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 야구부 유정민 감독

2017.08.21 10:16:24 호수 1128호

“청룡기 석패가 약이 됐죠”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 고교야구팀 가운데 하나이며 중학교 엘리트야구부의 가장 많은 선수들이 진학을 희망하는 서울고등 야구부. 2015년 부임 후 세 시즌 만에 서울고를 전국대회 우승에 올려놓은 유정민 감독을 만나봤다.
 



유 감독은 서울 화곡초서 야구를 시작, 우신중과 서울고, 영남대를 거쳐 1993년 한국프로야구 삼성라이언스 구단에 2차 4순위로 지명돼 투수로 활약했다. 연이은 부상으로 일찍 현역에서 은퇴, 서울 언북중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9세 때 서울 성동초 야구부 감독으로 부임한 후 10년 동안 재직했다. 이후 프로야구 LG트윈스 구단의 프런트서 스카우터직을 수행하다가 2015년 1월1일 모교인 서울고 감독으로 부임했다.

-먼저 우승 소감은?

▲모든 선수들과 코치진, 학부모, 동문 선후배들과 학교, 그리고 교장선생님께 감사드린다. 감독 부임 이후 여러 차례 아쉽고 안타까운 시간들이 있었는데, 모두가 한 마음처럼 성원해 주셨다. 특히 선수들은 반드시 우승하고자 하는 의지를 경기장서 직접 보여주었다.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지난 청룡기에서 아쉽게 준우승했다. 충격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나?


▲충격을 먹거나 후유증을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솔직히 그 때의 결승전에선 승복할 수 없는 판정도 있었고, 선수들에게 경기가 끝난 후 강조한 것은 우리가 절대 실력서 밀려 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우리는 최선을 다 했고 앞으로도 대회는 많이 남아 있으며, 우리는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을 계속 강조하며 이번 대통령배 대회를 준비하고 임했었다. 선수들도 청룡기를 놓친 후 더욱 집중력과 투지를 보여주었다.

-결승전서 강백호를 선발로, 주승우를 마무리로 내세웠다. 청룡기 때와는 반대로 투입했는데?

▲투수들의 컨디션을 보고 결정했다. 사실 그 전날 준결승전의 경기서 주승우를 선발로 투입해 승리했고, 주승우가 많은 이닝을 소화해 주었기에 강백호를 아낄 수 있었다. 상황이 나빠지면 강백호를 준결승전 때도 올릴 생각이었는데 주승우가 잘 막아주어 결승에 무난하게 올라갔고, 그래서 강백호를 선발로 투입했었다. 

사실 강백호는 선발투수로 투입된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다. 그러나 그의 훌륭한 구질과 강한 정신력이 선발투수로서의 역할도 잘 수행하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또 다른 에이스 최현일과 이교훈은 볼 수 없었는데?

▲최현일과 이교훈은 몸 상태가 좋지를 않았다. 둘 모두 옆구리가 좋지를 않아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최현일은 이제 최고 구속 150km/h를 넘나들고 있고, 이교훈은 좌완의 투수로 올 시즌 최고구속 146km/h를 기록한 선수다. 올해보다 내년 시즌 활약이 더 기대되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몸 관리에 주력시키고 있다.

부임 후 세 시즌 만에 우승컵
선수만 70명…고른 출장 기회

-서울고 야구부는 등록 선수만 70명이 되는데?

▲팀 성적에도 신경을 쓰지만 선수들 모두에게도 고른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선수 개인이나 학부모들은 만족을 못하겠지만, 실제로 고른 출장 기회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프로보다 더 큰 규모인데 운용에 어려움은 없는가.

▲특히 진학을 목전에 두고 있는 3학년 선수들에게는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작년 시즌 청룡기 준우승 이후 출장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을 위주로 경기를 뛰어 보도록 했었는데, 이것이 오히려 출장을 많이 했던 선수들이게도 영향을 미쳐 팀의 컨디션이 많이 하락하는 것을 경험했다. 

모든 고교 야구팀의 지도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선수운용의 고민이고, 나 역시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안이다.

-내년 시즌 기대되는 1·2학년 선수들은?

▲투수로는 2학년의 최현일과 이교훈·정우영, 야수로는 송승환 등이다. 이들은 이미 올 시즌에도 팀의 주축이 되어주는 선수들이다. 좌완의 박재민, 강기호 등도 기대된다.

-진로와 진학에 어려움을 겪는 선수에게 충고나 지도를 해준다면?

▲지금 여기까지 와있는 모든 선수들이 처음에는 모두 야구를 사랑하고 야구가 좋아서 시작을 했던 선수들이다. 선수로서 훈련을 받고 경기에 출장하고 하다 보면 자신의 자질이나 신체조건, 그리고 부상 등으로 인해 실력이 차이가 나고 상대적으로 많은 선수들이 자신의 실력에 좌절하게 되고 그래서 진학 등의 진로가 막힐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선수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야구를 외면하지 말라는 것이다. 야구를 선수로서 그만두게 될지라도 직업적 선택서 야구와 관련된 직종은 정말 많다는 것이다. 나 역시 선수 시절에는 부상으로 일찍 현역을 마감한 당사자고, 그래서 선수로는 실패한 야구 인생이었다. 

또한 우리나라의 대학 등으로 진학에 실패할지라도, 야구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 등의 대학에 진학하여 더 넓은 세상서 자신의 진로를 개척할 수 있는 길이 항상 열려 있다. 감독인 나 또한 끝까지 그런 선수들을 도울 것이다. 포기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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