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 칼럼> 진영 논리서 벗어나야

2019.09.02 10:23:32 호수 1234호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비판한 청년에게 ‘수꼴(수구꼴통)’이라고 해 논란이 된 변상욱 YTN 기자가 ‘진영논리에 갇혀 청년들의 박탈감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그간 진영논리에 빠져있는 이가 그 논리를 합리화하기 위해 애쓰는 경우가 많았던 것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기도 하다. 

진영논리란 어떤 판단을 할 때 그 대상이 어느 진영에 속해 있는가를 가장 중요시해 결론 내리는 것을 말한다. 이미 우리 사회전반에 통용되고 있고 마땅한 대체용어를 찾을 수도 없으므로 본 칼럼서도 ‘진영논리’ 용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진영논리는 어떤 사람이나 집단이 어디에 속해 있느냐를 기준으로 그들의 입장이나 주장을 무조건 옹호하거나 배척하는 것이므로 ‘논리’라는 단어는 부적절하다. 실상은 전혀 논리적이지 않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당과 야당의 대립을 전제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서 진영논리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자기가 소속돼있거나 지지하는 정당의 정권 창출을 위해 발휘되는 인간의 본성이라 할 수도 있다. 진영논리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있는 문제는 아니다.

민주국가에선 진영논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해서 이를 당연시 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 성질의 문제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진영논리는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각 진영이 매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굵직한 대내외 정책 뿐 아니라 특정 인사의 국무위원 임명, 대통령 전용기 구매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진영논리로 다툰다. 진영논리의 가장 큰 폐해는 자신이 지지하는 세력의 입장에 따라 찬반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반대 세력의 논리나 지적이 더 타당함에도 불구하고 ‘우리편’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척한다. 여당일 때는 적극 찬성해 추진하려던 것을 야당이 되면 반대하고 나선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여러 정권을 거치면서 체결됐는데 그 사이 여당과 야당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찬성하고 야당은 반대했다.

지난 대선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주요 후보자가 모두 비슷하게 내걸었던 공약이었다. 문재인정부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지난 대선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공약사항과 비슷한 모양새가 됐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이번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에 대한 비판을 그치지 않는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한 반응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여당과 제 1야당 모두 검찰을 비판한다. 검찰수사는 이제 시작인데 각자의 진영논리로 예단해 ‘검찰개혁을 방해하려고 한다’거나 ‘면죄부를 주려는 쇼(show)에 불과하다’는 논평을 내놓고 있다.

비슷한 잘못을 해도 우리 편이면 문제 되지 않고 상대편이면 사퇴할 사유가 된다. 정부 정책에 수반되는 문제점을 상대편이 제기하면 그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기보다는 트집 잡기로 폄하하기 일쑤다.

이 같은 예는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이나 흔하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비용이 발생하고 합리적인 정책 결정이 되지 않는다. 진영논리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잘못은 인정하고 상대의 타당한 지적은 수용해 발전의 토대로 삼아야 한다. 정책의 방향성은 청와대와 집권정당이 결정하더라도 실행방법에 대해서는 폭넓은 의견 수렴이 있어야 한다. 진영논리로 무조건 반대하기 보다는 잘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문화도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더욱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진영논리서 한 발 물러서 서로를 이해하려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도 선행돼야 할 것이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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