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원나잇 스탠드 조장하는 퇴폐클럽 천태만상

2011.12.23 17:05:00 호수 0호

헌팅 성공하면 모텔숙박권 준다고?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한 겨울의 추위에도 식지 않는 열기를 자랑하는 곳이 있다. 바로 홍대, 강남 등의 클럽거리다. 이곳은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항상 불야성을 이루며 근처 식당과 술집, 모텔 등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클럽은 이미 1990년대의 건전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술에 취해 부비부비를 하고 맘에 드는 여성을 꼬셔 하룻밤 즐기는 퇴폐적 이미지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최근 일부 업소에서 헌팅 성공 시 모텔숙박권 제공이라는 명목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면서 이러한 추세를 부추기고 있다.

초록색 팔찌 찬 여성, "어디 한번 꼬셔 볼까?"
클럽 이벤트 선정성 논란, 숙박권 제공 미끼

지난달 강남의 유명 클럽을 찾은 A씨는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 깜짝 놀랐다. 클럽 안 수많은 남녀들이 부둥켜안고 있었던 것. 이 클럽은 이날 헌팅 성공 시 근처 모텔숙박권 제공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이벤트를 진행 중이었다. 새벽 1시가 되자 숙박권을 제공하는 카운터 앞에는 수많은 남녀들이 뒤섞였고 그 중 다섯 커플에게 상품이 주어졌다.

불야성 홍대 카페거리

지난 10일 자정 무렵 기자가 찾은 홍대 앞 거리 역시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모든 클럽에서는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흘러나왔으며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들도 여기저기 보였다. 홍대의 유명 클럽들을 지나 골목길을 헤매던 중 유난히 남녀커플이 많이 보이는 한 클럽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미 클럽 안은 매캐한 담배연기와 사람들로 가득했다. 여느 클럽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을 때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춤을 추고 있는 여성들의 팔에 신호등을 연상시키는 팔지가 채워져 있었던 것. 팔찌는 빨간색·노란색·초록색이었고 무엇인가 의미가 있는 듯했다.

취재 결과 빨간색 팔찌는 "춤만 추러 왔어요", 노란색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요", 마지막 초록색은 "저 오늘 집에 안가요" 등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호등의 정지 주의 진행과 닮아 보였다.

이 클럽을 입장하는 여성들은 카운터에서 직원과 몇 마디 말을 주고받더니 각자에 해당하는 팔찌를 받아 손목에 착용했으며 한 눈에 보기에도 노란색과 초록색 팔찌를 찬 여성이 많았다.

그렇다면 이 클럽을 찾는 남성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새벽 1시께 클럽을 찾은 이모(28·직장인)씨는 "마음에 드는 여자를 고를 때 사소한 잔머리 싸움을 하지 않아도 돼 이 시스템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고 말했고, 함께 온 신모(27·직장인)씨는 "윤락녀가 아니어도 하룻밤 즐길 수 있는 여성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들 외에 대부분의 남성들도 이들과 비슷한 생각이었다.

초록색 팔찌를 찬 여성들과 이 클럽을 방문하는 남성들 모두 하룻밤 즐길 상대를 물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근처 다른 클럽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팔찌가 아닌 스티커, 도장 등 도구만 다르고 의미는 비슷했다.

강남의 일부 클럽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13일 강남 인근의 여러 클럽에서 일을 했다는 한모(27·남)씨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한씨는 "홍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강남·이태원 등 클럽이 집중돼 있는 지역은 사정이 비슷하다"며 "클럽 모임 관련 인터넷 카페에 공지를 올리고 하룻밤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모집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한씨는 또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클럽 근처의 모든 모텔은 방 구하기가 어렵다. 급만남으로 모텔까지 직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며 "일부 클럽은 근처 모텔과 방의 일부를 계약한 뒤 그것을 미끼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요일을 정해 여성 무료입장, 술 무제한 제공 등으로 클럽 내 여성비를 높이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남성들은 그 클럽에 모이게 된다"며 "술에 취한 여자들은 꼬시기도 쉽다는 말은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한씨는 "퇴폐클럽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하룻밤 즐길 상대를 찾기 위해 클럽을 방문한다. 남녀가 서로 합의하에 서로의 욕구를 해결한다는데 왈가왈부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일부 선정적인 클럽 때문에 여타 정상적인 클럽의 이미지까지 퇴폐적으로 보일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모텔과 공생하는 클럽

클럽문화가 한국에 첫 전파된 1990년대까지만 해도 클럽은 음악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일부 클럽에서 실시하는 선정적인 영업방식 때문에 이미지는 서서히 변질되기 시작했다.

최근 한 관광업체에서 실시한 외국관광객이 뽑은 한국의 즐길거리에도 클럽문화가 뽑혔다. 한국문화의 일부분이 되어버린 클럽이 점차 퇴폐적이고 선정적으로 잠식되어 가는 만큼 단속이나 제재가 필요해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겉으로 대놓고 영업을 하는 것이 아니고 클럽 관계자와 클럽손님들 모두 쉬쉬하고 있어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며 "적발을 하더라도 돈이 오가는 성매매가 아니기 때문에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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