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요즘은 학점이나 토익점수와 같은 스펙 대신 지원자의 역량을 보고 뽑는 열린 채용이 대세다. 하지만 일부 기업은 아직도 입사를 이유로 시시콜콜한 개인 신상정보를 요구해 구직자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일부 기업서 아직도 직무와 무관한 인적사항을 묻는 관행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9일, 30대 기업 중 작년 하반기 채용을 한 기업 24곳의 입사지원서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도대체 왜?
고용부에 따르면 기업 24곳은 평균 2.62개의 인적사항을 요구하고 있었으며 기업별로는 최대 6개까지 요구하는 곳이 있었다. 항목별로 주민등록번호, 키·몸무게를 요구하는 기업은 한 군데도 없었지만 생년월일(22곳, 91.7%)과 병역사항(23곳, 95.7%)은 다수의 기업에서 요구하고 있었다.
또한 가족관계와 본적(부모님 주소·출생지 포함)은 각각 4곳(16.7%)서 요구하고 있었으며 혈액형과 SNS까지 요구하는 기업도 각각 1곳씩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입사지원서는 채용 준비단계에 해당한다. 개인정보보호법에선 입사 준비단계인 입사지원서에는 최소한의 정보만을 담도록 하고 있다.
A기업의 지원서에는 추천인을 적는 항목이 있다. 해당 추천인의 소속과 이름, 연락처, 관계 등을 모두 요구하고 있다. B기업의 경우 ‘가족 전체의 재산사항을 적되 부동산·동산은 부모님 재산을 모두 포함해 기재하라’는 지시사항이 들어가 있다.
회사 측은 “해당 작성요령은 오래 전 양식과 섞여 게재된 것이며 현재 입사지원서에선 관련 내용을 삭제했기 때문에 적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이 내용을 모르는 구직자들은 여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구직자에 시시콜콜 개인정보까지 요구
평균 2.62개 기재…최대 6개 기입해야
C기업은 주거의 형태를 묻는다. 자택인지 전세인지 혹은 하숙인지를 자세히 표시하도록 한 것. 재산 역시 동산과 부동산 각 얼마를 소유하고 있는지 요구했다. 하단에는 추천인의 이름과 관계, 직장명을 묻는 항목도 있었다.
결혼 여부, 신체사항 등 이미 많은 기업과 기관이 배제하고 있는 사적 정보를 묻는 곳도 많았다. D기업은 지원서에서 모든 가족의 학력, 동거 및 부모 생존 여부, 종교, 키 및 체중 등 신체상황을 요구했다. 직업 역시 매우 구체적으로 근무기간부터 근무처, 업무내용까지 적도록 했다.
E기업의 입사지원서 양식에는 종교와 혈액형, 신장·체중·시력은 물론 결혼여부, 형제 및 가족관계 등을 물었다. 결혼 여부와 함께 키, 체중, 시력, 혈액형 등의 신체사항도 요구했다. 주량, 흡연, 종교, 질병 유무를 묻는 항목도 있었다. 아울러 가족의 학력, 직업, 동거 여부까지 적도록 했다.
외국계 기업의 입사지원서는 우리나라의 입사지원서와는 많이 달랐다. 외국계 기업의 경우 지원자를 식별할 수 있는 개인정보인 이름·이메일 주소·전화번호와 직장명을 제외한 경력정보, 자격정보만을 요구하는 기업이 대다수였다.
고용노동부는 입사지원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능력중심채용 가이드북’을 만들어 배포했다. 가이드북에는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합한 인재 채용과 실제 채용계획 수립부터 모집·선발에 이르는 채용과정 전반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
고용부는 지방관서, 경제단체와 함께 ‘능력중심채용 가이드북’ 등을 활용해 능력중심 채용의 출발인 입사지원서 개선 등을 위해 사업주 간담회, 우수사례 발굴 등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변화가 필요
권기섭 직업능력정책국장은 “공공기관부터 확산된 능력중심 채용이 민간 기업으로 빠르게 확산돼 청년들이 직무와 관련된 필요한 스펙만을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직무능력 중심의 채용을 실시할 수 있도록 직무 분석 등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대기업의 변화가 필요하며 입사지원서의 인적사항부터 개선하려는 인사 담당자들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