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아동 성범죄자 김근식의 수감생활은 어땠을까. 교도소 재·출소자들의 목격담에 따르면 김근식은 긴 수감 기간에도 불구하고 끝내 수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또한 교정당국 지침에 반발하고 욱하는 성격을 참지 못한 탓에, 교도소 내부 징계도 꾸준히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근식은 2000년과 2006년 인천광역시 및 경기도 일대에서 미성년자 12명을 강제추행·성폭행한 아동 성범죄자다. 2000년 범행으로 5년6개월을 복역한 뒤, 2006년 출소 16일 만에 다시 성폭행을 저질렀다.
이후 성범죄와 재소자 폭행을 묶어 16년째 복역 중이다.
앞서 김근식은 여러 차례 이감되다 결국 안양교도소로 옮겨졌다. 안양교도소의 기결수들은 분류 심사에서 3~4급을 받은 이가 대부분으로, 흉악범·재범·누범 등이 여기 포함된다.
<일요시사>는 김근식과 함께 수감됐던 출소자 일부와 연락이 닿았다.
출소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김근식과 같은 기간에 수감됐다고 해도, 교도소 안에서 마주한 재소자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김근식이 스스로 ‘단절’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안양교도소에서 복역한 A씨는 “김근식은 감방 밖으로 거의 나오질 않았다. 식사도 방에서 혼자 했고, 운동 시간도 달랐다”며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걸 극도로 꺼리는 것 같았다”고 기억했다.
A씨 설명에 따르면 재소자는 하루에 약 30~40분 정도 운동 시간을 부여받는다. 재소자 대부분은 함께 운동 시간을 보내는 데 반해, 김근식을 비롯한 일부 ‘특별관리대상’은 다른 시간을 배정받았다.
한 자릿수에 불과한 이들은 운동 중 서로 별다른 교류가 오가지 않는다고 한다.
김근식은 수형자 작업(노역) 또한 완강히 거부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 제 66조에 따르면 수형자는 자신에게 부과된 작업과 그 밖의 노역을 수행할 의무를 가진다.
하지만 최근 재소자 인권 신장이 화두에 오르면서 예전만큼 강제성을 두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 퇴직했다는 한 교정당국 관계자는 “의무라곤 해도 본인이 징벌(교도소 내부 징계)까지 각오한 채 거부하면 더 강제할 방법이 없다. 관련법에도 ‘교도소장 직권으로 작업을 면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출소자 증언에 의하면 김근식은 교정당국 지침을 상습적으로 거부해 징벌을 수십차례 받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혼거 거부’다. 재소자가 다른 재소자와 함께 수감되면 ‘혼거’, 혼자 수감되면 ‘독거’라고 칭한다.
김근식은 혼거가 결정되자 동료 재소자들에게 폭언 등을 일삼으며 난동을 부렸다. 이 때문에 ‘금치’ 등 징벌을 밥 먹듯이 받으면서도 아랑곳하지 않자, 결국 교정당국이 김근식의 독거실 수감을 결정했다는 것.
과거 대전교도소에서 복역한 B씨는 “금치는 독방에 가두고 면회·운동 등을 모두 금지하는 중한 처분”이라며 “여느 재소자들은 한 번만 당해도 몸서리를 칠 일인데, 김근식은 그런 걸 계속 받으면서도 고집을 부렸으니 교도관들도 당혹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김근식을 실제로 대면한 재소자는 ‘도우미’를 한 몇몇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도우미는 교도관 지시에 따라 배식·거실 청소 등을 담당하는 재소자다. 죄질이 비교적 덜 불량한 절도범·사기범 등이 주로 도우미로 활동한다.
이와 관련해 B씨는 “김근식이 잠시 혼거실에 있을 때를 제외하면 다른 재소자들이 (김근식을)볼 일이 딱히 없다. 도우미 했던 재소자들이 김근식 방을 다녀와서 ‘이랬더라 저랬더라’ 말하는 정도”라고 전했다.
김근식은 감정·충동 조절에 어려움을 보였다. 김근식은 대전교도소에 수감된 2013·2014년 동료 재소자를 폭행해 두 차례 옥중 재판을 받았다. 상해죄가 인정되면서 김근식의 형량은 기존 15년에서 16년으로 1년 늘어났다.
하지만 이 이후로는 폭력 행사를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A씨는 “김근식이 폭력을 썼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다”며 “폭언·욕설을 일삼았다는 말은 있었지만 얀양에서 누가 맞았다는 건 금시초문”이라고 회상했다.
한편 김근식은 이번 달 출소할 예정이었지만, 새로운 성범죄 혐의가 드러나면서 재구속된 상태다.
A씨는 <일요시사>에 “(김근식은)형량이 길었고 수감생활을 힘겨워했던 만큼 나가고 싶은 열망도 컸을 것”이라며 “나도 감옥을 다녀온 입장에서 봤을 때 김근식이 이번 재구속으로 큰 심적 고통을 느끼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