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철도 선로작업 인부 참사 풀리지 않는 의혹

2011.12.16 20:21:04 호수 0호

전무후무한 대참사 ”누구 책임인가?”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2007년 3월 개통된 공항철도에서 최근 5명이 열차에 치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는 최대의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유족들은 "작업을 서두르려고 안전조처를 소홀히 한 채 무리하게 일을 시킨 결과"라고 호소했으며, 노동단체들은 "승객 안전과 직결된 선로보수업무까지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불합리한 구조가 빚은 참사"라며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열차 운행 중 승인도 안받고 작업 왜
사고 근로자 장례절차·보상 협의 난항

지난 9일 0시30분께 인천공항철도 계양역에서 검암역 쪽으로 1.2km 떨어진 철길에서 선로 보수작업을 하던 작업반장 백인기(54)씨 등 6명이 뒤에서 달려오던 열차에 치여 백씨 등 5명이 숨지고 이모(39)씨는 다리 골절 등 중상을 당했다. 이들은 코레일공항철도(주)의 하청업체인 코레일테크(주) 소속 선로보수반 노동자들로, 겨울철 선로 동결방지 막바지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이들보다 20여m 떨어져 있던 2명은 다행히 화를 면했다.



열차 들어오는 것 몰랐나?

이날 사고열차를 운행한 기관사 B(39)씨는 경찰에서 "80여m 전방에서 허리를 숙이고 작업하던 인부들을 발견하고는 급히 제동을 걸었지만 열차가 서지 못해 들이받았다"고 진술했다. 80km로 달리던 열차가 급제동을 하더라도 200m가량은 전진한다는 것이 공항철도 측의 설명이다.

노동자 8명 가운데 이모(59)씨 등 3명은 영종도 근무자였는데도 이날 선로 보수작업에 긴급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테크의 안전책임자는 작업현장에 동행해야 한다는 수칙을 무시한 채 사고 당시 검암역에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으며, 노동자들은 당시 형광색 작업복 같은 보호장구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백씨 등은 5일 전부터 동절기 선로 동결을 막기 위한 선로 아래에 배수장치를 설치하는 작업을 벌여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사고 당일 전까지는 예정된 작업 시간(0시50분~오전 4시30분)에 작업을 시작했으나 사고가 발생한 9일 새벽에는 25분 앞선 0시25분부터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당일 근로자들은 종합관제실의 작업 승인도 받지 않았으며 작업 개시 무전 보고도 하지 않았다. 규정상 작업 시작 최소한 20분 전에 작업반장은 코레일공항철도 본사가 있는 검암역의 운전취급자에게 작업승인을 신청해야 한다. 공항철도 관계자는 "이들은 사고 전날까지는 승인 절차를 철저히 지켰었다"고 말했다.

한 근로자는 경찰 조사에서 "날씨가 추워져 일을 빨리 끝내려고 시간을 앞당겨 들어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들이 왜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고 열차가 달리는 시간대에 작업을 벌였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더구나 사고 현장은 양쪽으로 2~3m 가량의 충분한 공간이 남아 있어 열차접근을 알아채면 충분히 대피할 수 있는 곳이지만 현장과 20여m 떨어져 있던 근로자 2명을 제외한 6명 중 한 명도 피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 공항철도 관계자는 "공항철도가 지나는 길은 낮은 펜스 하나를 경계로 공항고속도로가 있으며 사고 당시 자동차의 소음과 추위를 피하기 위한 목도리나 귀마개 때문에 달려오는 열차를 쉽게 알아채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생존 근로자로부터 "사고 직전 안전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코레일공항철도가 평소에도 작업 승인시간을 무시하는 등 안전관리를 소홀히 했는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유가족들은 "사측이 사고의 책임을 고인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코레일 측의 입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유가족 측은 "사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회사가 진실을 은폐한 것으로 보인다"며 "철도 관련 일만 해온 희생자들이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담당구역도 아닌 곳에서 일을 시켜놓고도 안전관리요원들이 무전기 등을 통해 알리지 않은 것은 명백한 인재"라며 "아무 조치도 없이 전동차로 밀어붙인 것은 살인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은 9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사고의 배후이자 구조적 원인은 돈벌이에 급급해 공공성과 안전을 등한시하며 인력을 줄이고, 위험작업을 하청과 외주화로 돌린 철도공사"라며 "차별은 예사이고 신분조차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꼼꼼한 안전조치가 보장됐을 리 만무하다"고 비판했다.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

한국노총 또한 성명서를 통해 "현재와 같은 사내하청 구조에서는 원청에서 무리한 작업을 요구해도 거부할 수 없고, 작업 시간이 곧 돈과 직결되기 때문에 힘들고 위험해도 작업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하청노동자들은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위험 작업을 거부하지도 못하고, 안전보건조치 이행을 요구하는 일조차 어려운 현실이 산업재해를 증가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공항철도의 협력업체 코레일테크가 유가족 측과 어떠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장례절차와 보상 등을 놓고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 측은 "정확한 사고 경위와 사측의 안전관리 소홀 여부 등 책임 소재가 분명히 파악된 다음에 보상에 관한 부분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테크 측은 유가족들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해 가능한 한 빨리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협의한다는 입장이지만 지난 12일 예정된 보상협의를 유가족 측에서 "코레일 측이 사고를 봉합하기에만 급급하다"며 거부한 것으로 드러나 책임여부에 대한 경찰의 조사가 확실시 되기 전까지는 보상협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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