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노릇한 이마트, 왜?

2018.07.16 11:08:46 호수 1175호

손 안대고 두 마리 토끼 잡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신세계 오너 일가가 보유한 신세계푸드, 신세계I&C, 신세계건설 등 계열사 지분을 이마트에 매각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마트가 밝힌 지배구조 단순화와 계열사 지배력 강화는 겉으로 드러난 명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정용진 회장의 승계작업을 위한 실탄 마련에 착수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마트는 신세계푸드, 신세계I&C, 신세계건설 주식을 취득했다고 지난 10일 공시했다. 거래 상대방은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이다. 이 회장이 보유한 신세계건설 주식 1만 3422주, 정 부회장이 보유한 신세계I&C 주식 1만13주, 신세계건설 1113주, 정 명예회장이 보유한 신세계I&C 지분 5400주 등을 이마트가 매입했다. 지분 매입에는 총 343억원이 소요됐다. 

지배력 강화?

이번 거래로 이마트는 신세계I&C 보유 지분율을 29.01%서 35.65%로, 신세계건설은 32.41%서 42.7%로 높였다. 이마트의 신세계푸드 지분은 46.1%서 46.87%로 늘어났다. 이번 거래로 이 회장과 정 명예회장, 정 부회장은 3개 계열사에 대한 개인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신세계그룹 측은 지분 취득 목적을 지배구조 단순화 및 계열사 지배력 확대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마트의 3개 계열사 오너 일가 보유 지분 일괄 매입을 두고 이마트 내외부에선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마트가 밝힌 지배구조 단순화와 계열사 지배력 강화는 겉으로 드러난 명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선 당장 의구심이 제기됐다. 계열사의 오너 일가 지분이 이마트에 몰리면서 지배구조 단순화와 지배력 강화라는 설명에 오류가 없었지만 왜 지금 시점이냐는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3개 계열사의 경우 이미 이마트의 지배력이 공고한 상황서 추가로 지배력을 강화해야 하는 필요성도 적었다.

오너 일가 보유 지분 343억에 매입
지배구조 단순화와 지배력 강화?

신세계그룹 내부서도 이번 거래의 경우 지배구조 정비 차원보다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신세계I&C는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신세계푸드, 신세계건설,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면세점, 홈쇼핑 등 사실상 신세계 전 계열사에서 일감을 받는다. 올해 1분기 실적(매출 809억원, 영업이익 38억원)은 두드러지지 않지만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마케팅서 절대적인 수혜를 입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지난해 신세계그룹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매출은 2436억9200만원으로, 총 매출(3201억5000만원)의 76%에 해당한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1분기 2931억원의 매출액과 9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내부거래 규모는 전체 매출(1조644억원)의 61%수준인 6538억원에 달했다. 올해 1분기에는 1950억원의 매출액과 1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신세계푸드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3179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108% 증가한 100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푸드서 맡고 있는 노브랜드와 올반은 올해 전년대비 각각 40% 이상 매출이 증가할 전망이고 스타벅스에 납품하는 베이커리도 흐름이 좋다. 

여기에 이마트24 매장이 늘어나면서 신세계푸드의 납품규모도 함께 늘었다. 올해 말 오산공장이 완공되면 내년에는 식품 제조서 매출액이 1000억원 상승할 수 있는 동력이 확보된다는 지적이다. 
 

상대적으로 매출 의존도가 낮지만 신세계푸드도 지난해 전체 매출(1조1857억원)의 31%인 3725억원이 내부거래서 발생했다.


신세계I&C, 신세계건설, 신세계푸드 등 3사의 경우 내부거래 의존도는 높지만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상장사 30% 이상)와는 거리가 있어 그동안 규제 대상서 제외돼있었다.

하지만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이들 3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논란거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신세계 한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오너 일가의 계열사 보유 지분율은 최대 10% 수준밖에 되지 않아 문제는 없다”면서도 “반대로 최대 10%도 안되는 지분율로 인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 회피 대상으로 논란이 되는 것이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고 밝혔다. 

즉 이마트는 강화되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적용 여부와 별개로 사전에 지분 정리를 통해 논란의 소지를 없앤 셈이다. 

신세계그룹은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 ‘남매경영’ 체제를 갖추며 계열분리와 승계작업을 진행 중이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를 중심으로 지배력을 넓혀가고 있다면 정 총괄사장은 백화점을 중심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는 중이다. 

그래서 이마트가 신세계그룹 총수 일가의 지분을 사들인 것을 두고 재계서는 정 부회장의 승계작업을 위한 실탄마련에 착수한 것이란 분석이다.

내부거래 논란 해소
승계 실탄 해석도

신세계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은 2011년 5월 신세계를 이마트와 백화점 부문으로 인적 분할하며 시작됐다. 

이후 2016년 정 부회장은 신세계 지분 72만203주를 정 총괄사장에게, 정 총괄사장은 이마트 지분 70만1203주를 정 부회장에게 각각 넘기는 지분 맞교환 방식으로 ‘남매 분리 경영’의 본격 신호탄을 알렸다. 


정 부회장은 당시 이마트 지분과 9.83%로 늘렸다. 정 부회장이 이마트 최대주주로 올라서기 위해선 이명희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물려받아야 한다. 이 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은 18,22%(5,080,094주)이다.

지분을 물려받으면 경영승계 작업은 완료되는데 문제는 막대한 상속세 마련이다. 지분 증여로인한 납부해야할 세율이 전체 증여 규모의 50%에 달하기 때문에 상속세만 무려 7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그룹 오너 일가가 이번 매각 이후 보유하게 된 계열사는 이마트, 신세계, 광주신세계, 신세계 인터내셔날 등 4개로 압축됐다. 이마트와 신세계는 사실상 그룹의 양대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오너 일가는 이마트와 신세계를 통해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광주신세계와 신세계인터내셔날로 쏠리고 있다. 

정 부회장이 절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광주신세계와 정유경 총괄부사장이 개인 최대주주로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경영권 승계 재원의 핵심으로 손꼽힌다. 

승계작업 착착

지배구조와 사업영역 등을 감안할 때 신세계서 해당 지분을 매입해야 하는데, 오너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전량을 처분할 경우 금액이 수천억원에 달해 자금 마련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광주신세계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경우 오너 일가의 보유지분율이 높은데다 매각 금액도 최소 2000억∼3000억원가량이라 처리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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