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근혜 사면론 막전막후

2020.11.09 11:04:12 호수 1296호

풀어주고 통합? 다음정권 패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형이 확정되면서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사면론’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원칙을 강조했던 문대통령이기 때문에 사면 결정이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이 스스로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아 여론마저 싸늘한 상황이다.
 

▲ (사진 왼쪽부터)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 추징금 57억8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부품업체 다스(DAS) 자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와 삼성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후 긴 공방을 벌여왔다. 이로써 2007년 대선 때부터 시작된 다스 실소유주 논란은 13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원칙의 ‘문’
카드 꺼낼까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구속 집행정지 결정으로 구치소에서 풀려난 지 8개월여 만에 서울 동부구치소에 재수감됐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약 1년간 구치소에 수감됐기에, 남은 수형기간은 16년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사면이나 가석방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2036년에 형기를 마치게 된다. 이 전 대통령의 나이 95세로, 사실상 종신형인 셈이다.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후 이 전 대통령은 “법치가 무너졌다. 나라의 미래가 걱정된다. 내가 재판에 임했던 것은 사법부가 자유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대법원은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했다”며 분노를 표했다.

하지만 형이 확정되면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도 가능해졌다. 형을 확정받은 대상은 대통령의 권한으로 형 면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는 변수가 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판결은 내년 초에 확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도 이 전 대통령만 사면하기는 어려워, 최소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이 끝난 후 여야 사면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구속돼 4년째 서울구치소에서 수감 생활 중이다. 전직 대통령 가운데 수감 기간이 가장 길다. 지난 7월 열린 ‘국정 농단’ 및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모두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 추징금 35억원이 선고됐다. 또 새누리당 공천 불법 개입 혐의로 징역 2년형이 확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까지 선고된 총 형량은 22년이다.

따라서 이후 열린 재상고심 결과가 파기환송심 선고와 같을 경우 박 전 대통령은 87세가 되는 때에 출소할 수 있다.

야권에서는 두 전직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대해 벌써부터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의 판결이 확정되면 ‘통 크게 사면’했으면 한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박 전 대통령의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 대국민 사과할 뜻을 밝혔다.

MB 사실상 ‘종신형’ 변수는?
박 확정판결 때까진 올스톱?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냉담한 입장이다. 이 전 대통령이 죄를 뉘우치며 사죄하기는커녕, 사법부 판결에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은 사면 복권이 아니라 “억울함을 토로하고 무죄 판결을 받아 해결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청와대 역시 “관련 입장이 없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이 전 대통령의 형이 확정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특별사면을 제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사면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사면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전 전 대통령은 12·12 군사반란,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과 관련해 반란·내란수괴·내란 목적 살인 등 혐의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 문재인 대통령

또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징역 12년을 확정했다. 하지만 특별사면으로 두 전 대통령 모두 구속 수감된 지 2년 만에 풀려났다.

과거 선례와 같이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위해 사면 카드를 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양 극단 간 대립이 더 심각해진 상황에서 레임덕을 막을 수 있는 ‘히든카드’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2주년 특집 대담에서 “한 분(이명박)은 지금 보석 상태이시지만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고, 아직 한 분(박근혜)은 수감 중이시다. 저의 전임 분들이기 때문에 제가 가장 가슴 아프고 부담도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2017년 대선 당시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자마자 사면권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발언과 사뭇 결이 다르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지난 5월 퇴임간담회에서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될 시간이 됐다”고 했다. 다만 문 전 의장은 문 대통령이 사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원칙을 중시하는 문 대통령의 성격을 고려해봤을 때, 특별사면을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문 대통령은 5대 중대 부패 범죄(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에 대해서는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들의 특별사면 논의 자체가 문 대통령이 강조한 원칙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민적 여론
모두 수렴해야

이뿐만이 아니다. 특별사면은 국민적 여론을 모두 수렴해야 하는 사안인데, 민심 역시 싸늘하다. 국민들은 전두환씨의 선례로 석방 카드가 국민통합의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두환씨는 최근까지 본인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광주 시민을 모욕하는 행태를 보였다. 이 전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혐의를 부정하고 있다. 결국 사면 여부는 형 확정과 문정부의 원칙, 국민통합을 위한 두 전직 대통령들의 의지에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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