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지하철 ‘성추행주의보’ 발령 내막

2011.06.17 06:00:00 호수 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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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이성원 기자] 여름철을 맞아 각종 성범죄행위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노출의 계절 탓인지 각종 해수욕장이나 피서지에서는 몰래카메라 촬영으로 여성들이 곤욕을 치루고 있고, 이러한 현상은 대중들이 많이 애용하는 지하철에서도 큰 이슈가 되고 있다. 각종 언론매체에서도 연일 지하철 내 성추행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런 지하철에서의 성추행 문제와 함께 그 대책을  알아본다.

신체접촉·몰래카메라 등 각종 성추행 범죄 증가
금요일, 출·퇴근 시간대 성추행 비율 가장 높아



직장인 유모(29·여)씨는 요즘 지하철 타기가 무섭다고 한다. 보통 아침 8시에 2호선을 타고 출근한다는 유씨는 “출근 시간대에는 지하철 내의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혹시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신체적인 성추행을 하지 않을까 항상 긴장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특히 “두꺼운 옷을 입는 겨울보다는 얇은 옷을 입는 여름이 오면서 이러한 걱정은 더 늘어간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최모(22·여)씨는 “경사진 곳을 올라갈 때가 가장 신경 쓰인다”고 말한다. 최씨는 “보통 치마를 즐겨 입는 편인데 지하철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나 계단을 올라 갈 때 항상 뒤에 누가 있는지 보게 된다”며 “요즘 들어 방송을 통해 몰래카메라 얘기를 많이 들어서 그런지 어느 순간 나도 당하지 않을까 해서 치마를 입은 날은 더욱 주변을 살피게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보통 지하철 내에서 발생하는 성추행의 내용은 출·퇴근시간같이 사람들로 북적이는 때에 특정 사람에게 몸을 밀착시키는 경우와 에스컬레이터나 계단같이 경사가 있는 곳에서 휴대폰이나 카메라로 촬영을 하는 경우,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한 여성이 지하철에 탑승 했을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세 가지 경우 모두는 피해자가 불가항력의 상황에서 벌어지는 터라 예방하기가 쉽지 않다. 출·퇴근시간처럼 혼잡한 지하철 내에서는 몸을 움직이기조차 쉽지 않아 ‘음욕(淫慾)’을 품은 사냥꾼들에게는 먹잇감이 되기 십상이다. 에스컬레이터나 계단과 같은 경사로가 있는 곳에서는 성추행범이 최대한 피해자들 뒤에 가까이 붙은 후 그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셔터 소리가 나지 않는 카메라로 신체 부분을 몰래 촬영한다. 술이 만취한 채 쓰러져 있는 여성에게는 성추행이 더욱 용이하다. 최근에는 우산 속에 카메라를 끼워 넣어 촬영을 하는 경우, 신발 속에 카메라를 넣어 촬영하는 방법들도 속속 발각되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지하철범죄수사대의 한 관계자는 이러한 지하철 성추행범들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는 그들만의 노하우가 있다고 말한다. 성추행범들은 보통 지하철역에서 한 승강장에 정착해있지 않은 채 예뻐 보이는 여성 뒤만 자꾸 어슬렁거리며 쫓아다니다가 목표점이 정해지면 지하철에 함께 탑승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이 거의 성추행범일 가능성이 높다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지하철범죄수사팀은 일반적으로 사복을 입은 채로 출·퇴근 시간 혼잡한 지하철역 주변에서 이러한 범죄자들을 물색하고 찾아내 성과를 올리고 있다.

나이와 직업 다양해

이렇게 성추행을 일삼는 이들의 나이와 직업은 헤아릴 수 없이 방대하다. 지하철수사대 한 관계자에 따르면 “성추행범의 나이는 제각각이다”라며 “10대 후반에서부터 70대 노인까지도 성추행 혐의로 잡혀온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보통 신체접촉 성추행은 대부분의 연령에서 많이 나타나는 범죄이지만 카메라 성추행은 젊은 연령층에서 조금 더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답했다.

성추행범들의 직업 또한 다양하다. 지난 4월에는 서울 고등법원 40대 판사가 지하철에서 여성에게 몸을 밀착해 성추행한 혐의로 화제가 되었고, 5월에는 30대 영어학원장이 20대 여성을 성추행한 뒤 화장실로 끌고 가 폭행한 사건도 있었다.

이렇듯 사회에서 대접받는 직업과 상관없이 성추행은 단지 그들이 갖고 있는 쾌락의 욕망을 채우고자 벌어진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성추행범은 매년 늘어가는 추세다. 2009년 지하철에서 검거된 성추행범이 671명이었지만 2010년에는 1192명으로 77%이상 늘어났다. 2009년부터 올해 6월까지 가장 많은 성추행 이 발생한 노선은 2호선으로 전체 범죄의 50.9%를 차지했고, 1호선이 26.5%로 그 뒤를 이었다. 2호선에서의 성추행범죄율이 전체의 절반을 넘을 정도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이유는 신도림, 사당, 교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등 출·퇴근 시간에 가장 혼잡한 환승역들이 즐비하고 강남, 역삼, 삼성, 을지로, 구로디지털단지역 등의 사무실들이 밀집된 지역들이 많은 때문이다. 여기에 서울대, 신촌(연세대), 이화여대, 홍익대, 한양대, 건국대 등 각종 대학교들이 속해있는 노선이어서 상대적으로 젊은 여성층들이 많이 이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직장인 김모(26·여)씨는 “신도림역은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에서 환승할 시 사람이 매우 많다”며 “성추행범들이 이런 상황을 이용해서 앞사람을 미는 척하거나 밀리는 척하며 자신의 손을 여성의 신체부위에 대며 의도적으로 성추행 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에 신고·주변 도움 요청

지하철수사대의 한 관계자는 매년 성추행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성추행에 대한 형량이 크지 않은 문제도 있다”며 “초범일 경우 벌금만 내면 풀려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피해를 당한 여성들도 자신의 프라이버시 때문에 신고를 못하고 당한 채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신고를 한 여성들도 혹시나 하는 두려움 때문에 성추행범과 합의를 해주고 사태를 쉽게 마무리 짓는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러한 지하철 성추행을 예방하기 위해 경찰은 현재 역사별로 예방 캠페인을 전면 실시하며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혼잡한 출·퇴근 시간에 사복경찰들을 배치해 감시하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지하철 내에서 성추행을 당하면 불쾌감을 표시하고 바로 경찰에 바로 신고해야 된다”며 “큰 소리를 내어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이러한 도움 요청에도 불구하고 요즘같이 개인화가 만연한 현대 사회 속에서 나와는 상관없는 듯 모르는 척하는 시민들의 의식도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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