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위험한 장난감 백태

2017.07.04 11:03:04 호수 1121호

장난해? 흉기가 따로 없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장난감이 점점 위험해지고 있다. 지금의 어른들이 어린 시절 즐겼던 장난감들과는 사뭇 다르다. 최근 어린이 사이서 유행하고 있는 피젯스피너, 액체괴물, 힐리스, 비비탄 총. 하지만 사고가 잇따르며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3개의 날개를 손가락으로 돌리는 원리로 집중력 향상과 심리적 안정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피젯스피너. 그러나 흉기에 가까운 형태도 있어 위험성이 부각되고 있다. 최근 독일에선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은 엉터리 제품이 대량 적발되는 사건도 발생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끊이지 않는 사고

11살 소년이 피젯스피너 부품을 혀로 닦으려고 입에 넣었다가 삼켜 응급실로 실려가 수술을 받아야 했고 다른 10대 소년은 피젯스피너를 손에서 퉁기면서 놀다가 눈에 맞는 부상을 당했다. 다행히 실명은 되지 않았으나 흉터는 남았다.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일어나자 일부 학교는 피젯스피너 학교 내 소지를 금지시켰다.

또한 다양한 색의 끈적한 액체로 형태가 자유자재로 변하는 액체괴물도 논란거리다. 대부분 성분 표시가 없는 제품에 역한 약품 냄새를 가지고 있어 인체의 무해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 


미국에선 이 장난감이 어린이들의 발달 및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액체괴물에 들어있는 붕산이 아이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으며 플라스틱을 연질화시키는 성분에도 다량의 환경호르몬이 들어있다고 지적한다.

바퀴달린 신발 ‘힐리스’의 안전사고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국민안전처는 급증하는 힐리스 사고 방지를 위해 도로교통공단과 함께 사고예방 행동수칙을 배포하기도 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아동 힐리스 사고는 2015년에는 단 1건도 없었지만 2016년 5건, 2017년 3월 기준 21건이 발생해 계속해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중에는 뇌진탕·안면부상·골절 등 심각한 사고도 포함돼있다. 
 

지난 2월에는 9세 남자 아이가 지하철역서 힐리스를 타다 넘어져 눈 주위가 찢어지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나 도로를 걸어가는 행인들도 힐리스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피젯스피너 눈 맞아 실명 직전까지
승용차 몰며 비비탄총 쏜 10대 입건

직장인 김모(31)씨는 “지난달 붐비는 마트서 힐리스를 타던 초등학생과 부딪쳤는데 무거운 것이나 뜨거운 음료, 유리 등을 들고 있었으면 다칠뻔 했다”고 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도서관, 식당, 박물관 등은 안내문에 ‘바퀴 달린 운동화 출입 제한’이라는 문구를 붙이고 있다.

순식간에 흉기로 변하는 장난감 비비탄 총의 사건 소식도 매년 이어지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여전히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다.

지난 4월 충북 청주서 행인에게 비비탄총을 쏜 A(19)군이 경찰에 붙잡혔다. A군은 승용차를 몰고 가다가 창문을 열고 행인들에게 비비탄 총을 쐈다. 

경찰 조사에서 A군은 “호기심에 비비탄총을 쐈다”고 진술했다.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비비탄총은 위력에 따라 사용연령이 구분돼있다. 일반적으로 문방구서 살 수 있는 14세∼만 19세까지 사용하는 비비탄총은 사람에게 잘못 사용할 경우 다칠 수도 있지만 초등학생들도 쉽게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한 커뮤니티 사이트서 반려견을 키운다는 한 네티즌은 최근 “강아지랑 산책 도중 공원 화장실 가려고 화장실 문 앞에 잠깐 반려견을 묶어뒀다”며 “공원에 있던 초등학생 3명이 비비탄 총으로 쏴 반려견이 다쳤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인터넷을 통해서도 비비탄총을 사고 갖고 노는 아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문구점서도 연령제한없이 판매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하지만 비비탄총의 단속은 사실상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 

‘장난감 총’으로 비비탄총은 분류돼 총포 단속대상이 아니기 때문. 이에 전문가들은 비비탄총이 눈에 맞을 경우 치명적인 부상까지 이를 수 있는 등 위험이 있어 더 확실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어른들은 뭐하나

장난감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면 부모들의 계도가 강조되지만 최근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들은 단순히 다그침으로 해결될 수위를 넘나드는 실정이다. 

한 아동 전문가는 “아이들의 주의와 함께 장난감을 만드는 어른들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부모가 자녀의 안전에 관심을 가지고 안전습관을 생활화하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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