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터지는’ 한국당 중진들의 수 싸움 내막

2019.11.11 10:03:22 호수 1244호

드디어 ‘총선 물갈이’ 시작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여야 모두 총선 전 ‘물갈이’ 신호탄을 쏴올렸다. 자유한국당에 새 인물이 필요하다는 당 안팎의 요구가 계속되는 가운데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공천 기준을 만들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총선 전 ‘보수대통합’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자유한국당. 치열한 공천 수 싸움 속 당내 파열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총선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내에서 인적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영입 대상 1호 인물이었던 박찬주 전 육군대장의 구시대적인 ‘삼청교육대 발언’ 논란으로, 황 대표의 리더십이 크게 타격을 입으면서다. 아울러 참신하다는 호평을 받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총선기획단 위원 구성과 달리, 한국당의 총선기획단은 청년·여성 위원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주로 ‘친황(친 황교안)’색이 강한 인물들로 꾸려진 점이 쇄신에 불을 지핀 계기가 됐다.

위기의 당
곳곳 파열음

황 대표는 ‘공관병 갑질 논란’이 있었던 박 전 대장의 한국당 입당을 단독으로 추진했다. 민심의 역풍을 맞을 영입이라는 당 안팎의 우려 속에서 박 전 대장의 1차 영입이 무산됐지만 황 대표는 ‘귀한 분’이라며 그에 대한 영입 강행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지난 4일, 박 전 대장은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에게 “삼청교육대 교육을 받아야 한다” “공관병 갑질 사건은 적폐청산의 미명 하에 군대를 무력화하기 위한 불순세력의 작품”이라는 시대착오적인 발언을 해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결국 황 대표가 “국민의 관점서 판단해야 될 것 같다”며 영입 보류 의사를 밝히면서 당내 입지가 크게 흔들렸다.

한국당이 출범시킨 총선기획단의 참신성 부족 지적도 잇따랐다. 이에 황 대표는 “소수의 총선기획단만 발표해 다양한 분들이 같이하지 않는다고 걱정을 하는데, 총선공약단 출범을 통해 (다양한 인사들의 참여를)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지난 4일 단장인 박맹우 사무총장을 비롯해 총선기획단 12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당 상임특보단장인 이진복 의원을 총괄팀장으로, 전략기획부총장인 추경호 의원은 간사로 임명했는데, 세명 모두 황 대표의 대표적 측근으로 꼽힌다.

이 밖에 김선동·박덕흠·박완수·홍철호·이만희·이양수·전희경 의원과 원영섭 조직부총장, 김우석 상근특보가 총선기획단 위원으로 임명됐다. 대부분이 현직 의원으로, 2030세대는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고 여성은 전 의원이 유일해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3선 용퇴 혹은 험지 차출론
현역 교체 폭 최대 50%까지?

반면, 민주당 총선기획단은 모두 15명으로 구성된 가운데 원외 인사는 절반에 가까운 7명으로, 2030세대는 4명이고 여성은 5명이다. 당 싱크탱크를 이끄는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공수처 설치 반대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향한 쓴 소리로 당과 각을 세웠던 ‘비주류’ 금태섭 의원, 프로게이머 출신으로 ‘진보 유튜버’ 활동을 하고 있는 황희두(27)씨가 포함됐다.

당내 주류, 비주류, 청년, 여성 등을 포섭해 ‘조국 정국’을 거치며 잃었던 민심을 다시 포섭하고자 하는 의미로 읽힌다.

민주당의 총선기획단 인선을 두고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자신의 SNS에 “섬뜩한 생각이 든다”며 “강경파, 온건파, 주류, 비주류, 청년, 여성 등을 두루 아우르는 인선”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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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금 의원의 영입을 두고는 “확장성을 고려하면서도 당의 포용성과 다양성을 보여주려는 민주당의 한 수로 어떤 인재 영입보다 효과적인 전략으로 보여진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당도 달라져야 한다. 지지층만 바라보는 폐쇄적인 모습을 탈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당은 민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쇄신 움직임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달 민주당 이철희 의원과 표창원 의원은 여의도 정치에 염증을 느낀다는 이유로 총선 불출마를 잇달아 선언했다. 특히 이 의원은 조국 정국을 대했던 민주당 지도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하며 당내 쇄신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

반면 한국당은 지난 6일 유민봉 의원이 당 내 처음으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당 쇄신의 신호탄 역할을 자처했다. 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을 지낸 유 의원은 “지금 우리 당은 국민들의 답답함과 절박함을 담아낼 그릇의 크기가 못 되고, 유연성과 확장성도 부족하다”며 당 지도부의 중도층 포섭을 위한 쇄신과 혁신 필요성을 피력했다.

선거 앞두고
총체적 난국


이어 “지금 우리 당에 필요한 것은 내가 당선돼 당에 한 석을 더하는 것보다는 희생으로 국민 마음을 얻는 것이고, 저보다 정치 경험이 풍부하고 정치력이 큰 선배 여러분이 나서 준다면 국민의 지지를 얻는 데 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중진 의원들의 용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같은 날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한국당 3선 이상 의원들은 모두 불출마를 요구했다.

김 전 지사는 “새누리당서 3선 이상을 한 중진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 사태에 대해 모두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며 “국회서 3선 이상을 ‘중진’이라 부르는데, 이는 책임이 무겁다는 말”이라며 당 내 3선 이상 의원들에게 내년 총선 공천 불출마를 촉구했다.

김 전 지사의 촉구 전인 지난 5일 친박계 재선의원인 김태흠 의원은 당의 혁신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 ‘물갈이론’의 물꼬를 텄다. 김 의원은 ‘한국당의 혁신을 위한 고언’이라는 발표문을 내고 모든 현역의원은 출마 지역, 공천 여부 등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당의 결정에 순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친박계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

그는 “특히 영남권, 강남 3구 등 3선 이상 선배 의원님들께서는 정치서 용퇴를 하시든가, 당의 결정에 따라 수도권 험지서 출마해주길 바란다”며 3선 이상 용퇴론, 수도권 험지 출마 등을 공론화시켰다. 한국당 현역 의원 가운데 중진 용퇴를 공개적으로 주장한 것은 김 의원이 처음이다.

김 의원이 용퇴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촉구한 의원은 한국당의 텃밭을 지키고 있는 ▲부산 중구영도구 김무성(6선) ▲경남 창원시마산합포구 이주영 ·울산 중구 정갑윤(5선) ▲서울 강남구갑 이종구· 부산 남구갑 김정훈· 경남 진주시을 김재경· 부산 서구동구 유기준· 부산 사하구을 조경태· 대구 수성구을 주호영(4선)을 포함해 ▲김세연·유재중·이진복·여상규(3선) ·경북의 강석호·김광림·김재원(3선) 의원 총 16명이다.

아울러 김 의원은 당 지도자급 인사인 홍준표 전 대표,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김태호 전 경남지사, 서병수 전 부산시장 등도 내년 총선서 영남지역 출마는 안 된다는 뜻을 함께 밝혔다.

영남권 의원들 초비상
눈치 보는 불출마 선언

올 초부터 당 쇄신을 위한 물갈이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당내서 계속해 나온 만큼 ,초·재선 의원 중에서 김 의원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전언이다. 홍진규 전 경북도의원은 “인적 쇄신이 선행되지 않으면 당이 어떤 공약이나 정책을 발표해도 유권자에게 먹히지 않는다”며 “전국적인 명망을 얻지 못한 채 선수만 쌓은 영남지역 중진은 교체하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당내서 자진 용퇴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자 대상으로 지목받은 의원들은 못내 불편한 입장을 내비추고 있다. 김정훈 의원은 성명서를 통해 “우선 기준 없이 특정 지역만 거론한 것도 문제고, 게다가 3선 이상 중진들은 정치를 10년 이상 한 사람들인데 누가 나가라고 해서 나가고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올 사람들도 아니다. 감정 생기게 누가 나가라 말라 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친박(친 박근혜)계 중진의원인 유기준 의원도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기본적인 방향이나 개혁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도 “한편으로는 특정 지역을 정해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과 또 (김태흠 의원)은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한 말들이 없다는 점에서 여러가지 말들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 초선 의원 25명은 지난 7일 당 쇄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당 초선인 이양수 의원은 김태흠 의원으로부터 촉발된 당 인적 혁신 문제에 대해 당이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초선들도 인적 혁신을 하는 과정에 있어 예외 대상은 아니다”라며 “초선 의원들이 통합과 총선 승리를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고 당에 일임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친박-친황계
주도권 쟁탈전?

이 의원은 “인적 쇄신과 관련해 당 지도부뿐만 아니라 당 지도부를 하셨던 분들, 소위 말하는 잠룡들이 당을 구한다는 차원서 당과 나라를 위해서 당이 원하는 것이라면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마다 않고 해 주실 거라고 믿고, 그렇게 해주시기를 희망한다”며 중진들의 용퇴와 험지 출마를 함께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당내 쇄신을 둘러싼 목소리를 두고, 초·재선과 중진 의원들의 기싸움이 아닌 친박계 의원들의 주도권 쟁탈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유기준 의원은 지난 6일 당 회의가 끝난 뒤 내년 총선을 위한 공천 인적 쇄신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강조했다. 영남권 중진의원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인 발언으로 볼 수 있지만, 유 의원은 대표적인 친박계 의원이다. 게다가 총선 공천이 사실상 보장되는 차기 원내대표를 노리고 있는 입장이다.

김태흠 의원이 ‘영남권 중진의원’을 콕 짚어 쇄신 대상으로 말한 점은 불편하지만, 내년 총선 전 친박계 인물들에게 탄핵 책임론이 붉어져 물갈이 대상으로 몰리기보다는 당 내 물갈이 시점에 공천 주도권을 친박계가 먼저 선점하는 데 힘을 불어넣어준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지난 6일 SNS를 통해 “친박서 말을 갈아탄 그들이 개혁을 포장해서 벌이는 정치쇼를 국민 여러분은 또다시 보게 될 것”이라며 황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이를 제압할 힘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홍 전 대표는 “최모 의원을 정점으로 서울·경기는 S와 H가, 인천은 Y가, 충남·대전은 K와 L이, 대구·경북은 K가, 부산·경남은 Y·P가 공공연히 진박 감별사를 자처하면서 ‘십상시 정치’를 했다”고 주장했다.

십상시는 중국 후한 말 영제 때에 정권을 잡은 열명의 환관으로, 황제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못하도록 주색에 빠지게 만들고 정권을 농단한 이들을 말한다. 황 대표가 친박 의원들이 황 대표를 배제한 채 총선 공천을 좌지우지할 가능성을 견제한 것으로 읽힌다.

총선 공천을 둘러싼 당 내 여러 파열음에도 불구하고 당 지도부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6일 최고중진연석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김태흠 의원의 ‘영남 다선 용퇴론’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당을 위한 충정서 비롯된 말씀”이라면서도 구체적 쇄신 방안에 대해서는 “총선기획단서 면밀한 검토를 할 것”이라며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는 정도에 그쳤다.
 

한국당 신상진 정치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5일 내년 총선 공천과 관련해 “한국당은 공천룰에 입각하면 50% 정도까지도 최대 물갈이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신 위원장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난 역대 총선을 보면 어느 총선서든 초선 의원들이 40%는 됐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민주당보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 의원들이 늦게 나온 점에 대해 “민주당보다 총선룰 확정도 늦었다”며 “저희는 또 대여투쟁 및 여러가지 사안들, 또 그동안에 너무 낮았던 지지율을 끌어올리느라 복잡한 일들이 많아서 아직 차분하게 총선 전략 기획이 본격적으로 가동이 안 된 상태”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선기획단이 출범됐으니까 불출마 내지는 험지 출마 등등을 포함해 안들이 앞으로 나오지 않겠느냐”고 기대를 밝혔다.

이대로 가다간
패배 불 보듯?

한국당 안팎에선 영남권 중진들의 험지 차출론이 분출하지만 아직까지 유민봉 의원을 제외하고 불출마 선언을 한 인물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역대 총선서 알 수 있듯이 물갈이 폭이 큰 당이 승리해왔다. 한국당 발 보수대통합 ‘빅텐트론’이 대두되는 와중에 자신에게 유리한 쇄신 기준을 만들기 위한 의원들의 신경전이 계속 되면서 당내 파열음은 계속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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