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빚쟁이 총수들

2011.11.24 10:50:00 호수 0호

‘빛 좋은 회장님’ 알고 보면 개털?

[일요시사=박민우 기자] 대기업 총수는 돈을 얼마나 갖고 있을까. 총수들은 회사 주식과 부동산 등을 보유해 거부 소리를 듣지만, 이들 자산이 경영권과 직결돼 있어 사실상 묶여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손에 쥔 현금은 일반인들의 상상만큼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갑자기 큰돈이 필요하면 자산을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는다.

은행 등 금융권서 돈 빌리고 주식 담보로 잡혀
경영 어려울수록 대출 많아…지분 100% 설정도

검찰의 SK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최태원 회장이 선물에 투자하기 위해 개인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돈을 대출받았다는 점이다. 일반인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재벌 총수가 뭐가 아쉬워 대출까지 받았냐는 의문에서다.

사실 최 회장처럼 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총수들은 한둘이 아니다. 경영권과 직결돼 있는 주식과 부동산 등이 사실상 묶여 있다 보니 갑자기 큰돈이 필요하면 은행을 찾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다.

뭐가 아쉬워서…



그렇다면 ‘회장님’들은 빚이 얼마나 있을까. 대부분의 총수들은 공시를 통해 담보 주식만 공개하고 있다. 정확한 대출액수를 알 수 없는 것. 다만 주가 등을 통해 대출금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금융권에 주식을 가장 많이 맡겨놓은 오너로 꼽힌다. 김 회장은 동부화재, 동부제철, 동부건설 등 주요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잡혔다. 김 회장의 동부화재 주식은 556만8500주 중 556만7000주가 담보로 설정돼 있다. 99%가 금융권에 묶여 있는 셈이다.

동부제철 주식은 255만2071주 중 157만2891주(62%)가 대출 담보로 있다. 동부건설의 경우 238만9521주 몽땅 금융권에 차입 담보로 제공된 상태다. 김 회장이 손을 벌린 곳은 하나은행, 외환은행, IBK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은행·증권사를 비롯해 프라임상호저축은행, 솔로몬상호저축은행 등 저축은행도 포함돼 있다.

두산 오너일가도 적지 않은 주식이 담보로 잡혀 있다. 총 918만3174주 가운데 813만6026주(89%)가 그렇다. 박용만 두산 회장은 하나은행, 우리은행, 한국증권금융, 하나대투증권 등에 84만7478주를 담보로 제공했다. 이는 박 회장이 소유한 주식(85만9962주)의 99%에 해당한다.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주식 전량(61만5445주)을,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은 86만497주 중 30%인 26만497주를 담보로 제공했다.

금호 두 오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석유화학 등 계열사 보유주식 135만6906주 가운데 99.2%인 134만6512주를 계열사 차입금 담보로 산업은행에 제공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197만375주 가운데 119만5033주(61%)를 맡기고 대출을 받았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도 농협과 수협 등으로부터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현 회장이 이들 은행에 담보로 제공한 동양 주식은 790만602주 중 789만6205(99%)주다. 현 회장의 대출 금액은 약 18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강덕수 STX그룹 회장도 보유주식 중 상당수를 금융사에 담보로 제공했다. 조석래 회장은 2001년 4월 우리은행에 효성 주식 302만주를 담보로 잡혔다. 이후 아직까지 해지가 안 된 상태다. 조 회장의 보유주식은 총 362만4478주로, 담보가 설정된 지분율은 83%에 해당한다.

현정은 회장은 현재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등 주식 278만3362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85%인 237만6823주를 대신증권, 외환은행 등에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렸다. 현대상선 담보대출 비율은 95%에 달한다.

강덕수 회장은 보유 중인 STX 주식 중 77%가 금융권 담보 등으로 묶여 있다. 700만주 중 360만주를 맡기고 자금을 빌린데 이어 금융권 대출을 위해 제3자 담보로 180만주를 글로벌오션인베스트에 제공했다.

최근 곤욕을 치르고 있는 최태원 회장의 경우 주식담보대출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9월 SK C&C 지분 401만696주를 담보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 총 보유주식의 약 18%다. 이를 계산하면 대출금액은 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한국투자증권, 대우증권 등에 더 맡겨 주식담보 비율이 20%를 넘었다. 그러나 대출금을 일부 상환하고 담보로 잡혔던 주식 282만2015주를 돌려받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주식이 담보로 설정돼 있다. 3명의 총수는 각각 보유 주식의 35%, 30%, 26%를 금융권에 담보로 맡겼다. 다만 이들 주식에 묶여 있는 ‘족쇄’는 질권이다. 질권은 일종의 연대 보증 개념으로 채무 상환에 문제가 발생하면 채권단에 우선 처분 권리를 준다.

반면 삼성, LG, 롯데, 현대중공업, 신세계 등 총수들의 주식은 담보가 거의 없어나 담보로 잡힌 주식이 단 한 주도 없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등은 주식담보 비율이 제로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모른다” 쉬쉬

재계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 동양, 효성, 동부, STX 등 회사 경영이 어려운 회사일수록 총수들의 담보대출이 많다”며 “특히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한 기업이라면 총수의 주식담보 비율이 더욱 높은데, 이는 채권단과 맺은 약속에 따라 주식담보 대출을 통한 사재출연 등 회사 구조조정에 총수들도 동참한 결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담보로 제공된 주식은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의결권 제한을 받지 않아 당장 경영권에 큰 문제가 없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담보를 늘리면 경영권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그룹들은 하나같이 총수들의 주식담보를 ‘쉬쉬’하는 분위기다. 설사 안다고 해도 목적 등에 대해선 “오너 개인적 사안이라 밝힐 수 없다”는 게 그룹들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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