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들 잡은 박근혜 ‘MB 폐차’ 본격화 내막

2012.01.05 12:30:00 호수 0호

명 다해가는 ‘똥차’, “강제 폐차시키기 전에 알아서 나가시지”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박근혜호’가 닻을 올렸다. 당의 절체절명 위기상황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당의 전권을 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지만 당의 생사를 가르는 ‘열쇠’ 또한 그의 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위원장은 지난주 첫 번째 과제로 여겨졌던 비대위원 구성을 ‘반MB’의 대명사로 통하는 인물들을 영입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박차를 가해 당내 논란을 가져왔다. 비대위원의 의중이었다고는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박근혜의 이명박 버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파격적인 초호화 11인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완료 
친인척 비리 특검 도입과 이 대통령 탈당까지 거론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비대위원 구성은 여야를 막론하고 깜짝 놀랄만한 쇄신이었다.

기존의 한나라당과는 전혀 다른 색채를 지닌 인물들이 위원으로 선정됐고 26세의 젊은 비대위원 영입과 함께 이명박 정권에 반하는 인물이 다수 포진됐기 때문이다.
 
비대위 구성 전부터 떠돌던 ‘그 나물에 그 밥은 안 된다’라는 논란을 한방에 잠재운 박 위원장이었다.
 
하지만 비대위의 파격 행보에 논란이 계속되자 당 안팎에선 MB정부 기간 내내 벌어졌던 친박계·친이계 간 대결이 비대위 대 친이계의 대리전이 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는 분위기도 점쳐지고 있다.

이번에는 친이계
공천 대학살 예고


비대위는 출범하자마자 이 대통령을 옥죄기 시작했다. 외부 출신 비대위원들이 현 정부 정책노선 수정과 그동안 당내에서 거론하기 껄끄러웠던 대통령의 친인척 측근비리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과 정권 실세에 대한 퇴진까지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김종인 위원은 “이 대통령의 ‘747 공약’은 실현 불가능한 허구다. 이제는 성장과 분배를 조화시키는 정책기조로 전환해야 한다”며 “MB노선에서 완전히 결별해야 한다”고 정책 차별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다른 한 비대위원은 “비대위원들 사이에 이 대통령이 탈당을 포함해 결단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대통령의 탈당 필요성까지 거론하며 쇄신을 요구하고 나섰다.

보수주의자지만 “MB정부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는 정권”이라 공공연히 밝히며 대표적인 ‘이명박 비난론자’로 손꼽혔던 이상돈 위원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한나라당의 실패는 이명박 정권의 실패에서 비롯됐고, 이는 당이 청와대의 부속기구처럼 작동하면서 촉발한 것”이라며 “그런데도 현 정권 국정운영에 책임 있는 인사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버티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이어 “쇄신의 핵심은 국정운영에 책임이 있는 인사에 대한 인적 쇄신”이라며 “그들이 나가야 그 자리에 새 인재를 영입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그런 차원에서 이재오 의원이나 이상득 의원 같은 정권 실세들이 스스로 책임 있게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지난달 28일 한 라디오방송에서도 대대적 인적 쇄신 필요성을 강조하며 향후 인적 쇄신을 비대위가 주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현재 비대위 체제로서 총선까지 간다고 돼 있다. 특히 어떤 인물을 낼 것인가 하는 문제, 그를 위해서 공천의 기준과 절차를 갖다가 정하는 문제가 지금 화급한 문제”라며 “확실한 것은 어제 결정한 것은 공표를 하는 절차와 기준은 비대위에서 결정하게 돼 있다”며 인적 쇄신, 즉 공천 물갈이 기준을 비대위가 만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상득·이재오·홍준표·안상수 의원 등의 불출마를 주장한 이 위원의 이러한 발언들은 ‘친이계의 공천학살을 예고한다’는 의미로도 풀이돼 친이계의 극심한 반발을 샀다.

한·미 FTA 비준안 직권상정 때 한나라당 의원으로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행사했던 황영철 신임 대변인도 라디오방송에서 최구식 의원 탈당 권유에 이어 이상득 의원에게도 탈당 권유를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이 이제는 디도스사건이라든가 대통령의 친인척비리라든가 그런 부분에 대해서 바람막이 역할을 더 이상 안 하겠다”라고 말해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이 의원에 대해서도 출당 요구를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 외부 출신 비대위원도 “그늘이 있으니 버섯이 생기는 것 아니냐. 대통령의 측근 참모나 친인척들의 비리는 결국 대통령의 책임”이라며 “야당이 주장하는 특검도 과감하게 수용해야 한다”고 이 대통령 버리기에 더욱더 힘을 실었다.

만만치 않은
친이계의 반발


비대위가 이처럼 이 대통령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나오면서 이는 박 위원장의 뜻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친박 관계자는 “박 위원장은 그동안 이 대통령과 인위적으로 단절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취해왔다”면서도 “하지만 비대위원들이 국민 여론을 반영해 하는 말인 만큼 박 위원장도 귀담아들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비박계와 친이계 일각에서는 극렬한 반발에 나섰다. 그동안 침묵으로만 일관하다가 총선과 대선이 다가오니 주도권을 잡기 위해 쇄신의 수준이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한 친이계 의원은 “박 위원장이 겉으로는 대통령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 하지만 비대위의 구성인사들과 이들의 행보를 보면 아예 ‘버리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짢아했다.

또 다른 친이계 의원은 “일부 비대위원은 그동안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을 부정해온 인물인데 ‘완장’을 차자 칼춤을 추고 있다”며 “이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김종인 “박근혜, MB 틀 속에 갇히면 아무것도 안 돼” 
MB 비판론자 이상돈 교수 영입으로 무차별 공격 개시


친이계 좌장 이재오 의원은 “오늘은 할 말이 없다”고 말한 뒤 ‘허허허’ 웃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이 의원과 가까운 장제원 의원은 지난달 29일 “한나라당이 ‘이상돈 사당(私黨)’이 아니지 않느냐. 당 개혁과 화합에 오히려 저해가 된다”며 “박 위원장이 (이 위원에게) 엄중 경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트위터에도 “일개 교수(이 위원)가 마치 개혁의 선봉장이나 되는 것처럼 칼을 긁어대는 게 공천이냐. 그런 막말은 개혁이 아니다”고 썼다.

친이 직계는 아니지만 당 대표 시절 이 대통령과 자주 만나 정책 공감대를 형성했던 홍준표 전 대표도 “어이가 없다, 어이가 없어. 요새 하는 것을 보니까”라며 비대위 전반을 비꼬았고 “박 위원장의 폐쇄적인 인선”이라며 “김종인·이상돈 위원을 사퇴시키는 게 맞다”고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박 위원장은 이 위원의 사견이라고 전제하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대대적인 인적 쇄신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위원장이 나서서 말려 달라’는 친이계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친박계도 표면적으로는 친이계를 자극하지 않으려 애썼지만 MB정부 실세 퇴진론에는 동감했다.
 
한 의원은 “국민 다수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 당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가야 하는 것”이라고 공감했다. 친박계 의원 대다수는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단서를 붙였지만 “어떤 식으로든 MB와의 단절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비쳤다.

하지만 친이계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시자 당내 분란을 우려한 듯 박 위원장도 “쓸데없는 감정 표현은 쇄신 본질 훼손”이라며 “앞으로 비대위 차원에서 나가는 의견은 우리 비대위원님들과 합의되고, 공감대를 이룬 의견이 나갔으면 좋겠다”고 밝히며 한발 물러섰다.

이는 ‘친이계 핵심 용퇴론’ ‘공천 물갈이’ 등 비대위원들의 여과 없는 의견 표출로 거센 반발이 일고, 출범 초기에 비대위와 친이계간의 새로운 계파 갈등 조짐이 보이자 자진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MB 버리기
시기선택만 남았다?


정치권에서는 박 위원장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인선한 비대위원들의 출범 초기 모습은 박 위원장의 의중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견해가 많다.
 
이 대통령과 함께 가는 길은 대권행보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을 박 위원장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위원장의 고민은 이 대통령과 ‘함께 가는냐’ ‘차별화를 하느냐’가 아닌 ‘당장 버리느냐’ ‘천천히 버리느냐’인 것으로 확연히 드러났다.

당의 전권을 쥐며 대권행보를 시작한 박 위원장의 ‘이명박 버리기’와 권력무상을 뼈저리게 느끼며 아등바등 살길 모색에 절치부심인 이 대통령과 친이계의 권력 다툼의 최후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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