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탁의 정석투자> 초심자의 행운?

2017.07.20 09:54:12 호수 1224호

증시가 최고점을 연일 갈아 치우고 있다. 금년 코스피 지수 전망이 1900대였는데 사상 처음 2400을 넘고 이제 3000까지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기관도 있다. 언론에선 아직도 세상서 한국 주식이 가장 저평가돼있다고도 한다.



이제까지 가 보지 않은 길을 가는 주식시장이니 언제 어느 선까지 가서 멈출지 예측은 어렵다. 다만, 증권가에는 구두닦이가 주식이야기를 할 때면 보유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속설이 있다.

애기 업은 새댁, 세속을 떠나 수행 중인 스님들도 주식을 살 정도면 이제 세상의 쌈짓돈까지 나왔으니 주식을 더 사줄 사람이 없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라는 얘기다.

시장서 연일 지수가 상승중이고 주위서 주식으로 재미를 봤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면 “난 주식 안 해”라고 자신 있게 얘기하던 사람들도 세상서 소외되고 손해 보는 느낌이 들어 계좌를 트고 매수에 가담한다.

그래서 그가 증시에 가담하는 시점은 바로 증시가 뜨거울 때다. 그러니 그가 매수한 이후 꽤 짭짤한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 매수하면 상승하니 적금을 깨서라도 주식을 모르고 지난 세월을 보상받고 싶어한다.

“이렇게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이 있다니 그 동안 모르고 지낸 세월이 아깝다.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하면 머지않아 부자 반열에 들겠군”하면서 자신감이 충천하게 된다.


이것을 ‘초심자의 행운’이라고 한다. 이 때 회사서 어떤 일로든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과감히 사표를 던지기도 한다. 주식투자를 위해 직장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가 자신의 천재성에 스스로 놀라면서 원칙도 없이 다양한 종목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이제 본격적으로 하락장이 오게 된다.

하락에 이은 짧은 기술적 반등이 나오면 얼마 전 활황장의 기억 때문에 영광을 되찾기 위해 가용 자원을 총동원한다. 그리고 이내 횡보와 폭락을 경험하며 심각한 손실을 입게 된다. 그래서 초심자 시절의 짜릿한 성공의 기억은 시장과 자신에 대한 오해를 일으키며 결국 주식 폭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이렇게 ‘행운은 눈물의 씨앗’이 돼 버린 경우를 가끔 볼 수 있다. 이어서 ‘원금 회복만 하면 주식판을 떠나겠다’고 공언하며 조바심을 내게 된다. 그래서 차트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상승 종목을 자꾸 뒤따라가며 매수한다.

불쑥불쑥 상승하는 종목이 많으니 자연스럽게 단타를 치게 된다. 이렇게 상승하는 종목을 따라 다니다 보면 계좌는 쉽게 망가진다. 난로 위에 올려둔 눈덩어리처럼 스르르 없어진다. 더 나아가면 파생 상품에까지 손을 대게 된다.

결국 정말 어려워지는 길로 들어설 수 있다. 초심자의 행운이 분노의 투기(speculation)로 바뀌게 되는 과정이다.

투자서 수익을 내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손실을 보지 않는 것이다. 세계 두 번째 부호인 대가 워렌 버핏의 투자 원칙은 딱 두 가지인데 '돈을 잃지 않는다'와 '첫째 원칙을 잊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매년 탁월한 수익률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손실을 보지 않는 투자가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고 한다. 투자자들은 수익을 낸 경우를 주로 기억하며 손실을 낸 경우는 운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의외로 손실을 내는 경우가 많고 그게 실력이다. 수익과 손실을 반복하다 보면 고생스럽기만 하고 계좌는 커 나갈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가? 경험도 중요하고 조바심 내지 않아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동서고금의 진리며 세상사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코드인 ‘겸손’이다. 혹자는 이를 ‘심법’이라 하지만 그게 다름 아닌 ‘겸손’이다.

요즘의 주식 시장이 상승을 이어 가고 있지만 투자의 원칙을 세우고 언제나 그것을 지켜야 성공하는 투자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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