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다짐’ 다이어트의 이면

2020.01.06 15:35:57 호수 1252호

날씬해지려다 정신병 온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많은 사람들이 해가 바뀔 무렵 새해 목표를 세운다. 다이어트와 운동은 매년 새해 목표 순위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체중을 줄이고 건강해지고 싶은 욕구는 매년 1월 최고조에 이른다. 하지만 그 욕구를 어긋난 방법으로 실현하려는 경우가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가운데 3명은 비만과 고혈당, 고혈압 등을 복합적으로 앓는 대사증후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건강보험 가입자의 건강검진 수검 및 판정 현황, 문진, 검사 성적 등을 분석한 결과다.

문진 결과에 따르면 체질량지수(BMI)25 이상인 비율은 201634.9%201736.9%, 201838.2%로 꾸준히 늘어났다. BMI 25 이상을 통산 비만으로 본다. 2018년 기준 남성의 45.7%, 여성의 29.6%가 비만이다.

빨리 빼려다

남성은 30대가 51%, 여성은 70대가 42.7%로 비만 비율이 가장 높았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30대 남성의 경우 활발한 사회활동으로 인한 잦은 회식 등이 원인으로 보이고, 70대 여성은 폐경기와 맞물려 호르몬 변화가 비만을 유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해가 갈수록 비만율이 증가하면서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다이어트는 매년 여러 기관서 조사하는 새해 목표 순위서 늘 상위권에 든다. 실제 헬스장이나 수영장 등 체육관이 가장 붐비는 시기는 매년 1월이다. 12월 한산했던 체육관은 1월이 되면 운동을 하려는 사람들로 가득 찬다.


GS리테일서 운영하는 H&B(헬스앤뷰티) 스토어 랄라블라에 따르면 12월 다이어트 상품과 건강기능식품 상품 매출이 지난해 대비 160% 늘었다. 일반적으로 여름 휴가철에 다이어트 관련 상품 매출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새해 각오를 다지려는 고객의 영향으로 12월 매출이 폭등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11일부터 새해 목표를 응원하는 결심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외국어 학습, 재테크, 다이어트 및 운동 등 새해 목표 결심 관련 상품의 매출 추이를 분석한 결과, 매년 1월 수요가 평소 대비 최대 3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10명 중 3명은 비만
비만율 매년 높아지고 있어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 방법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다이어트 식품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났고 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황제 다이어트, 덴마크 다이어트, 저탄고지(탄수화물을 줄이고 지방을 늘리는 식단) 다이어트 등 ○○○ 다이어트라고 이름 붙은 방법들이 인터넷을 떠돌았다.

체중을 감량하려는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요요현상이다. 처음에는 체중 감량에 성공하지만 이후 다시 체중이 증가해 원래대로 돌아가는 현상을 말한다. 요요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식이요법과 운동을 통해 몸이 감량한 체중에 적응하도록 해야 한다. 요요현상을 줄이면서 살을 빼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빠른 체중 감량을 원하는 사람들은 이때 다른 방향으로 다이어트를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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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약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짧은 시간 동안 극단적인 체중 감량을 원하는 사람들은 처방전 없이 구할 수 있는 다이어트약과 완하제 등에 손을 뻗는다. 하제는 장 내용물의 배설을 촉진하는 약제다. 이중 완하제는 분변을 부드럽게 만들고 자주 배설시킨다.

미국에선 다이어트약과 완하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다이어트약과 완하제가 섭식장애를 일으키는지 여부를 조사한 것이다. 섭식장애는 섭식 혹은 식이행동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정신장애를 말한다. 먹는 양을 극도로 제한하거나 폭식을 한 뒤 일부러 구토를 하는 등의 이상증상이다.

그 결과 섭식장애가 없던 참가자들이 1년 동안 다이어트 약을 복용한 경우 약 1.8%13년간 섭식장애를 진단받았다. 약을 복용하지 않은 이들에게서는 1%만 같은 진단이 나타났다. 완하제의 경우 섭식장애가 없던 사람 중 4.2%1차 섭식장애 진단을 받았고 사용하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 0.8%만이 같은 진단을 받았다.

식욕억제제도 대표적인 다이어트약으로 각광받는다. 뇌에서 배고픔을 덜 느끼게 하거나 포만감을 증기시키는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증가시켜 식욕을 억제한다. 오남용할 경우 심각한 위해가 생길 수 있어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분류돼있다.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 등이 있다.

식욕억제제는 입마름, 불면증, 어지럼증, 두근거림, 불안감, 신경과민을 넘어 장기 복용할 경우 우울증, 성격변화 등 정신신경계에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최근 36개월 동안 식욕억제제로 인한 부작용으로 4명이 사망했다는 통계도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8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식욕억제제 처방량은 23500만개 이상, 처방환자는 124만명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에 3414명 이상의 환자에게 646000개 이상 처방된 셈이다.

다이어트는 이미 일상 속으로
부작용 제대로 파악하고 복용

2016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최근 36개월 동안 식욕억제제 부작용 보고 건수는 1279건이며 사망은 4건에 이르렀다. 부작용이 가장 많은 식욕억제제는 로카세린으로 620건이며 펜터민(489)이 뒤를 이었다.

환자의 의료쇼핑과 의사들의 과잉처방이 동시에 문제로 떠올랐다. 한 환자는 12개 의료기관을 돌며 식욕억제제 16310개를 93차례나 처방 받았다. 광주의 한 의원 의사는 환자 38명에게 38721개의 식욕억제제를 처방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식약처는 의사가 환자의 식욕억제제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게 환자의 투약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과도한 처방과 오남용, 불법판매 등을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뱃속에서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는 포만감 증진제지방과 탄수화물의 체내 흡수를 줄이는 지방·탄수화물 흡수억제제등을 찾는 다이어터들이 많다. 복부통증, 변실금(대변이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현상)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대사항진제는 대사율을 높여 에너지 소모를 증가시키는 약이다. 대사항진제에 포함된 에페드린 성분으로 인해 하루 종일 운동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심장이 운동할 때처럼 두근거리는 현상이 지속되기 때문에 생활이 불편할 수 있고 집중이 잘 되지 않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손발저림 등의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부작용 덮쳐

전문가들은 꼭 필요한 사람만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미 마른 체형의 사람이 더 날씬해지기 위해 체중을 줄이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다이어트 약은 보조제의 수단으로 사용해야 하며, 이 과정서 반드시 약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알고 복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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