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토로> 모친 살해 양부에게 유산까지 빼앗긴 아들

2011.11.02 10:50:00 호수 0호

“피해자 목에 ‘방울’다는 사회? 대한민국에 정의를 묻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지난 2월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살인자가 어머니의 재산을 가로채려 한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1만 건이 넘는 조회기록을 남기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한 글자 한 글자 슬픔과 분노가 가득 담긴 글을 올린 사람은 바로 살해당한 여성의 아들이다. 글에서 아들은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계부에게 어머니가 평생 동안 피땀 흘려 모은 재산을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돌아가신 어머니로부터 거액의 재산을 상속받은 아들. 이 거액의 상속자가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될 수밖에 없는 사연이라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법원, “부인 살해한 계부에게 아들재산도 넘겨라?”
아들, “삶의 보금자리도 잃고, 빚만 수억원 떠안아”

지난 2008년 3월 모텔을 운영하는 재력가의 한 여성이 재혼한 남편에게 살해됐다. 그런데 이 살인범은 반성은커녕 자신이 살해한 부인의 재산이 모두 자기 것이라며 양아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말도 안 되는 억지주장이라고 생각한 양아들은 이내 뒤통수를 맞았다. 법원이 이 계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계부의 손에 어머니를 잃은 아들은 재산마저 모두 계부에게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전 재산을 잃고 빚더미에 안게 생긴 아들. 지금부터 그 기막힌 사연을 들여다봤다.

재혼으로 행복 꿈꾼 엄마
양부에게 무참히 살해돼



아들 김모(33)씨가 초등학교 3학년이던 시절. 어머니 홍모(2008년 사망)씨는 남편과 이혼했다. 그 후 홍씨는 강남의 아파트와 위자료로 횟집과 모터보트임대업, 목욕탕업 등의 사업을 운영하며 홀로 외아들을 키워나갔다. 그러던 중 지난 1995년 서모(54)씨를 알게 되었고, 둘은 97년 재혼했다. 당시 양부인 서씨는 세 번째 결혼이었고 전부인과의 사이에서 자식이 있는 상태였다.

서씨와 재혼을 하고 홍씨는 그동안의 사업을 정리하면서 그 돈으로 인천에 땅을 사고 건물을 지어 모텔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홍씨의 두 번째 결혼 역시 순탄치 못했다. 재혼을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부터 홍씨와 서씨의 말다툼이 자주 일어났고 이내 부부싸움으로 이어지곤 했다.

당시 양부인 서씨가 결혼 전부터 갖고 있던 노름의 습벽을 버리지 못했고, 외도를 하는 등 혼인파탄을 초래하는 행동들을 서슴지 않았다는 게 아들 김씨의 주장이다. 

부부싸움이 자주 일어나자 홍씨는 군대 전역 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 김씨를 찾아와 양부와의 불화관계 등을 설명하면서 “인천에 내려와 모텔을 함께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그렇게 김씨는 2005년부터 어머니 홍씨와 함께 모텔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김씨가 모텔사업에 합류한 이후에도 양부인 서씨와의 불화로 어머니 홍씨는 늘 괴로워했다. 서씨에게 이혼을 요구했으나 돌아온 것은 “이혼해 줄 테니 위자료로 10억을 내놓으라”는 말 뿐이었다. 터무니없는 위자료 요구에 홍씨는 이혼절차를 밟을 수 없었고,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러던 2008년 어느 날, 어머니 홍씨는 양부와 최종적인 담판을 하겠다며 홍씨의 친정인 춘천으로 서씨와 함께 내려갔다. 그리고 다음날 김씨는 외삼촌으로부터 어머니가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두 사람에게 별채의 방을 줬는데 다음날 점심 때까지도 인기척이 없어 식사하라고 찾아갔더니, 양부는 없고 어머니는 침대에서 떨어진 채 숨져 있었다는 것이다.

어머니를 살해하고 내연녀의 집에 머물러 있던 양부 서씨는 이틀 뒤 자수했다. 서씨는 경찰 조사에서 “말다툼을 하다 좀 세게 밀었을 뿐이다. 그런데 숨을 쉬지 않았다”고 진술했으나, 부검결과 거짓진술임이 들통 났다.

아들 김씨는 “부검결과 어머니는 목 설골이 부러졌는데, 그것은 강한 힘으로 아주 오랫동안 눌렀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했다”며 “결국 양부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를 살해사실을 인정한 후 내연녀의 집에 숨어있었다고 진술하는 등 스스로 문란한 사생활을 이야기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살인 저질러 놓고
재산까지 탐내는 양부

그 후 남편 서씨는 부인 홍씨를 살해한 혐의로 징역 7년형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됐다. 유책배우자로서 재산상속자격이 박탈되기 때문에 부인의 명의로 된 모든 재산은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게 상속됐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서씨는 부인의 재산은 명의신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즉 자신의 돈을 줬고 그 돈으로 모든 재산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아들 김씨는 “어머니 장례식장에 얼굴 한 번 비추지 않고 죄송하다는 사과 한마디 없던 양부의 가족은 어머니 장례를 치르는 와중에 어머니와 제가 함께 운영하던 모텔을 점령하면서 이제부터 모텔은 자신들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들은 어머니가 맨몸으로 양부와 결혼했고 건물을 지었을 때 투자한 돈은 모두 양부의 돈이었으며, 그러니 이제 이 건물의 소유권은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했다”고 했다.

김씨는 실랑이 끝에 경찰을 불러 그들을 일단 몰아내긴 했지만 이때부터 민사소송이 시작됐다. 그리고 열린 1심과 2심 재판. 날벼락 같은 판결이 떨어졌다. 양부의 명의신탁이 인정돼 모텔을 포함한 어머니의 재산을 양부에게 돌려주라는 판결이었다.


살해 후에 재산 가로채는 행위, 법이 정당화 시켜
유사범죄로 악용되지 않도록 끝까지 진실 밝혀야


1심에선 총 재산 중 양부에게 90%, 아들 김씨에게 10%의 재산을 나눠 가지라는 판결이 나왔다. 그리고 지난 9월19일 서울 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재판은 1심보다 더 한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아들 김씨가 명의신탁된 모텔을 무단으로 점유했으니 3년간 운영했던 모텔 임대료 역시 양부에게 줄 것을 판시했다. 또 모텔업을 하면서 생긴 리모델링 비용이나 채무관계 등은 모두 아들 김씨에게 떠넘겨졌다.

김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어머니와 함께 운영하던 모텔을 상속받아 상속세까지 납부하며 영업하고 있었고, 모텔을 담보로 낡은 인테리어를 새롭게 바꾸기 위해 내부공사를 하는 등 최근까지 영업해 왔었다. 

그러나 2심 재판의 판결은 “상속세까지 내고 상속받은 모텔을, 어머니를 살해하고 교도소에 수감 중인 양부 서씨의 재산”이라 판결하고 “양부 서씨의 모텔을 양아들 김씨가 불법으로 점유하고 있어 내부 수리비 6억원은 양아들 김씨가 갚고, 2009년 8월부터 이사건 판결 확정일까지 매월9850만원(약3억원)을 어머니를 죽인 양부에게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법원의 입장은 이렇다. “양부는 부동산 취득 자금의 근거를 제시했고 양부의 아들은 제시하지 못했다. 또한 당시 양부는 경제적인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상대 측의 어머니는 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부동산 취득에 필요한 자금은 양부가 제공했음을 짐작케 한다”는 것이다. 

판례 없다고 가해자에게
‘유리한 법’이 되어서야

하지만 죽은 홍씨의 아들은 법원의 판결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다. 어머니 재산을 나라에 세금으로 다 내야한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분하고 억울하진 않을 것이다”라며 “이번 판결대로라면 배우자에게 재산을 주기 싫으면 배우자를 죽인 뒤 막말로 7년만 교도소에서 살고 나오면 그 재산이 다 내 것이 될 수 있다는 것 아니겠냐”고 하소연했다.

이어 “살인을 한 자가 피해자의 재산까지 차지하게 되는 형국이라니….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냐”며 “재판의 결과는 하나의 판례로 남고 비슷한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저와 같은 유사 피해자가 다시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 사건은 널리 알려지고 바로 잡아져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아들 김씨는 어머니가 직접 모텔부지를 매매한 흔적을 제시했다. 그리고 오히려 양부가 경제적인 능력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건물을 지을 당시 계약서, 등기권리증 등 각종 서류가 모두 어머니 이름이었고 직원들 월급까지 어머니 명의로 주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는 법정에서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양부가 어머니 홍씨에게 쓴 각서도 발견됐다. ‘결혼 이후 형성된 모든 재산은 어머니의 것’이라는 내용의 양부의 친필각서(양부 스스로도 인정)였지만, 공증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판과정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현재 양부인 서씨의 가족들은 모든 재산이 자신들의 것이 맞고 법원으로부터 정당한 판결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죽은 홍씨 명의로 된 재산은 가족들의 토지보상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아들 김씨는 법원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며 지난달 7일 G법무법인을 피고의 소송 대리인으로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다른 한 쪽은 침묵하는 상황에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명명백백 밝혀져야 함은 분명하다. 주머니에 든 칼은 언젠가 주머니를 뚫고 나오기 마련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대한민국의 ‘정의’가 살아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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