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43)보광훼미리마트-서울물류-경인물류

2012.03.14 15:34:23 호수 0호

‘누워서 돈 버는’ 홍씨네 형제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오너일가 대주주…매출 99% 모회사서 채워
식료품 등 보관·운송 대행하고 수수료 받아



전국에 6800여개 ‘훼미리마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편의점 업계 1위인 보광훼미리마트는 지난달 말 기준 총 16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는 ‘서울물류’와 ‘경인물류’ 등이다.  두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1999년 11월 설립된 서울물류는 일반 창고업체다. 용달 등 개별 화물자동차 운송업도 하고 있다.

자생력 ‘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서울물류의 대주주는 보광 오너일가다. 홍석조 보광훼미리마트 회장이 지분 30%(6만주)로 개인 최대주주다. 서울대 법대와 미국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홍석조 회장은 1981년(사시 18회) 서울지검 검사로 시작해 대검 기획과장, 법무부 감찰과장, 군산지청장, 법무부 검찰국장, 인천지검장, 광주고검장 등을 지낸 뒤 2007년 3월부터 보광훼미리마트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다.

그의 동생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 홍석규 ㈜보광 회장, 홍라영 리움미술관 부관장 등도 6.67%(1만3330주)씩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자유당 정권 시절 법무부 장관과 내무부 장관 등을 역임한 고 홍진기씨가 부친인 이들의 손위 형제자매는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다.


문제는 서울물류의 자생력이다. 거의 모든 매출을 ‘집안’에서 고정적으로 올리고 있다. 모회사가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 다시 말해 내부 물량이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서울물류는 2010년 매출 61억7000만원 가운데 무려 99%인 61억4700만원을 보광훼미리마트와의 거래로 올렸다. 서울물류는 주로 보광훼미리마트의 제품 보관·운송 등 물류를 대행하고 수수료를 받고 있다.

2009년에도 관계사 매출이 99%나 됐다. 총매출 53억9000만원에서 내부거래로 거둔 금액이 53억8200만원에 달했다. 마찬가지로 모두 보광훼미리마트에서 나온 매출이다. 2008년 역시 보광훼미리마트가 총매출 40억3100만원 중 40억2300만원(99%)에 이르는 ‘일감’을 퍼줬다. 이전의 거래 내용은 공시하지 않아 확인할 수 없지만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물류는 설립 이후 줄곧 대부분의 매출을 보광훼미리마트의 물류 운송을 통해 올리고 있다”며 “거래 자체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오너일가가 대주주로 있어 오너 이익을 위해 특정 자회사에 물량을 밀어주는 편법 지원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보광 계열사는 또 있다. 바로 경인물류다. 서울물류와 같은 시기인 1999년 11월 설립된 경인물류도 창고·물류 업체다. 서울물류는 서울 지역에서, 경인물류는 경기도 지역의 훼미리마트에 들어가는 제품의 보관·운송 등을 대행하고 있다.

경인물류도 관계사 의존도가 높다. 자생력이 거의 ‘제로’ 상태다. 경인물류는 지난해 매출 89억2100만원 가운데 99%인 88억9200만원을 보광훼미리마트로부터 올렸다. 그전에도 다를 바 없었다.

경인물류가 보광훼미리마트와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7년 99%(총매출 23억4300만원-내부거래 23억3900만원) ▲2008년 99%(25억1900만원-25억1600만원) ▲2009년 99%(57억300만원-57억200만원) ▲2010년 99%(70억8600만원-70억7200만원)로 나타났다.

이 회사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경인물류는 홍석조 회장이 지분 30%(3만6000주)를 쥔 개인 최대주주. 또 홍석준 회장, 홍석규 회장, 홍라영 부관장 등도 6.67%(8000주)씩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등 서울물류와 유사한 지배구조 형태를 띠고 있다.

보광 오너일가는 서울물류와 경인물류가 보광훼미리마트를 등에 업고 거둔 실적을 바탕으로 짭짤한 ‘용돈(?)’도 챙기고 있다. 서울물류는 2009년과 2010년 각각 1억원을 배당했다. 경인물류는 2008년∼지난해 1억2000만원, 6000만원, 3000만원, 9000만원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이에 따라 ‘홍씨 형제’들은 매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받아왔다.

보광훼미리마트의 물품을 전국에 나르는 보광로지스, 중부로지스, 중부물류, 동부로지스, 대구물류 등 다른 물류회사들까지 하면 배당금은 더 늘어난다. 1997∼2007년 사이 설립돼 각 지역별로 훼미리마트에 납품되는 식료품 보관 및 운송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 업체의 내부 물량은 유일하게 공시한 2007년 거래 내역을 통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수천만원씩 배당


당시 보광로지스는 총매출의 99%(46억1700만원-46억800만원)를 보광훼미리마트와의 거래로 채웠다. 중부물류도 99%(26억3400만원-26억2400만원)를, 중부로지스의 경우 100%(28억5300만원)를 거뒀다. 동부로지스, 대구물류도 보광훼미리마트를 통해 100%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다.

물론 오너 지분도 있다. 보광로지스는 홍석조 회장이 5%(1만주)를, 중부로지스는 홍석조·홍석규 회장이 각각 15%(3만주)씩, 대구물류는 홍석조 회장과 그의 장남 정국씨가 10%(3만주)씩 소유하고 있다. 동부로지스는 홍라영 부관장의 남편 노철수씨(6.67%·2만주)와 그의 자녀 희경·희선씨(각각 3.33%·1만주)의 지분이 있다. 중부물류는 홍석규 회장의 부인 이계명씨(6.25%·1만주)가 대주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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