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통계]‘욕쟁이 내 아이’ 이유는 무엇?

2011.05.04 10:54:20 호수 0호

청소년 70%는 매일 욕설 "뜻은 알고 하는 거니?"

청소년들의 욕설 사용이 심각한 수준이다. 여성가족부와 교육과학기술부·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10~11월, 전국 초·중·고생 8712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청소년의 73.4%가 매일 유행어·은어를 포함한 욕설을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청소년 3명 중 1명꼴로는 욕을 습관적으로 사용(12.8%)하거나 자주(18.8%) 쓰는 것으로 나타났고, 욕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5.4%에 그쳤다.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의 부분별한 청소년 욕설 사용 실태에 대해 알아봤다.



요즘 청소년들에게 씨X 존X 등의 욕설은 욕설 축에도 끼지 못한다. 단어와 단어 사이에 적절하게 사용하는 추임새(?) 정도랄까. 더 큰 문제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조차 이 같은 욕설을 아무 의미 없이 사용하고 있다는 데 있다.

"뜻도 모르면서…"

청소년 73.4%가 매일 욕설을 사용한다는 설문 결과는 어른들의 허를 찔렀다. 청소년 10명 중 7명은 매일 욕설을 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성별로 살펴보면 남학생의 77.6%, 여학생의 68.9%는 매일 욕설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김모(48·여)씨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있는데 가족들과 이야기할 때는 온순한 평소 말투를 사용하다가도, 인터넷 게임을 하거나 친구들과 통화를 할 때 가만히 지켜보면 거친 욕설이 난무한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학교별로는 초등학생이 65.5%, 중학생이 77.5%, 고등학생이 77.7%로 나타나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욕설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평균적으로 청소년 3명 중 1명꼴은 욕을 습관적으로 사용(12.8%)하거나 자주(18.8%) 쓰는 것으로 나타났고, 욕을 가끔 한다고 대답한 경우는 41.8%였다. 욕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5.4%에 그쳤다.

이어 조사 대상의 절반이 욕설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습관(53%)이라고 답했고, 47%는 욕설을 사용할 때 별 느낌이 없다고 응답했다. 문제는 욕설의 이미를 알고 있는 응답자는 27%에 그쳐 욕설을 사용하는 청소년 대다수가 뜻도 모르고 욕설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욕설 사용 대상은 친구가 70.3%로 가장 많았고, 형제(11.7%)나 후배(8.4%) 등과도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가 하면 청소년들이 욕설을 습득하는 경로는 또래친구가 전체의 47.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인터넷 등 대중매체라는 답변은 40.9%로 나타났다. 대중매체 중에서는 인터넷(26.4%)의 영향이 가장 컸고, 영화(10.2%), TV(4.3%) 순으로 집계됐다.
 
인터넷 등 매체의 영향 가장 커 대책 마련 시급 
전국 8712명 조사 결과, 5.4%만 "욕 전혀 안 해"

청소년이 욕설을 배웠다는 인터넷 게임은 서든어택, 메이플스토리, 테일즈런너, 스타크래프트 순으로 집계됐고, 영화는 <국가대표> <해운대> <말죽거리잔혹사> <친구> 등의 순이었다. 청소년에게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대형 포털 사이트나 게임, 청소년 관람가 영화가 욕설 습득의 루트가 되고 있는 것.

비공식 통계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말 중 욕설 등을 포함한 비속어는 80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많은 비속어들이 생산되고 사용되는데 무엇보다 ‘일조(?)’ 한 것이 있다면 바로 인터넷의 발달이다.

컴퓨터에 상대적으로 익숙한 청소년들이 인터넷을 통해 그들만의 언어를 만들어 사용하고, 그 중 상당수는 비속어와 욕설에 가깝다. 또 익명성이 보장된 온라인상에서 청소년들의 욕설은 더욱 심해진다.

실제 채팅사이트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10년 전에는 채팅사이트에 욕설방이 따로 만들어져 있을 정도였다. 방을 드나드는 청소년들이 저마다 알고 있는 욕을 구사하는 등 욕 배틀이 벌어지곤 했던 것.

욕 배틀은 인터넷 채팅방에 접속한 후 무조건 상대방을 비하하면 된다. 같은 욕설을 반복하지 않고, 다양한 욕설을 사용해 상대방에게 극도의 불쾌감을 줘 상대방의 말문을 막아버리면 게임 끝이다.

최근 스마트폰이 보편화 되면서 화면을 터치하면 각종 욕설이 성우의 음성으로 나오는 욕 애플리케이션도 나와 있다. 재미를 느끼는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욕의 대중화는 그리 반가운 일이 아님에 틀림없다.

일단 내뱉고 봐

문제는 청소년들에게 이런 욕설은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모욕적인 말 남을 저주하는 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생활습관 혹은 놀이문화의 하나라고 여긴다는 것. 대화 중 욕설을 사용하지 않는 청소년을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청소년들의 언어습관이 이처럼 심각한 상황에 이르자 대통령까지 나서 사태를 수습해보려 했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27일 국무회의 때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청소년 언어 사용 실태를 파악해 대책을 수립, 추진하라"고 지시한 것. 
이와 관련 여성가족부는 지난 1월 △학교문화 선진화 사업을 2010년 150개교에서 2011년 300개교로 확대 △학교생활규정에 공공규칙 내용 강화 △Wee 프로젝트(We + Emotion + Education) 운영 내실화를 대책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이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모양새다. 학교문화 선진화 사업은 폭력적 졸업식 문화를 바꾸자는 취지의 정책이고, Wee 프로젝트는 학교 교육청 지역사회가 협력해 위기학생 상담과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학생안전망 구축 사업이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는 관계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보여주기식 재탕 정책이라는 인상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현직 초·중·고등학교 교사들은 "우리나라 욕설에는 성이나 남성과 여성의 성기에 관련된 욕이 많다"면서 학생들이 욕의 의미를 안다면 조심스러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욕설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에서부터 정화 노력을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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