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 때아닌 ‘땅 대박’ 사연

2008.11.18 09:56:42 호수 0호

금싸라기 부지에 ‘단비’ 예보

재벌그룹들이 때 아닌 ‘대박의 꿈’을 키우고 있다. 서울시가 최근 내놓은 신도시 계획체계안에 따라 그동안 각종 규제로 묶여 있던 ‘잠자던 땅’이 풀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수혜기업은 현대·기아차그룹, 롯데그룹, CJ그룹 등이다. 이들 기업은 초고층 빌딩 건립 등 금싸라기땅 되살리기 프로젝트에 돌입한 상태. 서울시의 최후통첩만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11일 신도시 계획체계안을 발표했다. ‘잠자는’ 시내 금싸라기땅의 개발 규제를 푼다는 게 핵심. 서울시는 대신 개발이익 중 일부를 기부채납으로 거둬들인다는 복안이다.
서울시가 지목한 용도변경 대상지역은 1만㎡ 이상의 대규모 부지 96곳(3.9㎢)으로, 용도변경을 통해 상업지역으로 개발이 본격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들 지역은 물론 주변까지 기대감으로 들썩이고 있다.

특히 이번 개발안의 최대 수혜자로 분류되는 재벌그룹들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용도변경 예상지역에 현대차그룹, 롯데그룹, CJ그룹 등 대기업들의 사유지도 포함된 탓이다.
현대차그룹은 2006년부터 서울 성동구 성수동 1가 683번지 일대 10만여㎡ 부지에 지상 1백10층 규모의 초고층 뚝섬 랜드마크 빌딩을 세우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가칭 ‘서울 포리스트 워터프론트 타워’다. 이는 서울시의 뚝섬 부지 개발안과 맞물린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위해 계열사인 현대제철 소유 6천7백5평의 부지에 주변 국·공유지 2천7백87평을 더해 총 9천4백92평의 부지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룹 측은 “1조원 가량의 자금을 투입해 지하 7층, 지상 1백10층 규모의 자동차 테마파크 빌딩을 추진 중인데 개발이 허용되면 프로젝트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이 보유한 서초동 부지도 개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롯데칠성은 서초구 서초동에 약 7만㎡ 규모의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1970년대까지 롯데칠성 생산공장이 있다가 1997년 공장 이전 후 개발이 묶여 운송차량의 차고지로 사용해왔다. 롯데칠성은 줄곧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을 추진해 왔지만 특혜 시비로 무산됐었다.

서울시, 신도시 계획체계안 발표 “묶인 부지 푼다”
사유지 포함 기업들 ‘함박웃음’…상업용 개발 박차


롯데그룹은 이미 2006년 이 부지를 백화점, 호텔, 오피스, 주상복합 등이 들어설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안을 관할인 서초구에 제출한 상태다. 이른바 ‘롯데타운’이다. 인근 ‘삼성타운’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규모다. 일각에선 현재 통합본사가 없는 롯데그룹이 롯데타운에 ‘연합 둥지’를 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롯데그룹의 호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롯데제과, 롯데삼강, 롯데알미늄 등도 이번 개발안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금천구 독산동에 2만여㎡ 규모의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롯데삼강과 롯데알미늄도 각각 영등포구 문래동에 1만5천여㎡ 규모의 공장, 금천구 독산동에 2만1천여㎡ 규모의 부지를 보유하고 있다.
CJ그룹도 희색이 만연하다. CJ그룹이 소유한 강서구 가양공장의 개발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양공장은 단일 공장 최대인 9만㎡ 규모다. CJ그룹도 이 부지를 직접 개발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주변의 아파트가 복병이다. CJ그룹은 여러 차례 개발을 추진했지만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으로 더 이상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관할인 강서구청은 현재 이 부지를 포함한 지구단위 개발계획안을 짜고 있다. CJ그룹은 가양동뿐 아니라 구로구 구로동 영등포공장(3만4천여㎡)도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명지건설, 남광토건 등 건설사를 잇달아 인수하며 건설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대한전선은 약 8만㎡에 달하는 서울 금천구 시흥동 공장부지 개발을 기다리고 있다. 대한전선은 2004년 주택건설 전문업체인 영조주택에 이 부지를 1천5백95억원에 매각했으나, 영조주택이 자금난을 겪자 추가자금을 빌려주는 형식으로 사실상 재매입했다. 금천구청과 함께 공동개발에 나선 대한전선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세울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신도시 계획체계안의 수혜 기업은 수두룩하다. ▲신아주(중랑구 상봉동 상봉터미널·2만8천여㎡) ▲대상그룹(강서구 가양동 대상공장·5만6천여㎡) ▲동부제강(구로구 오류동 부지·5만여㎡) ▲한일시멘트(구로구 개봉동 영등포공장·4만여㎡) ▲방림(영등포구 문래동 방림공장·3만여㎡) ▲기아차(금천구 시흥동 기아차서비스·2만7천여㎡) ▲한국코카콜라(금천구 독산동 코카콜라· 2만1천여㎡) ▲한일철강(강서구 가양동 한일철강공장·1만8천여㎡) ▲쌍용차(구로구 구로동 부지·1만8천여㎡) 등이 서울시의 ‘처방’만 기다리고 있다. 또 LG전자(금천구 가산동·1만 4천여㎡), 현대택배(도봉구 도봉동·1만2천여㎡), 신도리코(성동구 성수동·1만1천여㎡) 등도 개발 수순을 밟고 있는 부지를 소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내 알짜배기 땅을 갖고 있는 기업들은 그동안 해당 부지가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되기만을 기다려 왔다”며 “개발안에 포함된 부지의 ‘땅주인’인 기업들은 서울시의 개발계획과 관할 구청의 승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개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연말까지 각계의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거친 뒤 내년 초부터 부지 개발 사업신청을 받는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혜 시비와 땅값 급등 등 논란과 부작용이 도처에 깔려 있어 적잖은 파장이 몰아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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