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 듯 말 듯’ 나경원 대망론

2019.08.19 09:45:23 호수 1232호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치겠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정치인은 늘 차선을 모색하며 나아간다. 정치를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하는 이유다. 최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과 안철수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면서 ‘보수대통합’이 또 다시 화두에 올랐다. 보수통합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의견에도 불구하고 나 원내대표는 왜 보수통합론을 쏘아 올렸을까.
 

▲ 최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나경원 원내대표의 대망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유승민 의원과 통합하지 않으면 한국당의 미래는 없다. 유 의원이 서울에 출마하면 얼마나 좋겠냐”며 유 의원에게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지난 8일엔 안철수 전 대표를 두고 “늘 열린 자세로 우리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우파의 가치를 같이할 수 있는 분들이라면 함께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기도 했다.

용기?

나 원내대표의 이 같은 적극적인 보수통합 행보에 대해 당 내에선 ‘용기 있는 구상’이라는 의견과 ‘월권’이라는 의견 등 다양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에 반해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당권파는 즉각 반발했다. 바미당 문병호 최고위원은 “나 원내대표가 또 다시 바미당을 스토킹했다”며 “나 원내대표가 바미당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스토커 노릇을 계속한다면 한국당을 상대로 접근 금지신청을 내겠다”며 각을 세웠다.

반면, 같은 당 손학규 대표는 “유승민 의원과 한국당 사이에 구체적인 얘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느꼈다”며 “유승민 의원도 이제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손 대표의 의견과 달리 유 의원이 한국당에 합류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유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에 참여한 인물로 친박(친 박근혜)계 의원들에게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힌 인물이다. ‘개혁 보수’를 주장하며 국민의당과 통합해 바른미래당을 창당, ‘중도 우파’와 ‘합리적 보수’의 대표적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유 의원은 지난 5월, 모 대학 초청강연서 “내년 총선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낮다고 해서 자유한국당에 다시 들어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본인의 소신을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정치하는 사람은 죽을 때 죽더라도 자기가 추구하는 게 있으면 그걸 끝까지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 한국당이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저 사람들은 도저히 바뀔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나 원내대표의 보수통합 시도에도 유 의원은 “나 원내대표를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한국당 입당설에 대해 일축했다.

그렇다면, 예상되는 보수 야권의 강한 반발에도 나 원내대표가 무리하게 보수통합론을 밀고 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선 보수통합과 같은 중대 사안은 사실상 원내대표가 독자적으로 주장하기 꺼려지는 부분임에도 불구, 당을 떠나는 민심을 다시 돌려보기 위한 나 원내대표의 ‘승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최근 갤럽 여론조사서 한국당의 지지율은 18%를 기록하며 하락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은 한일 갈등 국면 속에서 제대로 된 전략을 구상하지 못하고 민주당에 주도권을 놓쳤다. 게다가 국민정서에 반하는 발언들이 잇따라 당에서 나오면서 ‘샤이보수’ 마저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 됐다. 당의 위기 국면을 타개하고자 나 원내대표가 중도 보수의 대표주자인 유 의원과 안 전 대표를 내세워 이슈 전환을 꾀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황교안 리더십 시험대 오른 사이
보수통합 행보 두고 의견 엇갈려

최수영 강원대 초빙교수는 지난 8일 MBN <백운기의 뉴스와이드>서 나 원내대표의 보수통합론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비유했다. 그는 “나 원내대표 발언이 정계개편의 진앙지가 돼버린 것 같다”며 “승패의 좌지우지를 상징할 수 있는 유승민·안철수에 대한 희망사항을 드러내는 동시에 한일 국면을 한국당 이슈로 전환시키는 고도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뿐 아니다. 황교안 당 대표의 리더십이 계속해 시험대에 오르면서 당이 중심을 잃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황 대표는 내년 총선을 위한 보수통합을 두고 이렇다할 만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황 대표는 지난 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바른미래당과 우리공화당의 통합의 우선순위를)나눌 필요가 없다”며 “큰 힘, 작은 힘을 다 뭉쳐야 이긴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가 보수통합으로 표심을 잡을 준비를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인 대목이다.

게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극우 성향의 태극기 부대와의 통합이 먼저 이뤄지면 중도보수층을 잡지 못하는 건 당연한 수순임을 간과하고 있다. 황 대표 체제로는 당의 ‘쇄신’에 한계가 있음을 나 원내대표가 감지하고, 내년 총선서만큼은 반드시 이기려고 하는 적극적 의지를 보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황 대표와의 사전 교감 없는 ‘독선적’ 행보로 나 원내대표 역시 당 내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최고위원회의 갖는 자유한국당 지도부

이외에도 나 원내대표가 적극적으로 보수통합에 나선 것이 차기 ‘여성대통령’ 후보로서 존재감을 어필하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 대표가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나 원내대표가 중도보수의 대표 대선주자인 유 의원을 끌어들여 보수 진영의 대권 주자의 반열에 오르려는 ‘야심’이 담겨져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서 나 원내대표는 보수 진영 대선 후보로서 상승세를 보였다.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6일 발표한 여론조사(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나 원내대표는 대선주자 선호도 중 10위(2.6%)를 기록했다. 보수진영 후보군 중에선 2위 황 대표(19.6%)와 6위 유 전 의원(4.5%), 7위 홍준표 전 대표(4.5%), 9위 안철수 전 대표(2.7%)를 이었다. 유력 대선후보로 꼽힌 오세훈 전 서울시장(12위·2.5%)을 나 원내대표가 제쳤다는 것이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월권?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나 원내대표가)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해 대권주자 반열에 오르기 위해 그렇게 앞서가는 주장을 한 것이 아니냐”며 “이 같은 지적이 있는 것도 본인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중진 의원은 나 원내대표의 최근 행보를 두고 “중도 우파인 유 의원을 끌어들여 계파 갈등서 자유로운 나 원내대표가 대권 주자로 존재가 부각되는 효과를 봤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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