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출산율은 우리나라의 아킬레스건이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는 불편한 진실이기도 하다. 출산율이 끝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2019년 0.9명대로 전 세계 꼴찌였던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올해 0.8명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미 사회 곳곳에서 출산율 하락으로 인한 파열음마저 들리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92명으로 집계됐다. 1970년 통계를 작성한 이래 사상 최저치다. 합계출산율은 1명의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30만2700명으로 2018년(32만6800명) 대비 8.7% 줄었다. 2018년 0.98명에 이어 2년 연속 1명 이하를 기록했다.
돈 부어도
우리나라 인구는 올해부터 자연감소(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은 상태)할 것으로 보인다. 인구 유지를 위해서는 합계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한다. 1970년 4.53명에서 1977년 2명대(2.99명)로 떨어졌고 1984년에 1명(1.74명)으로 내려앉았다. 이후 34년 만에 1명의 벽이 깨진 것이다.
경제협력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압도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2018년 OECD 회원국 평균 출산율은 1.63명이다.
출산율 하락으로 인한 변화는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장 지난 3일 치른 수능 지원자가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집계한 수능 응시원서 접수 결과에 따르면 수능 지원자는 49만3433명으로 1년 전(54만8734명)보다 10.1% 줄었다. 1994년 수능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학령인구의 감소, 특히 고3 재학생 지원자가 34만6673명으로 12% 줄었다.
학령인구는 감소했지만 대학 입학 모집 인원은 큰 변동이 없는 상황이라 경쟁률 하락이 예상된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지방대학부터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이는 생산 가능 인구(15~64세) 감소라는 연쇄 작용을 일으킨다.
올해도 1명 미만 확실시
출생아 수 20만명대 예상
지방은 소멸 위기로까지 내몰리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지방소멸지수 2019’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은 97곳(42.5%)에 달했다. 올해는 소멸위험지역이 100곳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
지방소멸위험지수는 해당 지역의 20~39세 가임여성 인구수를 65세 이상 인구수로 나눠 계산한 수치다. 2014년 일본의 마스다 히로야 도쿄대 교수가 처음 고안한 분석법으로, 이상호 연구위원이 2016년 이 방법을 토대로 지방소멸지수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국내에서도 쓰이기 시작했다.
▲저위험 지역(1.5이상) ▲정상지역(1.0~1.5미만) ▲주의단계(0.5~1.0미만) ▲소멸위험진입(0.2~0.5미만) ▲소멸고위험(0.2미만) 등 5단계로 분류한다.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은 인구 유입 등 큰 변수가 없는 한 30년 뒤에는 해당 지역이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17개 시도 중에서는 전남이 소멸위험지수 0.44로 가장 낮았다. 전국 228개 시군구별로 따지면 경북 군위군과 의성군이 0.143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의성군의 경우 전체 인구 5만여명 중 40%에 가까운 2만여명이 65세 이상 고령층이었다. 반면 가임여성은 5.6%인 3000여명에 불과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원)은 지난 7월 40년 뒤 우리나라의 생산가능 인구, 학령인구, 현역 입영 대상자 수 등이 절반 이하로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생산가능 인구가 올해 48.1%, 현역 입영대상자는 38.7%, 학령인구는 42.8%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6년부터 올해까지 15년간 정부가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투입한 예산 규모는 225조3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예산만 따져도 40조2000억원이다. 그럼에도 출산율은 하락 속도만 빨라졌을 뿐 반등의 여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한경연은 저출산 대책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먼저 저출산 정책을 아동수당이나 출산보조금 등 현금 보조 방식으로 전환해 재정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5년 우리나라의 저출산 예산 지출에서 현금 보조가 차지하는 비율은 14.3%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학령인구·생산가능 인구 줄고
지방 시군구 100곳은 소멸 위기
유럽 국가처럼 국공립유치원의 취원율을 높여 양육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취업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스웨덴, 독일, 일본, 프랑스 등이 현금 보조 정책, 양육비 부담 완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으로 출산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사정은 더 나쁘다. 1분기(1~3월) 출생아 수는 7만4050명을 기록했다. 1분기 기준 역대 최소로, 합계출산율도 0.9명밖에 되지 않는다. 사망자 수는 5년 만에 최대를 기록하면서 우리나라 인구는 사상 처음으로 5개월째 자연감소 기록을 경신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1분기 인구가 자연감소한 것은 사상 처음”이라며 “올해 연간 인구가 처음으로 자연감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2분기(4~6월)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더 떨어졌다. 2분기에 태어난 출생아 수는 6만8613명으로 지난해 4분기(7만568명)보다도 적었다. 연중 4분기 출산이 가장 적은데 이보다 더 적은 수준이다. 통상 출산이 연초에 집중되고 연말에 줄어드는데 2분기 연속 감소한 결과가 나온 것.
통계청 관계자는 “30대 초반 여성인구 자체가 감소하고 있는 데다 혼인도 2012년 이후 8년 연속 감소했다. 2016년 이후 감소폭이 커졌다. 결혼 시기가 늦어지는 것도 출생아 수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출생아 수 감소가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점점 떨어져
3분기(7~9월) 출생아 수는 6만9105명으로 7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3분기까지 누적 출생아 수는 21만1768명에 그쳤다. 3분기까지 상황만으로는 올해 연간 출생아 수가 20만명대로 추락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리나라 연간 출생아 수는 2002년부터 2016년까지 15년간 40만명대를 유지하다가 2017년대 30만명대로 떨어졌다. 이후 3년 만에 20만명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합계출산율이 0.8명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