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끼임사고’ 행동 나선 민노총, 서울대병원 배너 화제

2022.10.21 17:21:06 호수 0호

사고현장 가린 후 작업 지시 및 장례식장 빵 지급도 도마

[일요시사 취재2팀] 강운지 기자 = ‘20대 노동자 끼임사’ 사건으로 인해 촉발된 SPC 불매운동이 온라인을 통해 번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병원 복도에 배너 광고판이 등장했다.



해당 배너는 21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에서 만든 것으로 서울 종로구 혜화동 소재의 서울대병원 복도에 설치됐다.

배너 상단에는 ‘아래는 휴식 시간 안 주고, 노동자 차별하고, 약속도 안 지키는 SPC가 운영하는 점포입니다’라며 ‘파리바게뜨, 파스쿠찌, 파리크라상, 던킨도너츠’ 등 SPC 계열 업체명이 나열됐다.

하단에는 ‘대신 가기 좋은 가게’로 ‘암병원 B2층 이로마띠꼬, 암병원 1층 티카페, 본관 2층 다사랑’ 등의 업체들을  제시했다.

누리꾼들은 “노조 행동력이 꽤 세다” “꼴 좋다” “전부 다 불매해야겠다” 등의 통쾌한 심정을 전했다.

이는 앞서 지난 15일 경기도 평택의 SPL 제빵공장에서 일어난 ‘20대 노동자 끼임사’ 사고에 경종을 울리는 민노총 차원의 퍼포먼스로 보인다. SPL은 빵 반죽과 재료를 제작해 납품하는 업체로, SPC그룹의 계열사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노동자 A(23)씨는 오전 6시20분경 빵 소스를 배합하는 작업 도중 소스 교반기(재료 등을 휘저어 섞는 기구) 안에 상반신이 끼어 숨졌다.

교반기에는 인터록(자동 방호장치)가 부착돼있지 않아 끼임 사고 당시 자동 중지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 또 2인1조 근무가 원칙임에도 ‘당시 A씨가 혼자서 근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이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PC 측은 “현장에 있던 동료 직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일어난 사고”라며 “CCTV가 현장을 비추고 있지 않아 경위를 확실히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SPC는 안전조치 미비뿐만 아니라 사고 후 처리 과정에서 더욱 빈축을 샀다.

A씨의 사망 사고 현장에 천을 둘러놓은 채 직원들을 다른 기계서 작업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는 사망 현장을 목격한 직원의 트라우마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로 누리꾼들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다.

게다가 이튿 날에는 A씨 장례식장에 계열사인 파리바게뜨 ‘땅콩크림빵’과 ‘단팥빵’이 든 상자 두 개를 보낸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전 국민의 공분을 일으켰다. 

논란이 일자 SPC는 “직원들에게 통상적으로 지급되는 경조사 지원품”이라고 해명했지만 비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조짐이 보이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21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SPC 본사에서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질책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사고 다음 날, 인근에서 작업이 진행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그 어떤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황재복 SPC그룹 대표이사도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1000억원을 투자해 그룹 전반의 안전 경영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uj0412@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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