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보증권-두산중공업, 바로세움3차 수상한 밀월 내막

2021.01.26 07:44:33 호수 1307호

페이퍼컴퍼니 밀어주고 끌어주고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장지선 기자 = 서울 강남에 위치한 수천억원대 빌딩의 소유권을 둘러싼 공방전이 전환점을 맞았다. 끝난 줄 알았던 소유권 분쟁은 재심 가능성과 함께 전혀 다른 국면을 연출하고 있다. 이참에 건물의 주인이 된 페이퍼컴퍼니와, 자금을 빌려준 증권사와의 협력 관계가 부각되는 양상이다. 
 

▲ 에이프로스퀘어 ⓒ카카오맵

바로세움3차(현 에이프로스퀘어)는 서울 서초구 교보타워사거리 인근에 2011년 1월 완공된 지상 15층 건물이다.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과 교보타워를 낀 강남대로 한복판의 노른자 빌딩으로 꼽힌다. 2008년 프로젝트가 가동될 때만 해도 순조로운 분위기였다. 시공사였던 두산중공업은 PF 대출 보증을 섰고, 이를 토대로 시행사인 시선RDI는 1200억원을 금융권에서 조달했다. 

바로세움3차

하지만 해당 프로젝트는 저조한 분양으로 인해 준공을 앞두고 휘청거렸다. 이에 두산중공업은 2011년 5월, 기업 어음 상환 불이행을 이유로 시행사의 채무를 인수했고, 곧바로 바로세움3차를 공매처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두산중공업은 채무인수 직전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더케이’를 통해 PF 상환용 자금 1370억원에 대한 채무보증을 실시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얼마 후 바로세움3차는 두산중공업에 고민거리를 안겼다.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금융비용이 문제였다. 

시선RDI가 프로젝트를 주도하던 시기에 1200억원 수준이었던 대출 규모는, 두산중공업이 시선RDI 채무의 대위변제에 나선 2011년 5월31일 기준 1370억원으로 뛰어올랐다. 매각이 지연될수록 대출 규모는 확대됐고, 이에 따른 부담은 온전히 두산중공업의 몫이었다.


▲2011년 10월7일 1390억원 ▲2012년 1월10일 1410억원 ▲2012년 4월13일 1450억원 ▲2012년 10월12일 1520억원 ▲2013년 10월14일 1590억원 등 두산중공업의 채무보증액은 리파이낸싱이 이뤄질 때마다 확대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눈여겨볼 부분은 더케이가 바로세움3차의 주인으로 등극한 이후 발생한 내부 파열음이다. 더케이와 교보증권 사이에 오고간 ‘법률의견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작용한다.

2013년 9월4일자로 작성된 법률의견서는 더케이 측(법무법인 광장)이 바로세움3차 관련 소송 및 신탁수익권 권리관계를 정리해 교보증권에 보낸 문건이다.

수신에 앞서 교보증권은 ▲1순위 우선수익권의 귀속주체 및 더케이에 대해 회생절차가 개시될 경우 우선수익권자에 대한 근질권자의 지위 ▲우선수익자 변경등기 관련 ▲사업계획승인의 승계 및 취소 문제 ▲본건 임대차계약의 효력 ▲승계 및 명도 문제 등 바로세움3차 관련 현안에 대해 우려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회생절차에 대한 언급이다. 더케이 측은 법률의견서에서 더케이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될 경우 1순위 수익권자에 대한 근질권자의 지위 변동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교보증권은 더케이 회생절차가 바로세움3차 소유권에 영향을 줄 경우, 궁극적으로 대출금 상환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추측된다.

더케이의 기존 임원들이 교보증권의 의도와 다른 행보를 드러냈음을 추측케 할 단서도 엿보인다.

법률의견서에는 “주주와 임원을 해당 대주단이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자로 교체한다면 본건 리파이낸싱 이후 더케이가 해당 대주단이 예상하지 못한 채무를 부담하는 행위를 할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적혀 있다.

곳곳서 발생한 내부 파열음
이례적 재심 여부 ‘발등에 불’

실제로 기존 더케이의 이모 사내이사와 조모 감사는 법률의견서가 작성된 지 20일 후인 9월23일부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이들이 사임한 날 양모 사내이사와 서모 감사가 새롭게 부임했고, 이후 교보증권은 바로세움3차가 매각될 때까지 대주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해당문서는 교보증권이 신규대출에 앞서 바로세움3차 주변에 산재한 위험요인을 가볍게 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 무렵 시선RDI는 바로세움3차 소유권을 놓고 더케이·한국자산신탁(한자신)과 법정 다툼을 이어갔다.


▲공매등처분절차진행금지가처분(피신청인 한자신)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피신청인 한자신) ▲우선수익자지위부존재확인(피신청인 더케이) ▲신탁재산처분금지(피신청인 한자신) 등 시선RDI가 제기한 소송만 4건이었다. 이 가운데 우선수익자지위부존재확인과 신탁재산처분금지 소송은 의견서 작성 시점에서 법률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던 상황이었다.

게다가 당시 더케이와 두산중공업은 더딘 바로세움3차 매각 작업으로 인해 리파이낸싱에 급급했고, 교보증권은 이 과정에 깊숙이 관여해야 했다. 양 측이 의견서를 주고받기 석 달 전인 2013년 6월27일 더케이는 유동화법인 ‘케이원바로세움제일차’를 통해 720억원대 전자단기사채(ABSTB)를 차환 발행했다. 자금 조달은 기존 발행된 ABCP(1510억원)의 일부를 상환하기 위함이었다. ABSTB의 만기일은 2013년 9월26일이었고, 발행주관과 업무수탁은 교보증권이 담당했다.
 

▲ ▲ 법률 의견서

또 하나의 주목할 부분은, 이 무렵 교보증권은 바로세움3차의 1순위 수익권자가 시선RID의 자회사인 ‘시선바로세움’임을 인지했다는 사실이다. 두산중공업의 대위변제를 통해 ‘당연취득’한 1순위 우선수익권을 넘겨받았다고 설명하는 더케이의 입장과 달리, 교보증권은 법률적 측면에서 향후 소유권 행사에 제약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점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다. 

실제로 서류상에서 시선바로세움의 1순위 우선수익권자 지위는 2014년 2월까지 이어진다. ‘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가 바로세움3차 인수 대금 1680억원을 납부한 시기(2013년 12월24일) 이후에도 1순위 수익권자 지위가 유효됐던 셈이다.

더케이가 시선바로세움으로부터 1순위 수익권자 지위를 넘겨받지 못했던 사실은 교보증권을 비롯한 대주단에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는 사안이었다. 대출의 적법성에 대한 상반된 해석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교보증권이 실행한 대출의 적법성과도 연결될 수 있다. 통상적인 기업어음유동화는 1순위 수익권자의 대출채권을 토대로 ABCP 발행이 이뤄진다. 하지만 교보증권은 더케이가 1순위 수익권자가 아니었음에도 2년여에 걸쳐 대출을 실행한 상태였다.

긴밀한 관계

공교롭게도 교보증권의 우려는 최근 현실로 되돌아온 분위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3부는 바로세움3차 ‘우선수익자지위 부존재확인’ 사건을 다루는 재심에 대한 변론기일을 오는 3월17일로 정하고, 시선RDI와 더케이에 통보한 상황이다. 만약 재심이 확정되면, 건물의 소유권 분쟁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 경우 교보증권이 실행한 대출의 적법성이 화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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