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36>

2011.08.01 10:48:54 호수 0호

‘하늘이 내려준 마지막 기회’ 방송출연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000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 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냈다. 김 대표의 책 내용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나아지지 않는 상황… 누나의 눈물
뜻밖에 찾아온 방송출연, 그리고 대박

■ 누나의 눈물
하루에 열 시간씩 전단지를 돌리고 매일 밤 손님들을 맞으며 술에 취해 기절할 정도가 되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주방을 봐준다며 시골에서 올라온 누나의 얼굴을 보기도 민망할 정도까지 됐다. 누나 역시 힘들게 살아가는 동생을 보면서 눈물로 세월을 지새웠다.
당시 누나와 나는 매일 오토바이로 출근을 했다. 업소로 출근하는 반포대교의 칼바람은 몸과 마음까지 딱딱하게 굳게 만들 정도였다. 하지만 누나는 늘 내 등 뒤에서 나를 꼭 껴안아 주곤 했다.
힘든 나날들이 지속되던 어느 날, 소리 없이 내 등 뒤에서 흐느끼는 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눈물이 앞을 가려 운전을 제대로 하기 힘들 정도였다. 눈물마저 얼려버리는 그 추위에서, 나도 말이 없고 누나도 말이 없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상황은 뒤바뀌지 않았다. 그렇게 5개월간 끝없이 노력했지만 성공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어느덧 내 얼굴은 폭삭 늙어 버렸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던 얼굴이 이제는 40대의 얼굴로 늙어버린 것이다. 지난 5개월은 악몽의 나날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통의 전화가 왔고 ‘사장님’을 찾았다고 했다. 한 케이블 TV의 여자작가였다. 당시에는 이미 오늘 문을 닫을까, 내일 문을 닫을까를 고민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나는 마지막 희망이라도 잡고 싶었다. 작가와 약속을 하고 다음 날 업소를 방문했지만 그분의 표정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 럭셔리하고 화려한 인테리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방송의 특성상 그래도 뭔가 ‘화면’이 나올 정도가 되어야 하는데 당시에는 그 수준을 맞추지 못했던 것이다.
“딱 1시간만 시간을 좀 내주세요”
작가 분은 나에게 1시간을 허락해주었다. 나는 내가 아는 모든 것을 동원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왜 여성들의 음주문화가 바뀌어야 하는지, 왜 호빠가 퇴폐문화가 될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왜 이런 문화가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역시 반응은 시큰둥했다. 안되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잘 생긴 웨이터를 전격 투입했다. 직접 체험을 해봐야 실제 이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아는 법이었다. 웨이터들은 그나마 5개월 동안 갈고 닦은 대화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최선을 다해 작가에게 서브를 했다. 그제야 인테리어에 실망했던 작가분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나 보다.
“아, 이런 게 바로 여성전용바군요!”
역시, 경험해보지 않으면 개념이 잘 서지 않는 법이다. 작가분은 서서히 여성전용바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웨이터들은 자신들이 준비한 마술이며, 오락의 노하우를 유감없이 선보였다. 작가분은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그렇게 새벽까지 신나게 직접 체험을 한 후에야 겨우 촬영을 하겠다는 대답을 했다. 아니, 오히려 ‘꼭 촬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떻게 콘티를 짜야하는지도 즉석에서 이야기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때로는 나에게 ‘어떤 방식으로 진행이 되면 좋겠냐’고 되묻기도 했다. 나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저에게 하루만 시간을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제가 전체적으로 한번 콘티를 짜 보내겠습니다”
다음 날 나는 하루 종일 고심해서 콘티를 짰다. 물론 전체 두 시간 분량으로 시간을 맞추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방송은 재미없는 부분은 편집을 해내기 때문에 그것마저 염두에 두면서 최대한 시간을 늘린 것이다. 이메일을 보내고 작가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과연 내가 잘 짰을까. 혹시 내가 보낸 것이 재미가 없어 아예 촬영 자체가 무산되는 건 아닐까?



■ 뜻밖에 찾아온 기회
다시 회신이 오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희소식이었다.
“다음 주 목요일 저녁 7시부터 3번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하겠습니다. 분장도 해야 하니 촬영 한 시간 전에는 꼭 도착해주세요!”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것은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였다. 이제껏 수많은 일을 해왔지만 한 번도 방송이란 것을 타보지는 못했다. 그런 점에서 방송의 기회란 나에게 하늘이 내려준 기회로 생각됐다. 나는 속으로 생각하고 다짐했다.
‘어쩌면 이건 하늘이 내려준 마지막 기회이다. 이렇게 했는데도 내가 망한다면 그건 하늘의 뜻으로 알고 받아들이자’
출연진은 총 5명이었다. 나를 포함해 4명의 웨이터를 더 선정했다. 외모 되고 말빨되는 최고의 에이스급으로 선정했다. 드디어 방송국으로 향하는 택시에 올라탔다. 웨이터들은 처음해 보는 방송출연 때문인지 살짝 들떠있는 듯 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비장한 마음이 들었다. 이것이 나의 성공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송국에 도착하자마자 모든 것은 분주하게 돌아갔고, 우리는 정신없이 촬영에 임해야 했다. 총 4시간의 녹화시간. 하지만 편집하면 20분 가량이라고 했다. 하지만 20분이면 어떠랴. 방송만 히트를 친다면 나는 다시 성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르게 녹화는 끝났고 다음 날 방송작가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용이 너무 재미있어서 그냥 50분 방송으로 전부 다 나가기로 했어요!”
놀라운 이야기였다. 나에게 다시 행운이 시작된 것일까? 그로부터 며칠 뒤, 드디어 모든 업소 식구들은 둘러모여 앉아 방송을 보기 시작했다.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우리가 잘했다기 보다는 너무나도 방송을 잘 만들었고 구성도 좋았다. 거기에 웨이터들의 뛰어난 입담이 빛을 발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이건, 정말 대박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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