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권 출범> ‘심상찮은’ 검찰 동향 막전막후

2017.05.08 11:10:23 호수 1113호

대선에 묻힌 이슈들 ‘다시 꺼낸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검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동안 정권 ‘시녀’를 자청한 검찰은 새 대통령이 선출된 이후 어김없이 ‘사정 광풍’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이번 19대 대선 직후 정·재계를 망라한 대대적인 사정 정국이 예상된다.



대대로 한반도 역사는 왕이 바뀔 때마다 숙청의 피바람이 불었다. 반대세력에 의한 ‘모함’이었다 하더라도 ‘주리’를 틀어 자백을 받아 집안의 씨를 말렸다. ‘1987년 체제’ 이후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역대 대통령의 말로는 곱지 않았다.

역대 권력
대부분 기소

임기 4년 차부터 권력비리가 불거져 사정 정국이 전개되고, 이는 정권의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을 가속화시키곤 했다. 역대 대통령들과 그의 측근들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 언제나 권력비리나 정경유착형 게이트에 연루돼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노태우정부 4년차인 1991년 수서비리 사건은 역대 정권 숙청의 원조격이다.

개발제한구역이던 서울 수서·대치 공공용지에 서울시가 아파트 개발 특혜를 내줬고, 특혜를 받은 한보그룹이 정치권에 돈 로비한 정황이 검찰 수사서 드러났다. 장병조 당시 청와대 비서관과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 국회 건설위원장이던 민자당 오용운 의원 등 5명이 구속됐고, '보통사람'을 외치던 노태우정권의 국정 장악력은 단숨에 꺾였다.


전 정권 부역자 숙청 사정 감지
대통령 바뀔 때마다 피바람 불어 

5년 뒤인 1996년 김영삼 대통령의 측근 장학로 당시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17개 기업으로부터 27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같은 해 감청 정찰기 도입 사업인 백두사업 비리까지 불거지며, 이양호 국방부장관이 단죄됐다. 이듬해 한보사태 속에 아들 현철씨까지 구속됐다.

김대중정권의 4년차는 각종 게이트로 뒤범벅됐다. '이용호 게이트'를 시작으로 윤태식 게이트, 진승현 게이트, 정현준 게이트까지 이어지며 대통령의 아들 3형제까지 비리로 단죄 받았다.
 

최근 10년 동안에도 이런 현상은 반복됐다. 박근혜정권 4년 동안 검찰을 동원해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 자원 외교를 샅샅이 뒤졌다. 이명박정부는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으나 전직 대통령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결말을 봤다.

이런 사정을 주도해온 것은 검찰이다. 정권의 ‘시녀’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던 것도 이런 이유다.

최순실 게이트
못다한 수사

이 때문에 검찰의 사정 광풍이 이번 정권서도 어김없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가 지난달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법조계에선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사건 핵심 관련자들의 공소장 작성 등 수사를 마무리하고, 다음 사냥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은 삼성을 제외한 다른 대기업 중 일부에 추가로 뇌물공여 혐의를 제대로 적용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의식한 듯 기업에 대한 정경유착형 비리 척결을 위해 대대적인 사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의혹의 장본인인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긴급체포 구속 과정서 부실수사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최씨를 비롯해 그의 이권 개입을 도운 혐의 등으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구속기소하는 성과를 거둬 비판을 잠재웠다.


하지만 검찰은 삼성 외 나머지 대기업에 대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등을 통한 뇌물 공여 의혹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삼성의 뇌물은 인정하면서도 다른 기업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때문에 향후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을 향해 대대적인 사정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수사에서 검찰은 롯데를 주목했다. 2016년 3월14일 박 전 대통령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청탁을 받고 면세점을 추가로 허가한 의혹이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2015년 11월 면세점 특허심사서 탈락했지만, 이듬해 4월 정부가 대기업 3곳에 추가로 면세점을 내주기로 하면서 특허권을 찾아왔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일, 소진세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 같은달 19일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가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됐다.

검찰은 신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지난해 박 전 대통령과 독대 당시에 오간 대화 내용과 이후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과정에 대가성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또 2015년 11월 면세점 갱신 심사서 탈락한 롯데가 출연금 등을 낸 후 정부의 신규 사업자 공고를 통해 면세점 사업자로 추가 선정된 게 아닌지를 의심하고 조사했다.

이에 검찰은 재단 출연 과정 등에 책임을 지고 관여한 소 단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재단 출연 경위 등을 캐물은 뒤 관련자 조사를 마무리했다. 검찰이 이 부분에 대해 아직 결과를 명확하게 밝힌 것은 없다. 이에 검찰이 수사를 대선 이후로 롯데 수사를 유보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서 롯데가 낸 출연금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 혐의만 적용했지만 추가 조사 과정에 정황이 드러날 경우 혐의가 추가될 수도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롯데 수사 결과서 삼성처럼 대가성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향후 추가 수사에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액과 관련, 이들 대기업이 건넨 지원금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권 교체 후 삼성, 롯데 이외에 뇌물 의혹이 제기됐던 CJ에 이르기까지 재벌을 대대적으로 손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있다. 특히 손경식 CJ그룹 회장의 경우 관련자 조사를 통해 수사 가능성이 거론된 만큼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면 등 현안 해결을 위해 재단에 출연했다는 ‘사면거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역대 정권에
충성한 검찰


하지만 검찰의 추가수사로 이어지지는 않아 재수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적지 않게 나온다.

기업 수사 외에도 전임 정권에서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던 수사도 진행될 전망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세월호 참사 재수사다. 참사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진상규명이 묘연한 상태다. 당장 세월호 침몰 원인부터 불명확하다.
 

정부가 실시한 각종 조사는 세월호의 복원성 저하, 과적, 고박 불량, 급변침 등을 이유로 꼽고 있지만, 법원은 조타기 이상 등 선체 결함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인양한 선체를 정밀조사해야 하지만 증거 훼손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구조 실패 역시 진상규명의 중요한 줄기다. 각종 자료는 당시 해경이 충분히 더 많은 승객을 구할 수 있었다는 정황을 보여주고 있다.

거물 정치인, 대기업 오너… 
정재계 겨냥 특수수사 대기

책임자 처벌은 참사를 딛고 앞으로 가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세월호 선장·선원과 선사인 청해진해운 간부 등을 제외하면 법적 처벌을 받은 경우는 현장에 출동한 김경일 전 123정 정장이 유일하다. 김 전 정장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징역 3년형을 받았다.

반면 김석균 해양경찰청장과 김수현 서해해경청장, 김문홍 목포해경서장 등 지휘 계통의 책임자들은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게 다였다. 이들은 당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엉뚱한 지시를 내리는 등 책임을 방기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구조활동을 벌이지 않은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법원도 김 전 정장의 재판에서 이들 지휘부의 공동책임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야당과 시민단체에선 세월호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일명 ‘문고리 십상시’에 대해 수사할 가능성도 관측된다. 국정농단 수사가 마무리되자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이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던 이재만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처벌을 받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대선 직후
다시 들어간다

수사 마무리 직후 조 의원은 “특검서 넘겨받은 수사자료도 제대로 뭉개버리고 우병우는 수사하는 둥 마는 둥 남은 문고리 안봉근 이재만은 애써 외면한 채 국정농단 수사 대단원의 막을 내릴 거다. 검찰이 막 내릴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듯 하다”라는 글을 게재해 주목을 끌었다.

이 외에도 최순실 게이트로 멈췄던 특수수사들도 즐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대선 이후 전국 특수부서 진행 중인 특수수사들도 다시 재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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