지막엔 화성-17이라는 초대형 미사일이 소개됐다.

지난 2월8일엔 이미 창설 75주년 기념 열병식이 진행된 바 있다. 이날 행사는 지난해 4월 행사와 규모가 비슷했고, 북한 주민들에게 소개된 무기들도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때 열병식을 진행했으니 이번 창건일엔 조용히 지나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정상회담 의식 미사일·위성 발사?
제7차 핵실험 가능성도? “가능성 낮다”

그러나 정계발 소식통에서는 4월에도 대규모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며 3주 차 전후로 제7차 핵실험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들의 근거는 북한군의 신무기 개발과 오는 26일에 예정된 한미정상회담 등에 두고 있다. 지난해 북한은 올해 4월까지 위성발사 준비를 끝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날 발표를 두고 군사 전문가들은 군사 목적으로 개발될 북한 위성이 오는 25일에 맞춰 발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또 북한이 국빈 방문으로 미국에 갈 윤석열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미사일의 정상각도 발사, 제7차 핵실험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사 전문가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제7차 핵실험은 지난해부터 이미 다 준비돼있다. 실행만 하면 되는 단계에 접어들었을 것”이라며 “올해 4월이 주목받는 이유는 윤 대통령이 처음 국빈 방문으로 미국에 가고, 북한이 오랜 시간 준비해온 위성 발사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4월 핵실험 주장이 ‘터무니없는 낭설’이라고 주장하는 북한 전문가들도 있다. 최근 <일요시사>와 만난 북한 관련 전문가는 “기념일에 핵실험을 하는 경우는 이제껏 딱 한 번 있었다”며 “북한의 핵은 이미 완성됐다고 봐야 한다. 북한의 핵실험은 더 이상 군사적 성격이 아니라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 미국과의 대화를 위해서 사용하는 수단으로 전락한지 오래”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신경은 요즘 온통 우크라이나에게로만 향해 있다. 북한이 어떤 도발을 해도 상대해주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미국과의 협상 카드로 이달 핵실험은 가능성이 매우 낮다. 미사일이나 위성을 몇 개 쏘는 것이 전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비는?


대통령실 관계자는 태양절과 혁명군 창건일을 앞두고 한국 안보기관과 군 당국은 이미 도발에 대응할 채비를 끝마쳤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매해 반복되는 북 도발에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어떤 도발을 하던 대한민국의 안보는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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