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설아 기자] 한국 사람들의 ‘명품 사랑’은 실로 대단하다. 오죽하면 한국에서 루이비통 가방은 ‘3초 백’, 구찌 가방은 ‘5초 백’으로 불린다. 거리를 걷다 보면 3초, 5초에 한 번씩 마주친다고 해서 붙은 별명. 지난해에는 ‘샤테크’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샤테크는 샤넬 백을 이용한 재테크를 뜻한다. 10년 전 일본에서 명품이 한창 유행할 때 ‘빚내서 명품 사는 풍토’가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 우리가 딱 그 모습이다. 명품업계에선 “한국은 온 국민이 VIP”라는 이야기도 떠돌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네티즌들도 ‘한국인들의 명품사랑 과연 바람직한가’를 두고 온라인 설전을 벌이고 있다.
명품을 소유함으로써 “나도 명품이 된 것 같아”
명품 가치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
최근 글로벌 컨설팅업체 맨킨지는 우리 소비행태를 되돌아보게 하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가계소득에서 명품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본(4%)을 제칠 정도로 한국인에게 명품소비가 ‘일상화’됐다는 내용으로 풀이된다. 한국 명품시장은 2006년 이후 연평균 12%씩 성장해 지난해 45억달러(4조8000억원) 규모로 커졌고 이런 급신장세가 3~5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연간 명품에 100만원 이상을 소비하는 소비자 10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명품을 갖는 것은 예전처럼 특별한 일이 아니다’라는 데 동의한 응답자가 지난해 21%에서 올해 45%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명품을 연간 1000만원 이상 소비하는 ‘명품홀릭(중독)’ 수는 200명에 달했다.
못 말리는 명품사랑
어린 아이에서부터 어른까지 명품을 걸치고, 사는 게 그리 넉넉지 않아도 명품 하나쯤은 있어야 체면이 서는 세상이 되다보니 이제 명품은 그 제품의 사용목적보다는 한사람의 권력이나 부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표현되고 있다.
아이디 ji***는 “명품은 ‘나는 남들과 다르지만 남들과 다르지 않다’라는 묘한 부러움과 안정감을 동시에 안겨준다”며 “돈 있으면 허세 부리고 싶고 나름 돈값 한다고 착각하면서 즐기는 걸 왜 방해하는지 명품사랑도 각자의 개성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또 다른 아이디 oops***는 “월급이 100만원이지만 가방으로라도 달래고 싶은 게 명품을 좇는 사람들의 마음이다”며 “명품은 사회적 박탈감에서 벗어나 사회의 일부분이라는 안도감을 찾을 수 있게 해주고 더나가 자신감을 찾게 해주며 나를 부러워하는 듯한 주위의 ‘시선’으로 외로움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고 말했다.
명품은 고가이지만 세월이 지나도 그 가치를 오래도록 유지하고 더욱 빛을 발하기 때문에 명품사용을 지향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명품을 써 보면 왜 명품을 명품이라고 하는지 알게 될 것’이라는 아이디 flyl***는 “명품 가방은 한 번 사서 오래 쓰는데 종류에 따라서 10년, 20년 넘게 사용 한다. 유행을 타지 않는 제품은 어머니랑 딸이 함께 쓰기도 한다”며 “사람에 따라서는 과시욕 같은 것 때문에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명품의 가치를 종합해서 따져 보면 명품은 결코 비싼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반대 입장에 선 네티즌들은 문제는 명품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명품에 목을 매는, 빚을 지면서까지 구입하려는 맹목적인 현상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이디 total-mis***는 “20대 초반 여대생들까지 명품백 하나 들고 다니지 못하면 없어 보이는 지경까지 온 나라가 되었다”며 “혹시나 젊은이들이 자기 용돈에서 커버할 수 있는 금액이라면 이해의 심정이라도 보이고 싶지만 수 백만원을 호가하는 저런 된장상품을 몸에 치장하기 위해 알바를 하고 친구들끼리 명품계를 든다는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한국인들의 명품사랑이 명품 자체에서 나오는 고급스러움보다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자기과시’로 용도가 바뀌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아이디 kkm***는 “한국 사람들은 주위시선에 무척 신경 쓰고, 그래서인지 허세가 심하다”며 “사람을 대할 때 내면보다는 외면으로 비추어지는 모습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다보니 명품으로 어떻게든 자신을 치장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삐뚤어진 명품사랑
또 다른 아이디 ts***는 “저도 여자이지만 몇 백만원짜리 명품 가방을 사서 할부 갚느라 월급 아끼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안 된다”며 “남들이 얼마나 봐준다고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과시용으로 명품백을 들고 다니는지 참 한심하다”고 말했다.
명품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자신 스스로의 가치도 가꿀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아이디 dan***는 “너나 할 것 없이 명품을 걸치고 있으니 명품이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흔해진 명품의 가치를 되살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면의 가치를 다지는 것, 진정으로 내실이 튼튼한 사람은 그 어떤 명품으로 치장한 사람보다 빛이 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