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2019.01.15 09:21:55 호수 1201호

앨런 가넷 / 알에이치코리아 / 1만6000원

비틀스의 ‘예스터데이(Yesterday)’는 세계 음악 역사상 가장 많이 녹음되었고 3000개 이상의 다른 버전으로 편곡된 명곡이다. 음원 수익 전 세계 4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알다시피, 이 곡은 비틀스의 멤버 폴 매카트니가 꿈속에서 들은 선율에서 비롯됐다. 
J. K. 롤링이 집필한 <해리포터> 시리즈는 영화 판권 수익과 테마파크와 전시회, 연극 등 각종 부가 수익을 제하고도 책만 2016년까지 8조7000억원어치 팔렸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가득한 마법 세계에 관한 스토리는 지연된 런던행 열차 안에 갇혀 있던 롤링의 머릿속으로 난데없이 ‘뚝’ 떨어졌다고 한다. 
창의성을 ‘유기적 과정’이라 표현한 스티브 잡스나 피아노의 도움 없이 그저 머릿속으로 모든 곡을 지었다는 모차르트 같은 천재 창작가들의 이야기에는 어김없이 ‘아하!’의 순간이 등장한다. 베스트셀러 소설을 쓰거나 찬탄을 자아내는 그림을 그리는 일, 혹은 확산 속도가 빠른 모바일 앱을 개발하는 일에도 합리적인 생각과 논리와는 무관한 신비한 요소가 개입되곤 한다. 이러한 요소는 우리처럼 하찮은 인간이 아닌 ‘천재들’만의 전유물처럼 보인다. 상업적 성공까지 보장하는 창의적인 생각이란 정말 그렇게 오는 것일까? 
빅데이터 전문가로 기업들에게 마케팅 데이터 및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랙메이번의 CEO인 앨런 가넷은 히트한 창작품 속에 숨은 진실을 드러내고자 이 책을 썼다. 그는 2017년부터 2년 동안 크리에이티브 분야에서 성공한 세계적 거장들을 찾아 인터뷰했다. 그렇게 해서 그가 알아낸 것은 무엇일까? 창의성에 둘러싸인 각종 신화는 그야말로 신화에 불과하며, 전 세계 많은 이들이 열광한 작품 뒤에는 분명한 과학적 근거가 있다는 것이었다. 히트작을 낸 크리에이터들에겐 이를 만들기 위해 지렛대로 활용하는 패턴이 있었다. 
앨런 가넷은 노래든 제품이든 아이디어든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아 트렌드가 되는 것에는 모순적으로 보이는 두 가지 충동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즉 사람들은 익숙한 것을 원하면서도 색다른 것을 찾는다. 집안의 편안함이나 오래된 친구처럼 낯익은 것을 원하면서도 새롭고 흔치 않은 자극으로 인한 혹시 모를 보상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 모순된 충동에서 비롯되는 긴장이 ‘선호도’와 ‘친숙성’ 관계에서 종형 곡선을 만드는데, 그것이 ‘크리에이티브 커브’다. 
중요한 것은 크리에이티브 커브에서도 선호도와 친숙성, 안전함과 놀라움, 유사성과 차이점이 최적의 긴장을 유지하는 ‘스위트 스폿(Sweet Spot)’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결국 창의적 재능이란 크리에이티브 커브의 역학을 이해하고 이를 주류 세계에서 통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이다. 천재 크리에이터들은 익숙한 것을 이해하고 청중이 분명 반응하리라 예상하는 정도의 색다름을 활용했으며, 그다음 선호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진부점에 이르지 않도록, 자신의 예술적 스타일을 바꿔가며 창작품에 대한 지속적인 흥미를 유도했다. 돈이 되는 생각으로 위대한 창작가가 되기를 원하는가? 마케팅 천재 세스 고딘이 말했다. “여기 창의성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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