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검찰개혁 물 건너가다

2019.11.04 10:12:36 호수 1243호

먼저 내 글을 읽어주는 고마운 독자들을 위해 흥미로운 사실을 전해주고 넘어가자. 주로 자연과 벗 삼아 지내는 필자로서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독자들이 미처 느끼지 못하고 넘어가는 자연계의 생태 변화에 대해 알려주고픈 마음에서다.



올 가을 필자는 단풍과 관련해 두 가지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먼저 소나무와 잣나무 등 상록수들도 상당 부분 단풍이 든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 지난 가을에도 목격했지만, 당시는 소나무 잎 전체가 적갈색으로 변하면서 말라 죽는 소나무 재선충 병의 영향을 의심했는데 올 가을 확실하게 인지하게 된다. 

독자분들도 잠시 주변을 주의 깊게 살피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차라리 황홀하다고해도 좋을 정도로 곱게 물들어가는 상록수의 단풍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는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일본 잎갈나무의 노랗게 물든 단풍을 연상시킬 정도다.

다음은 단풍과 감에 대해서다. 지금까지는 단풍이 모두 지고 나면 발갛게 익은 감을 바라보며 그 아쉬움을 달래고는 했는데, 올 가을은 단풍이 완연해지기도 전에 감이 발갛게 익어가는 현상을 목격하게 됐다.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실로 난감하다. 아내에게 그 원인을 묻자 기후 변화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하고 반문한다. 상당히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설명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이에 대한 답은 독자들에게 맡기고 이제 제목에 언급한 검찰 개혁에 대해 논해보자.

필자는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쳐 검찰 개혁에 대해 언급했다. 검찰 개혁의 필연성은 검찰이 지니고 있는 절대 권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시대에 절대 권력은 존재해서도 안 되며 절대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게 돼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런 차원서 필자는 본질적으로 접근했었다. 검찰이 지니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권력기관으로 변질된 검찰을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행정기관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게 우리 사회도 살리지만, 길게 바라보면 결국 검찰도 사는 길이다.

이와 관련해 글을 쓰는 중에 필자가 우려하던 현상이 발생해 소개한다. 최근 4년간 경찰이 검찰을 상대로 신청한 5건의 압수수색 영장이 모두 검찰 단계서 기각됐고 전현직 검찰 공무원에 대한 체포 구속영장에 대한 기소율은 0.1%대에 그쳤다는 보도다.

소위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현상인데 지금 검찰은 시대변화의 흐름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박정희정권 시절에 중앙정보부 그리고 전두환정권 시절에 보안사령부를 상기해보면 검찰의 운명은 시기상조지, 반드시 이 같은 결과를 맞이하게 돼있다. 

그런 차원서 검찰을 압박했지만, 우리 사회서 바라보는 검찰 개혁은 필자와 전혀 다른 각도서 이뤄지고 있다. 이를 위해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와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변을 인용해본다.

홍 전 대표는 “검찰 개혁에 있어 중립성 보장이 가장 중요하다. 인사·예산의 독립으로 검찰의 중립성을 확보해주면 그것이 진정한 검찰 개혁”이라 했고, 유 이사장은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 공수처 등을 설치해 권력을 분산시키고 심야조사 등을 금지시켜 권력에 제한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소위 보수와 진보 진영서 바라보는 검찰 개혁에 대한 시각이 이와 비슷하다. 보수 쪽에서는 검찰의 중립성을, 진보 진영에서는 공수처 설치 등 변칙을 획책하고 있다. 그 어느 쪽도 사안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 그래서 검찰 개혁은 물 건너갔다는 이야기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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