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익빈 부익부’ 생활고 연예인 후일담

2017.12.04 11:19:17 호수 1143호

부자만 있나? 굶는 스타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방송에 나오는 연예인의 모습은 언제나 화려하다. 최근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연예인의 사적 영역을 들여다보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시청자들은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연예인의 생활을 구석구석 들여다보면서 한편으로는 동경을, 또 다른 한편으로는 부러움을 표출한다. 하지만 화려함으로 중무장한 연예인은 극소수뿐, 대다수의 연예인들은 가난에 허덕인다.
 



최근 가수나 배우 등 연예인이 수십억원 혹은 수백억원대의 건물을 샀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또 연예인의 사생활을 예능 콘텐츠로 활용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고가의 집이 공개되는 일이 늘고 있다.

여기에 연예인의 빚 청산 스토리는 예능 소재로 이용될 정도로 흔해졌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70억원에 가까운 빚을 진 연예인이 채권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방송될 정도. 5∼6개의 고정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진행자는 아내가 진 빚 17억원을 떠안아 갚고 있는 중이다. 평범한 사람은 상상도 하기 힘든 액수의 빚을 진 두 사람이지만 머지않아 모두 갚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 들린다.

극과 극

스타급 연예인은 광고 계약금이 ‘억’ 소리가 날 정도로 치솟고, 고가의 유명 명품 브랜드 행사에 자주 모습을 비춘다. 미디어를 통해 드러나는 연예인의 화려한 모습에 사람들은 매료된다. 


한때 초등학생의 희망 직업 1위가 연예인일 정도로 그들에 대한 선망은 대단했다. 지금도 연예인을 꿈꾸는 아이들은 유명 연예기획사의 좁은 문을 뚫기 위해 노력한다.

‘딴따라’로 불리며 천시 받았던 과거는 말 그대로 옛말일 뿐 연예인은 부와 명예, 권력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직업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실제 연예인들 가운데 미디어에 자주 노출돼 부를 거머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연예인들은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사라진다.

배우 10명 중 9명 한달 50만원
상위 1%가 전체 수입의 ‘절반’

지난달 28일 배우 이미지씨는 신장 쇼크로 사망한 지 2주 만에 발견됐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세상을 떠난 이씨 곁을 2주간 지킨 건 반려견이었다. 이씨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어떤 생활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유족들은 “홀로 살던 탓에 늦게 발견됐을 뿐 언제나 밝은 모습이었다”며 “고독사란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전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최근 작품 활동이 뜸했던 이씨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중년 여배우에게 주어지는 역할의 한계 때문에 이씨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힘겨웠던 게 아니냐는 설명이다. 

실제 엄마, 이모, 고모 등을 제외하면 중년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캐릭터 폭은 매우 좁은 게 현실이다.

지난 2015년 배우 김운하는 극심한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서울 성북구의 한 고시원서 사망 5일 만에 발견됐다. 같은 해 영화배우 판영진씨 역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사망 전 지인에게 ‘힘들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배우의 출연료는 등급에 따라 결정된다. 특급 스타는 회당 출연료가 억대에 달하지만 조·단역의 경우는 몇십만 원에 불과하다. 한 번 등급이 정해지면 조정은 쉽지 않다. 특히 출연료 상승을 바라는 건 어렵다. 

10년 넘게 한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배우는 돈을 더 달라고 하면 교체될까봐 입을 다문다고 했다.

회당 약 50만원씩 5주간 방송에 출연할 경우 받을 수 있는 돈은 250만원이지만 격주로 출연하게 되면 수입은 100만원대로 떨어진다. 의상·미용 비용까지 제하고 나면 버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을 때가 허다하다.

고정 수입이 적은 개그맨들은 돌잔치, 환갑잔치 등 행사에 뛰어든다. 현재 유명세를 누리고 있는 개그맨들은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무명 시절을 고백한다. 행사에 갔다가 행사비를 떼인 일, 돈을 못 받고 무시당한 일 등 인기 개그맨들의 예능 소재는 일부 개그맨들의 실제 상황이다.

연예계 수입 양극화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배우의 경우 10명 중 9명의 월평균 소득이 52만원에 불과하다. 상위 1%가 연평균 20억원을 버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액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배우로 수입을 신고한 인원은 1만5870명으로, 이들의 연평균 수입은 4200만원 정도다.

행사 뛰고 돈 떼이고
생활 어려워 자살까지

세부적으로 보면 차이는 더욱 극명하다. 수입 상위 1%인 158명은 연평균 20억800만원을 벌었다. 상위 1%가 전체 수입서 차지하는 비율은 47.3%로 50%에 육박했다. 이 수치를 상위 10%(1587명)로 확대하면 연평균 수입은 3억6700만원으로, 전체 수입의 86.8%까지 상승한다. 

반면 나머지 90%인 1만4283명은 연평균 620만원을 버는 데 그친다. 한 달 평균 50만원 수준인 셈이다.


가요계 상황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가수 수입 상위 1%인 56명이 벌어들인 돈은 평균 42억6400만원으로, 전체 수입의 52%에 해당한다. 상위 10%의 평균 수입은 7억3200만원이다. 전체 수입의 90.3%를 차지한다. 

나머지 하위 90%의 가수들은 연평균 수입이 870만원으로 나타났다. 상위 1%(82명)의 모델은 연평균 5억4400만원의 돈을 번다. 상위 10%(821명)는 연평균 수입이 8900만원 수준인데 이는 전체 수익의 78.8%에 이르는 액수다. 

그에 반해 수입이 하위 90%에 해당하는 7389명의 모델은 1년에 270만원을 번다.

수입의 남녀 격차도 불거졌다. 남자 배우의 경우 연평균 수입액은 4700만원으로 나타났다. 여자 배우는 3700만원으로 남자에 비해 1000만원 덜 번 것으로 집계됐다. 

남녀간 격차는 가요계서 더 컸다. 남자 가수는 연평균 1억1200만원의 수입을 올린 반면 여자가수는 4000만원에 그쳤다. 남자 가수가 여자 가수보다 3배 가까운 수익을 올린 셈이다.
 

2011년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의 죽음은 문화예술계에 충격을 안겼다. 그는 생활고로 지병을 제대로 치료해 보지도 못하고 자신의 월세방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기와 가스가 끊긴 방에서 며칠을 굶다 세상을 떠난 것. 

당시 그는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 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 주세요”라는 메모를 이웃집에 붙인 사실이 알려져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의 사망으로 국회는 2012년 일명 ‘최고은법’으로 불리는 예술인 복지법을 제정해 시행했다. 그러나 최 작가의 죽음 이후에도 배우 정아율, 김수진, 가수 김지훈 등이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4년에도 배우 우봉식이 극심한 생활고를 못 이기고 목을 맸다.

법 있지만…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문화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월 100만원도 못 버는 예술인의 비율이 67%에 달했다. 50만원 이하도 25%나 됐다. 문화예술인의 절대 다수는 빈곤층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15년 조사에서도 문화예술인의 평균 연소득은 1255만원에 그쳤다. 그들의 삶은 여전히 가난하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