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10년 이상 알고 지낸 고등학교 동창 A가 급하게 돈을 빌려달라고 사정 해 3차례에 걸쳐 제 통장의 잔고 3000만원 중 2000만원을 A의 계좌로 송금해줬습니다. A는 몇 개월 뒤 적금 만기라며 적금을 받게 되면 돈을 갚겠다고 말해 별도로 차용증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A는 빌려간 돈을 전혀 갚지 않고 제 전화나 문자도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우연히 식당서 A를 만나게 되어 돈을 갚을 것을 요구했는데 A는 저에게 돈을 빌린 적이 없고 제가 송금해준 돈은 자신에게 증여한 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차용증이 없는 이런 경우에도 빌려준 돈을 받을 수 있을까요?
[A] 질문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채무자에게 금전을 송금한 내역만 있을 뿐 다른 증거가 없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경우에 계좌내역을 통해 서로 간에 돈을 주고받은 점은 알 수 있지만 이 금원의 성격이 상대방에게 무상으로 돈을 준 것인지, 금전을 빌려준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 정서상 가까운 사이일수록 금전관계서 차용증을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러한 경우에 만약 상대방이 위 금원에 대해 대여금이 아니라 자신에게 증여를 한 것이라고 주장할 경우에는 증여가 아닌 금전 차용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지방법원 판례는 1000만원 가까이 송금했지만 질문과 같이 차용증이 없고 채무자는 금전에 대해 증여를 주장하는 사안에서 채무자에게 송금한 금원이 대여에 의한 것인지 증여에 의한 것인지는 어떠한 법률행위에 관한 의사해석의 문제로써 사회통념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위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해 판단할 수 있다고 하면서 채권자의 계좌의 잔액이 채무자에게 증여를 할 정도로 많지 않았던 점, 채권자와 채무자가 10년 이상 알고 지냈으나 1000만원 가까이 증여할 정도로 긴밀한 관계가 아니었던 점을 미루어 보았을 때 채권자가 보낸 금원은 대여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질문과 같은 경우에 질문자가 A에게 금원을 송금한 시점에 전체 재산이 3000만원뿐이어서 A에게 증여할 경제적 상황이 아니었으며 A에게 2000만원이라는 큰 금원을 증여할 만큼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는 점 등 사회통념상 증여가 아닌 대여라는 점을 입증한다면 빌려준 금원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아울러 금전을 빌려준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채무자와의 통화 내용과 문자 대화나 금전차용에 관여했던 증인이 있다면 더욱 명백하게 대여 사실을 입증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금전을 대여해 줄 경우에는 채권자와 채무자 및 대여금의 액수와 상환일 등을 명확히 적시한 차용증을 작성하여 보관하는 것이 추후에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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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윤은?]
▲ 서울대학교 법학과 석사 졸업
▲ 대한상사중재원 조정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