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오래오래 만수무강하셔야…

2011.05.12 14:07:05 호수 0호

<지령800호 기획특집>②전직 대통령 건강상태 긴급점검

지난달 18일 심한 기침증세를 보이며 입원한 후 나흘 만에 갑작스레 퇴원한 노태우 전 대통령은 며칠 뒤인 27일 오후 서울대병원에 재입원했다. 폐에 한방용 침이 발견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직 대통령들의 건강에 부쩍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생존해 있는 전직 대통령은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3명이다. <일요시사>는 이들의 동향과 건강 상태를 진단해 봤다.

‘폐 속 침 제거’ 노태우 전 대통령 퇴원
권력자도 세월의 흐름 당해낼 재간 없어



최근 한의학계는 폐지됐던 대통령 한방주치의가 3년여 만에 부활한 것을 두고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폐에 한방용 침이 발견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문제는 침이 어떠한 경로로 몸속으로 들어갔고 누가 침을 놓았는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한의사협회는 공동조사단 구성을 제안하고 나섰다.

폐 속의 ‘묻지마 침’

현재 생존해있는 전직 대통령 중 가장 건강상태가 좋지 못한 이는 노 전 대통령이다.

지난달 18일 심한 기침 증세로 입원했다가 나흘 만에 급거 퇴원한 노 전 대통령은 일주일 만에 다시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x-ray 확인 결과 오른쪽 폐에 약 6.5㎝ 길이의 침이 발견됐으며, 지난 28일 오전 전신마취 하에 내시경수술로 침을 제거하는 시술을 받았다.

병원 측은 “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됐으며 생명에는 지장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침이 누구의 소행으로 어떤 경위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몸속에 들어가게 됐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무면허 불법시술’을 받은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이 계속 되자 노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노 전 대통령은 건강이 악화돼 혼자서는 거의 거동을 못하고 주변 사람 도움으로 휠체어와 침대를 오간다”며 “이런 과정에서 우연히 침대에 떨어져 있던 침이 피부를 뚫고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2일 노 전 대통령 측에 시술자를 밝히라는 공개 질의를 했고 “답변이 오지 않으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측근은 “김옥숙 여사께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치료해 보려고 한다”며 “좋은 한약도 써보고,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오자 이걸 좀 깨우기 위해서 침을 놓았다. 그렇지만 세간에 떠도는 사이비 시술, 불법 시술 이런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미국에서 전립선암 수술 후 서울대병원에서 정기검진을 받으며 투병생활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상태가 더 악화돼 혼자 일어서기도 힘들 정도로 건강이 나빠져 올 4월 초부터 집중적으로 한방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8년 폐렴증세로 잇따라 입원하면서 한때 위독설까지 나돌 만큼 건강이 좋지 않았고 소뇌의 크기가 점점 축소되는 희귀병인 ‘소뇌위축증’을 앓고 있으며 기관지 절개 수술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올해로 팔순을 맞이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옥중 생활을 끝낸 후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내릴 뿐 공식적인 대외 활동을 거의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각종 선거 때마다 투표에 참여하거나 정치권 인사들의 예방을 받으며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또 지인들과 꾸준히 골프를 다닐 정도로 건강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9월에는 이재오 특임장관이 전 전 대통령의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예방한 자리에서 건강을 주제로 덕담이 오가기도 했다.
“아주 건강해 보인다”는 이 장관의 말에 “먹고 만날 노니까”라고 가볍게 응수한 뒤 “산에도 다니고 들에도 좀 다닌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장관이 “심부름도 잘 하고 가끔 찾아와 좋은 말씀을 듣겠다”고 하자, 전 전 대통령은 웃으면서 “다음에 올 때는 술병을 들고 오라”고 말할 정도로 건강함을 과시했다.

또한 올 초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와 새해인사와 덕담을 나누는 자리에서 “새벽에 2시간씩 운동 하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말해 건강상에 문제가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먹고 만날 노니까”

84세로 전직 대통령 중 최고령인 김영삼 전 대통령은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아침마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가끔 등산을 갈 정도로 무척 건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 초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측 좌장들과의 새해인사에서 “적당히 먹고 적당히 자고 적당히 운동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3가지 건강유지 ‘비법’을 소개했다.

심지어 지난 2008년에는 무리한 운동으로 늑막에 혈액이 고이는 ‘혈흉’ 시술치료를 받을 정도로 열심히 운동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전직 대통령 가운데 가장 왕성한 대외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입장을 피력할 정도로 정치 현안에 여전히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제65주년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한 자리에서는 거동이 편치 않은 듯 인도에 올라오는 턱 하나를 넘기 위해 양쪽에서 부축을 받는 모습을 보였고 이틀 뒤 건강검진 차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김 전 대통령의 입원에 대해 “매년 5월쯤 정기 건강검진을 받아왔다”며 “특별히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퇴임 이후 저마다 특유의 건강관리로 건재함을 과시해오던 전직 대통령들도 팔순에 접어들며 연로해졌다. 한때 국가의 최고 권력자였던 전직 대통령들도 세월의 무게를 피해갈수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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