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화제 뿌린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총결산

2011.09.04 22:50:00 호수 0호

‘별들의 침묵’은 ‘달구벌의 저주’ 때문?

[일요시사=류도경 기자] 지난달 27일 성대한 개막식을 시작으로 9일 간의 열전을 펼친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9월4일 폐막식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많은 우려와 기대 속에 진행된 이번 대회는 기존의 절대강자들이 실격으로 추락하는 등 이변이 속출하며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 남자 장대높이뛰기 후커, ‘인간탄환’ 우사인 볼트, ‘미녀새’ 이신바예바 등이 그 주인공. 이들은 우승이 무난할 것이라는 당초의 기대를 저버리고 예선과 결선에서 탈락해 이른바 ‘달구벌 저주’의 제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장대높이뛰기 후커, 예선에서 3차례 시도 끝에 탈락
‘인간탄환’ 우사인 볼트, 결승전 부정출발 실격 충격



이변은 대회 첫째 날부터 시작됐다.

지난 2009년 베를린대회에서 5m90을 넘으며 우승을 차지, 이번 대회 2연패가 유력했던 스티븐 후커는 남자 장대높이뛰기 예선에서 5m50에 세 차례나 도전했으나 연거푸 바를 넘어뜨리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세 번째 시도에서는 점프조차 하지 못했다.

부진의 원인으로 훈련부족이 지적됐다. 후커는 올시즌 7월말이 돼서야 본격적인 훈련에 임했으며, 다소 이른 13일에 선수촌에서 현지 적응에 나섰으나 계속되는 우천으로 오히려 컨디션 회복에 지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스타 선수들의 잇따른 실격
신기록 부재의 원인은?

한편, 바뀐 규정에 의해 자메이카의 육상영웅 우사인 볼트도 실격의 고배를 마셨다.


국제육상연맹은 지난해부터 부정출발 규정을 강화해 첫 번째 부정 출발 시 경고를 주고 두 번째 적발된 선수만을 실격시키던 이전과는 달리, 단 한번의 부정출발도 바로 실격 처리했다.

남자 100m 결승전이 있던 지난달 28일, 우사인 볼트는 어이없는 부정출발로 실격을 당해 전 세계인들은 아쉬움을 자아냈다.

단 한차례의 실수로 실격당한 볼트는 자신의 훈련 파트너였던 요한 블레이크에게 100m 왕좌를 내줬다.

이에 관해 영국의 <가디언>지는 “블레이크의 작은 움직임이 볼트의 부정출발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주장을 제기해 논란이 됐다.

볼트의 부정출발 영상을 통해 6번 레인에 위치한 블레이크의 왼쪽 다리가 미세하게 움직이는 장면이 포착됐고, 그 순간 5번 레인에 위치한 볼트의 몸이 반응하며 스타팅 블록을 튀어나갔다는 것이다.

국제육상연맹의 스타트 규정에 따르면 세트포지션에 들어간 선수가 움직일 경우 실격된다.

때문에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블레이크 역시 실격의 대상이라고 주장하지만, 볼트는 블레이크에게 축하메시지를 전하는 등 자메이카 영웅으로서의 모습을 보였다.

110m허들 류시앙 제친 로블레스, 비디오 판독결과 실격
이신바예바, 자신의 최고기록보다 41cm 낮은 초라한 기록

29일 남자 허들110m 결승에서도 이변이 일어났다.

현 세계랭킹 1위의 올리버, 세계기록 보유자 데이런 로블레스, ‘황색탄환’이라 불리는 류시앙의 치열한 경쟁으로 주목받는 경기답게 마지막 허들을 남기고서야 승부가 결정됐다.

세계랭킹 1위 올리버는 세 번째 허들에 발이 걸리며 일찌감치 순위에서 멀어졌고 류시앙과 로블레스, 복병으로 꼽히던 리차드슨의 3파전으로 압축됐다.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류시앙이 조금씩 앞으로 치고 나오며 황색탄환의 진가를 드러내는 듯했으나, 마지막 허들에 발이 걸리며 급격히 처졌고 로블레스가 리차드슨을 간발의 차이로 꺾으며 13초14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경기가 끝난 뒤 로블레스의 실격을 발표했다.

류시앙 측의 항의로 비디오 판독에 들어간 국제육상경기연맹은 옆 레인의 로블레스가 류시앙의 레이스를 방해했다는 결론을 내리며, 로블레스를 실격처리, 금메달을 박탈했다.

그 결과 복병으로 평가받던 미국의 리차드슨이 13초16의 기록으로 생애 첫 메이저대회 금메달을 목에 거는 행운을 누렸으며, 4년 만에 타이틀 제패를 코앞에서 놓친 류시앙은 13초27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러시아의 미녀새’라 불리며 뛰어난 미모와 함께 세계기록을 27차례나 갱신한 장대높이뛰기의 여신 이신바예바 또한 대구의 저주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30일 열린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승에서 이신바예바는 결선 첫 번째 시기인 4m30과 이후 4m45와 4m55를 모두 건너뛰며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4m75의 도전에서부터 시작됐다. 한 차례 실패 후 ?긴 이신바예바는 4m80으로 올려 두 번 뛰었지만 모두 바에 걸리며 경기를 마쳤다.

이처럼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각종 이변을 일으키며 막을 내렸다.

가장 특이한 점은 데일리 프로그램의 표지모델을 장식한 선수들이 하나같이 실격을 당하거나 탈락을 하는 불운을 맛봤다는 것이다.


데일리 프로그램은 대회조직위원회가 매일의 경기 일정과 기록 등을 정리해 소개하는 책으로, 해당 일에 출전하는 선수 중 가장 확실한 우승후보자나 스타, 매스컴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선수를 소개하고 있다.

데일리 프로그램 표지모델 선수
잇따른 탈락·실격 이변

우연이라고는 하지만 데일리 프로그램을 제작·배포하는 조직위 입장에서는 표지를 장식한 유력한 우승후보들이 줄지어 나가떨어지자 당혹스러운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이를 두고 ‘대구의 저주’ 혹은 ‘데일리 프로그램의 저주’라 부르며, 데일리 프로그램의 표지를 장식할 다음선수를 기다리곤 했다.

하지만 표지를 장식했던 선수를 떨게 했던 저주도 닷새를 넘기지는 못했다.

31일 표지모델을 장식했던 카니스키나는 여자 20km 경보에서 1시간 29분 42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끈질긴 데일리 프로그램의 저주를 봉인했다.

이변이 속출한 이번 대구 대회는 교통, 숙박, 급식 대란에다 취재진 감금사태까지 발생하는 등 미숙한 대회운영과 부실한 경기장 음향시스템으로 총체적 부실을 노출하며 관람객들의 불쾌지수까지 동시에 높아져 아쉬움이 남았다.

독일 공영방송 ARD와 ZDF 방송사 관계자 90여명은 대구스타디움까지 1시간 이상 걸리는 경주에서 출퇴근 했고, 주관방송사인 KBS도 대구 동구 율하동 미디어촌과 경북 경산시의 한 연수원에 분산 투숙했다.

일부 외신기자들은 숙소를 못 구해 어려움을 겪었다.

내외신기자만 3000여명이나 되지만 미디어촌 수용 인원은 650명에 불과, 18개 호텔(1,855실)은 선수, 임원 등 대회관계자들이 일찌감치 다 차지했고, 모텔은 식사와 언어소통 문제로 외신기자들이 이용하기 어려웠다.

조직위가 미디어촌 아파트단지(14개동 651가구 2,000명 수용) 중 5개동 223가구 650여명 규모만 확보했기 때문이다.

국내외 취재진들이 27, 28일 이틀 연속으로 메인프레스센터(MPC)를 빠져 나오다가 출입문이 잠겨 우왕좌왕하는 대소동도 벌어졌다.

조직위는 지난달 28일 오후 8시45분에 열린 남자 100m 결승을 끝으로 경기가 끝나자 27일 개회식에 이어 이틀 연속으로 오후 11시 스타디움 출입구를 걸어 잠그고 철수했다.

당시 MPC에는 국내외기자 수 백명이 기사 송고작업을 하고 있었지만 막무가내였다.

취재진은 조직위 관계자를 수소문해 겨우 개구멍을 열고 나갔으며, 당시 경기장 내외부에는 안내요원이나 보안요원도 찾아볼 수도 없었다.

대구스타디움 직원과 취재진, 프리미어석 이용자들을 위한 구내식당은 더 큰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대구스타디움에는 인터불고호텔이 운영하는 직원용 구내식당과 미디어식당, 프리미어석 관중과 VIP를 위한 식당이 있지만, 가격은 비싸고 질은 형편없었다.

더구나 주변에는 이렇다 할 식당가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직원용 구내식당 한 끼 가격은 7000원. 하지만 메뉴는 밥과 콩나물국, 김치, 오이무침, 오징어볶음, 닭고기찜이 전부로 직원들은 "시내 식당의 4000원짜리도 안 된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미디어식당 한끼 식대는 무려 1만3000원. 하지만 식사 질은 대구시내 7000원짜리 정도에 불과했다는 평이다.

세계대회 운영 미숙
부실한 경기시설도 한몫

일부 지역에서 빚어지는 교통대란과 불합리한 셔틀버스 운행도 불만을 샀다.

교통통제 해제시각을 잘못 정해 수성구 범어네거리 등 일부 지역에 교통대란을 초래 한 반면, 교통통제 해제시각을 믿고 나온 운전자들은 낮 12시30분까지 50분이나 차 안에 갇혀 있어야만 했다.

더구나 셔틀버스 운행은 너무 부실해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원성을 샀다.

42억원이나 들여 교체한 경기장 음향시설은 "클래식음악도 감상할 수 있다"는 조직위 주장과 달리 장내 멘트조차 알아듣기 어렵고, 경기장 안에는 여성경기운영요원이 부족, 여자선수들이 트랙에서 탈진하자 남자요원들이 허둥지둥하다 안고 나오기도 했다.

한 외신기자는 "OECD국가에서 열리는 대회라곤 믿어지지 않는다"고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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