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누운 사람 치면 과실 인정

2011.06.10 15:58:12 호수 0호

심야 골목길 "사람조심"

속도 줄여야 할 주의의무 무시…업무상 과실 
대법, 무죄 선고 원심 깨고 "잘못 있다" 인정



운전을 하다가 심야 주택가의 좁은 골목길에 누워있는 사람을 치면 과실이 인정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지난 8일 골목길에서 술에 취해 누워 있던 여성을 차로 치여 숨지게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로 기소된 이모(49)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택시 운전사인 이씨는 2010년 3월26일 오전 12시50분께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주택가의 골목길에서 차를 몰다 술에 취해 쓰러져 있던 권모(당시 26세·여)씨를 치었다.

권씨는 흉부 손상으로 그 자리에서 숨졌지만 이씨는 이를 알고도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이 사건으로 법의 심판을 받기 위해 재판장에 섰고, 1심은 이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씨는 이에 불복,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도로 구조상 시야의 사각지대가 상당히 있어 이씨가 의도적으로 왼쪽 차량 쪽으로 고개를 젖히거나 몸을 세워 차창 아래를 보지 않는 한 권씨를 발견할 수 없었으므로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판결은 한번 더 뒤집어졌다.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낸 것.

대법원 재판부는 "사고지점은 주택이 밀집된 좁은 골목길이고 도로가 직각으로 구부러져 가파른 비탈 내리막으로 이어지는 커브길이어서 사람이나 장애물이 갑자기 나타날 개연성이 크다"면서 "따라서 운전자는 도로상황에 맞춰 평소보다 더 속도를 줄이고 전방 좌우를 면밀히 주시해 사고를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그다지 속도를 줄이지 않은 상태로 진행하다 누워 있던 여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사고를 낸 이씨에게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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