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슬쩍’ 남양에프앤비 개명 꼼수

2020.06.16 08:54:22 호수 1275호

이름 바꾸고 이미지 위장?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남양유업의 불매운동 여파가 무섭다. 7여년이 지났지만 남양유업은 여전히 부정적 이미지 탈피에 어려움을 겪는다. 기업 나름 이미지 재고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자회사의 사명 변경 역시 이 일환이었을까.  
 



헛개수, 갈배사이다, 과일사이다, 레모나 스파클링….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건강한사람들’서 제조한 식음료들이다. 생소할 수 있는 건강한사람들의 이름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100% 지분

1964년 설립된 남양유업은 홍두영 남양유업 명예회장이 한국인 체질에 맞는 분유를 만들기 위해 창업한 회사다. 회사명인 남양은 남양 홍씨의 본관서 따왔다. 분유 개발에 매진한 남양유업은 덴마크 등 해외로부터 기술을 들여와 노력한 결과 창업 3년 만인 1967년 1월,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남양분유’를 국내 최초로 생산했다.

이후 국내 성공을 바탕으로 중국과 베트남, 대만 등에 분유를 수출하며 세계 분유시장에 도전해 큰 성공을 거뒀다. 2010년엔 프렌치카페 믹스 커피를 출시하며, 맥심이 지배하고 있던 믹스 커피 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남양에프앤비는 2011년 5월30일에 음식료품 제조 가공·유통·판매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다. 주주는 남양유업으로 10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남양유업 제품은 물론 경남제약 레모나, 코카콜라 등 타기업 식음료 제조를 영위했다.


2011년 5월 설립된 건강한사람들은 다류, 탄산음료 등을 생산하는 제조업체다. 대표적으로 코카콜라의 환타, 웅진 빅토리아 탄산수, 동아오츠카 나랑드 사이다 등을 OEM 생산, 납품하고 있다. 

2013년 남양유업은 큰 악재를 맞았다. 대리점 갑질 사태가 터진 것.

본사 영업사원이 지역 대리점 직원을 상대로 한 막말이 녹음된 음성파일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회사 이미지가 추락하기 시작했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수요가 많지 않은 상품들을 대리점에 강매하는 ‘밀어내기 갑질’ 정황도 함께 포착됐고, 여직원이 결혼이나 출산을 하면 계약직으로 전환해 강제 퇴직시켰다는 시민단체의 고발도 나왔다.

생소한 ‘건강한사람들’ 알고 보니…
불매운동 일어나고 매출 직격탄 여파?

이후 소비자들 사이서 불매운동이 불거져 매출에 큰 타격을 받았다. 이후 브랜드 로고를 교묘하게 가리고 상품을 판매한다는 의혹도 받았다. 당사 제품이 불매운동 대상이 되자 빨대로 남양 로고를 가린다거나 브랜드 로고를 숨겼던 것이다. 이 같은 행태가 네티즌 사이서 인터넷 카페와 커뮤니티 등을 통해 공유되면서 적극적인 불매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급기야 남양유업 제품을 확인할 수 있는 ‘남양 판독기’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관련 사이트에 들어가 제품 바코드를 핸드폰 카메라로 촬영하면, 남양유업 상품인지 확인이 가능하다. 확인해본 결과 남양유업 제품인 루카스 나인은 남양유업 제품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반면 건강한사람들이 제조한 헛개수는 남양 판독기에 잡히지 않았다.  

남양유업은 2013년 갑질 사태 직전인 2012년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이 637억원이었지만, 사태가 터진 2013년에는 174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소비자 불매운동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2014년에는 적자 폭이 커지면서 2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매일유업에 1위 자리를 넘겨줬다. 
 

▲ 남양유업 제품 판독기

2015년에 201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 갑질 파동 이후 일었던 소비자 불매운동을 극복하기 시작했다. 남양유업은 이어 2016년에는 418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가파르게 갑질 사태 이전 실적을 회복했다.

이후 2017년부터 매출 부분서 하락세를 보였다. 2017년 1조1670억원, 2018년 1조780억. 2019년 1조308억원으로 매출규모가 축소됐다. 늘어난 매출에 비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017년 50억8000만원, 50억2000만원을 기록했으며 2018년 85억8700만원, 20억1500만원이었다. 이듬해에는 4억1700만원, 292억3100만원을 기록했다.  

실제 남양유업은 유제품 사업이 힘들어지자 2018년부터 100% 자회사인 비알코올 음료 제조업체인 남양 에프앤비에 대한 매출확대 및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담긴 ‘남양’ 브랜드를 없애기 위해 지난해 11월21일 건강한사람들㈜로 사명을 변경했다. 


‘판독기’까지

사명변경에 대해 남양유업 측은 “자회사인 남양에프앤비는 과거 OEM과 ODM 사업을 많이했으며 음료에 대한 이미지가 강했다. 2020년을 대비해 HMR(가정간편식)과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을 확대하면서 기존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사명을 변경한 것”이라고 밝혔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경쟁사 비방 댓글부대 정체

남양유업이 부적절한 경쟁사 비방 행위로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등 남양유업 관계자 7명이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 혐의로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해 초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온라인 맘카페 등에 경쟁업체인 매일유업을 비방하는 내용의 글과 댓글을 지속해서 게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초, 일명 ‘댓글부대’를 동원해 온라인 맘카페 등에 경쟁 업체인 매일유업을 비방하는 내용의 글과 댓글을 지속해서 게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남양유업 홍보대행사 직원들은 아이디 50여개를 만들어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유에서 쇠 맛이 난다’ ‘원전 근처에 목장이 있어 방사능 유출의 영향이 있다’ ‘아이에게 먹인 것을 후회한다’ 등 자작의 내용 글이 게시됐다.


낙농가와 대리점 측은 매일유업에 “이상한 악성 글이 수시로 올라와 소비자들이 오해하고 있다. 회사 차원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매일유업 측은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특정 아이디 4개를 신고했는데, 경찰 조사 과정서 광고대행사와 남양유업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논란이 일자 지난 7일 입장문을 발표한 남양유업은 “경쟁 업체가 원전서 4km 떨어진 위치에 목장이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히면서 오히려 인근 주민들에게 ‘2차가해’라는 질타를 받고 있다.

남양유업 측은 “관계자와 홍보대행사가 협의해 비방 글 및 댓글을 적었을 뿐 담당자 자의적으로 판단해 벌인 일”이라며 본사와는 선을 그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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