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업계 ‘미운오리’ 전락한 사연

2011.10.26 09:10:00 호수 0호

형만 믿고 따라오라더니 뒤통수 ‘퍽’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교보생명이 업계 ‘미운오리’로 전락했다. 담합사실을 인정하고 자료 일체를 공정위에 상납, 과징금 폭탄을 피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교보생명이 담합을 주도한 장본인이라는 점이다. 뒤통수를 맞은 중소생보사들은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특히 교보생명의 ‘얌체짓’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은 중소생보사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현재 이들 회사는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다. 

생보사들 담합해 가격 올린 사실 드러나 물의
담합 주도한 교보생명이 자진신고해 업계 눈총


공정위는 최근 생명보험시장에서 장기간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개인보험 상품(종신보험, 연금보험, 교육보험 등)의 예정이율과 공시이율 담합행위를 적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16개 생보사는 수익 감소를 막기 위해 지난 2001년 4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확정 금리형 상품의 예정이율과 변동 금리형 상품의 공시이율을 담합해 공동 적용키로 하고 실행에 옮겼다.

생보사들은 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6개사가 이율에 대한 합의를 진행하고 이를 타 회사에 전파하는 방식으로 담합했다. 또 비공식적, 개별적인 정보교환도 병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3653억원 사상 최대



이에 따라 공정위는 12개사에 대해 365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보험업계 사상 최대 규모다. 회사별 과징금 액수는 ▲삼성생명 1578억원 ▲교보생명 1342억원 ▲대한생명 486억원 ▲알리안츠생명 66억원 ▲흥국생명 43억원 ▲신한생명 33억원 ▲동양생명 24억원 ▲AIA생명 23억원 ▲미래에셋생명 21억원 ▲ING생명 17억원 ▲메트라이프생명 11억원 ▲KDB생명 9억원 등이다. 이밖에 동부생명, 우리아비바, 녹십자생명, 푸르덴셜생명 등 4개사에는 시정명령 조치가 내려졌다.

그러나 실제 과징금은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인 1404억에 그칠 전망이다. 교보생명이 1순위 자진신고 지위를 인정받아 1342억원의 과징금을 전액 면제받게 된데 따른 것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 최종 제재수위를 결정하기 위해 열린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타 보험사들 입장과는 달리 교보생명은 “공정위가 지적한 모든 사실을 인정한다”며 “업계의 사정을 감안해 최대한 선처를 바란다”고 진술했다.

교보생명이 가장 먼저 담합사실을 인정하고 자료 일체를 공정위에 ‘상납’하자 삼성과 대한생명이 재빨리 뒤를 이었다. 이들 회사는 거의 동시에 리니언시에 나선 데다 공정위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각각 부과된 과징금의 70%와 30%를 감면 받게 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중소생보사들은 교보생명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담합을 주도한 장본인인 교보생명이 리니언시를 이용해 과징금 폭탄을 피한 한편, 나머지 생보사들의 뒤통수를 쳤다는 것이다. 이들 회사는 현재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중소생보사 관계자는 “대형 업체들이 공정위의 조사 사실을 알고 발 빠르게 리니언시를 신청해 과징금을 면제받았다”며 “구체적인 담합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중소업체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업계에 불만 팽배

특히 교보생명의 ‘얌체짓’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은 중소생명사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다. 공정위는 앞서 지난 2008년에도 퇴직보험상품의 예정ㆍ공시이율 담합과 법인단체상해보험 가격담합 등으로 모두 26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생보사 가운데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대한생명 등 대형 3사가 퇴직보험 이자율 담합 건에 대해서만 각각 74억원, 44억원, 2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하지만 당시에도 교보생명은 1순위 자진신고 자격을 인정받아 과징금을 한푼도 내지 않았다. 결국 교보생명은 발 빠른 대응으로 두 차례에 걸쳐 14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과징금을 피해갈 수 있었다.

이와 관련,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교보생명은 지난 2008년 퇴직연금 이율 담합제재에 이어, 이번 담합 사건에서도 자진신고 해 업계에서 자신들만 빠져나갔다는 불만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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