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검찰에 접수된 ‘보복범죄’ 건수가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보복범죄는 자신이나 가족이 범죄나 사고로 입은 신체적·정신적·물질적 피해에 대한 보복을 가해자에게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복범죄는 그 자체만으로도 강력 범죄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나 제보자 등의 신고를 위축시킨다. 이는 곧 형사사법기관의 작동과 기능을 위협해 존재 이유조차 흔들리게 하며, 사법기관에 대한 시민의 불신을 조장하게 한다.
보복범죄는 범죄에 대한 최초 신고를 이유로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범죄조직 간 충돌 등 다양한 관계와 형태와 동기에서 비롯된다. 일반적으로는 어떤 것이나 무언가에 앙심을 품고 그것을 보복하기 위해 저지르는 범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사회적 문제이자, 관심사가 되고 있는 형태의 보복범죄는 일종의 ‘관계 폭력(Relationship violence)’에 가깝다. 헤어지기를 원하는 상대에 대한 헤어지기 싫어하는 가해자의 일방적 보복 행위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보복과 복수 범죄를 혼용하듯, 미국에서도 ‘Retaliatory’ 범죄와 ‘Revenge’ 범죄라는 용어를 상호교환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복수나 보복은 범죄와 폭력에 대한 잘 알려진 동기임에는 틀림이 없다. 미국의 연방수사국 FBI에서도 대부분의 치명적 폭력은 ‘무작위 공격(Random aggression)’의 결과가 아니라 대인관계의 갈등에 대한 ‘폭력적, 보복적 반응과 대응(Violent, retaliatory responses to interpersonal conflict)’이라고 직시하고 있다.
보복적·복수적 폭력은 누군가가 자신이 부당한 취급을 받았다고 느끼고 되갚아주기로 결정할 때 발생한다는 것이다.
높아진 사회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보복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현재 우리의 보복범죄 대처 행태를 보자.
스토킹과 같은 보복범죄로 이어지기 쉬운 범죄 피해가 발생하면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지만, 대부분은 혐의자가 귀가 조치되면서 신고에 분노한 혐의자의 보복 범죄만 부추기는 꼴이 된다. 신고와 동시에 필요한 피해자와 그 가족 등에 대한 필요한 신변보호 조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혐의자 신변을 확보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실제로 영장제도나 구속제도의 허점으로 피의자와 피해자를 확실하고 안전하게 분리조치할 수 없어 신변보호를 받고도 2차 피해를 당하기 일쑤고, 2차 피해를 당한 피해자 10명 중 1명은 살해당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최근발생한 신당역 역무원 피살사건이 이런 맹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렇다면 왜 혐의자에 대한 신병 확보가 안 되거나 어려운 것인가. 현행법은 피의자 구속 이유를 ▲도주의 우려 ▲증거인멸 ▲주거 부정 등 3가지로 제한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런 이유로 사법제도가 범죄예방을 최우선 목표라면 가장 포괄적으로는 범죄의 중대성, 넓게는 재범의 가능성, 좁게는 피해자나 신고자에 대한 보복과 위해의 우려를 구속 사유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지금까지의 가해자 중심의, 가해자 지향의 접근에서 이제는 피해자 중심, 피해자 지향으로 접근해야 하며, 피의자 구속 여부의 심사에서도 피해자 배려가 쟁점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피해자 보호에 그칠 것이 아니라, 가해자의 접근 차단이라는 적극적·능동적·실효적 조치의 필요성을 생각해봐야 함을 뜻한다. 신변보호를 위해 가해자의 접근금지명령과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제공하기 보단, 가해자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장치의 필요성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윤호는?]
▲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