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권 공방 ‘정희자 미술품’ 세 가지 궁금증

2008.12.23 11:27:19 호수 0호

"빨간딱지’ 붙은 내그림 돌리도” 옛 대우 안주인 ‘애정’ 혹은 ‘오기’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부인 정희자 씨가 국가를 상대로 미술품 반환 소송을 냈다. 검찰이 김 전 회장에 대한 추징금으로 압류한 고가 미술품을 돌려달라는 것이다. 정씨가 원하는 미술품은 로버트 라우셴버그의 ‘민들레’와 ‘유적지를 씻다’, 존 체임벌린의 ‘수소 전축’ 등 3점이다. 과연 정씨는 왜 검찰이 압수한 수백점의 미술품 가운데 유독 이들 작품만 고집하는 것일까. 세 작품의 가치와 실제 주인 공방, 그리고 정씨가 소유한 다른 고가 미술품 등 ‘정희자 미술품’을 둘러싼 세 가지 궁금증을 풀어봤다.
 

정희자 씨는 지난 10월 검찰이 압류한 미술품을 돌려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다. 검찰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재산 추징 과정에서 압수한 해외 유명작가의 미술품 3점을 반환하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절대로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씨가 소유권을 내세우고 있는 이들 작품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우선 논란이 된 작품들의 가치가 의문이다. 정씨가 반환 소송을 낸 미술품 3점은 로버트 라우셴버그의 그림 ‘민들레(Dandelion)’와 ‘유적지를 씻다(Wash Digs)’, 존 체임벌린의 조각품 ‘수소 전축(Hydrogen Juke Box)’등이다.



미국 작가 라우셴버그는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잭슨 폴록 등과 함께 현대 팝아트 선구자로 꼽히는 인물. 정씨는 ‘민들레’를 1989년 14만5000달러(당시 9750만원), ‘유적지를 씻다’를 1990년 18만5000달러(당시 1억3093만원)를 주고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체임벌린은 일상생활의 폐품을 이용한 작품으로 명성을 떨친 미국의 조각가로, 정씨는 1989년 ‘수소 전축’을 20만달러(당시 1억3429만원)에 샀다.
미술계는 정씨가 모두 미국에서 구입한 이들 3점의 현재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작품의 제작 시기와 질 등 자세한 정보가 없지만 작가들의 이름값과 20여년 전 구입비를 감안하면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 라우셴버그의 작품 중 경매 최고가를 기록한 ‘혹사(Overdrive· 1962년)’는 올해 1460만달러(약 198억원)에, 체임벌린의 ‘빅 E(Big E·1962년)’는 지난해 경매에서 463만달러(약 63억원)에 팔리기도 했다.
이 같은 3점의 가치는 정씨가 소송을 낸 이유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각에선 정씨가 순수하게 돈 이상의 미술에 대한 애정으로 소송까지 제기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그렇다면 이들 작품의 실제 주인은 누구일까.
3점의 작품을 둘러싼 소유권 공방은 이번 소송의 핵심이다. 현재 이 작품들은 김 전 회장이 ㈜대우 명의로 구입, 소유권을 갖고 있다. 따라서 김 전 회장의 은닉재산을 추적하던 검찰은 이들 3점을 포함한 김 전 회장 소유의 미술품 134점을 지난 6월 압류했다.
6년간 해외에서 도피하다 2005년 귀국한 김 전 회장은 분식회계·횡령·재산 국외도피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돼 2006년 징역 8년6월과 추징금 17조9252억원을 선고받았다가 지난해 12월 특별사면을 받았다. 김 전 회장의 추징금은 역대 최대 규모. 전두환(2천2백5억원)·노태우(2천6백29억원) 두 전직 대통령의 추징금에 비해서도 80배에 이르는 천문학적 액수다.

검찰, 은닉재산 추적 김우중 소유 미술품 압류
정씨 “134점 중 3점 돌려달라”반환 소송 제기


검찰은 ‘빈털터리’라고 주장한 김 전 회장의 은닉재산을 샅샅이 뒤지다 선재미술관에서 김 전 회장이 소유한 미술품들을 찾아 ‘빨간 딱지’를 붙인 것이다. 검찰은 “문제의 미술품들이 김 전 회장이나 ㈜대우의 BFC부서(해외자금관리부서) 돈으로 구입됐기 때문에 김 전 회장의 재산이 분명하다”며 “이 미술품들을 팔아 국고로 환수시켜 김 전 회장의 미납 추징금에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씨는 자신이 구입 이후 줄곧 보관한 이유로 ‘내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씨는 소장에서 “김 전 회장이나 ㈜대우에서 값만 치렀을 뿐, 선재미술관에서 18∼19년 동안 내가 쭉 보관해왔기 때문에 김 전 회장이 아니라 내가 가진 재산이므로 압류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법원은 2006년 5월 대우그룹에 투입된 공적 자금 회수 차원에서 김 전 회장이 딸인 선정 씨에게 증여한 수백억원대의 이수화학 주식을 환수해야 한다는 자산관리공사의 소송을 기각한 바 있다. 사실상 김 전 회장의 은닉재산으로 의혹을 받아온 가족 명의의 다른 재산들도 소유권을 보장받은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김 전 회장 가족들의 재산은 필코리아, 경주 힐튼호텔, 베트남 하노이 대우호텔, 아도니스 골프장 등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재산이 빼돌려졌다는 것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추징에 애를 먹고 있다.
이들 작품을 보관 운영한 미술관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정씨가 소유한 다른 고가 미술품이 어떤 것이 있느냐다. 정씨는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와 경주 선재미술관을 보유하고 있다. 대우그룹의 몰락 이후에도 꾸준히 전시회를 갖는 등 이 미술관들을 운영하며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
선재미술관은 미국 유학 도중 사망한 이들 부부의 장남 선재 씨를 기리는 의미에서 정씨가 1991년 경주 보문단지에 설립해 지금까지 관장을 맡고 있다. 정씨의 개인소장품에서 출발한 선재미술관은 현대미술사를 이끌어 온 주요 거장들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자체 기획전을 선보이고 있다.
선재미술관의 소장품은 1960년대 이후 유럽·미국의 조각, 회화, 사진 작품들과 1970년대 한국 모더니즘 대표작 등 총 400여 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대 동구 유럽 미술과 생활환경 속에 들어온 장식미술 분야의 소장품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작품으로 꼽힌다.
이중 미술사적 가치가 있고 대내외적으로 내놓을 만한 작품은 약 2백여 점인 것으로 파악된다. 항간에선 선재미술관이 소유한 미술품들이 금액을 산정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고가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검찰이 이번에 압류한 논란의 3점을 제외한 131점 가격은 수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1998년 설립된 아트선재센터는 젊고 실험적인 현대미술을 발굴 지원하는 전시관이다. 미술과 음악, 문학, 건축, 무용, 패션 등 국제적인 수준의 기획전시와 다양한 형식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미술계와 일반 대중으로부터 고른 주목을 받고 있다.
미술계 관계자는 “한양대 건축학과 출신의 정씨는 홍대 미술사학과 대학원을 수료한 이후 근대 동양화가의 작품에 관심을 보이면서 컬렉터로 나섰다”며 “독일의 표현주의 작품을 선호하며 낸시 그레이브스, 앤젤름 키퍼 등의 작가를 좋아하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김우중 또 법정 서나
재판장 울렁증’생길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또다시 법정에 서게 됐다.
법원은 최근 대우그룹 구명로비를 벌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재미사업가 조풍언 씨의 재판에 김 전 회장을 증인으로 직권 채택했다. 재판부는 “김 전 회장에 대해 직접 신문할 내용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직권 신청이 불가피하다”며 “이달 말이나 내달 초 김 전 회장을 부른 뒤 ‘대우그룹 구명로비 의혹 사건’의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베트남에서 요양 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 전 회장은 지난 10월에도 같은 재판의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해 “대우 구명로비 대가로 조씨에게 돈을 준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조씨는 1999년 김 전 회장으로부터 “대우그룹 퇴출을 막아 달라”는 청탁과 함께 로비자금으로 4430만달러를 송금 받아 2430만달러로 대우정보시스템 주식 258만 주를 사들이고 이 가운데 30%를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홍걸 씨에게 전달하려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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